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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의 『제르미날』
| 2014·12·28 21:32 | HIT : 834 | VOTE : 40
 


프랑스의 작가 에밀 졸라(Emile Zola)의 소설이다. 졸라는 사실주의 또는 자연주의 흐름에 속하는 대표적 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소설 『제르미날』도 흔히 대표적인 자연주의 작품이라고 평가하는 소설에 속한다. 그리고 노동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노동소설의 선구적 작품으로도 꼽힌다.

   졸라는 선대와 당대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는데 그 가운데에는 발자크도 있었다. '인간 희극'이라는 제목으로 연작 소설을 써서 인간 세상을 묘사했던 발자크의 시도에서 동기를 부여 받은 졸라는 자신도 하나의 집약된 주제의 흐름 안에서 연작 소설의 실험을 시도하였다. 졸라의 조국 프랑스는 대혁명 이후 정치적 격변을 거듭하였다. 그런 가운데 자신이 생애에서 경험한 제2 제정기 프랑스 사회를 생생하게 그려내고자 하였다. 그런 뜻을 품고〈루공 마카르 Le Rougon-Macard〉라는 이름의 총서로 연작 소설을 집필하였다(1871-1893). '실험소설론'이라는 명제 아래 문학이론을 스스로 견지하면서 이런 작업의 이론적 근거로 삼았다.

  처음에는 삶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그의 사실적 묘사 방법이 사람들의 감정에 제대로 파고들지 못하였다. 일부 독자들에게는 반감을 사기도 하였다. 그렇게 세간의 주목을 크게 받지 못하던 졸라의 문학이 1877년 발표한〈목로주점〉의 성공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호평을 받으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그 이후 연이어 성공적인 작품들을 내놓으며 유명세를 이어갔다. 1885년에 발표한〈제르미날〉도 그런 가운데 탄생한 작품의 하나다.

『제르미날』의 이야기 배경은 서구에서 급속하게 산업화가 진행되다가 경제공황기를 맞는 시기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회의 모순 구조와 불평등 그리고 자본의 착취 속에 처한 노동자들의 실상과 생존 투쟁의 현실이다. 노동자 계급의 형성과 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련, 절망, 각성, (파업)투쟁, 실패, 희망 등을 가감 없이 사실적으로 서술하려고 노력했다. 제르미날(Germinal)이라는 제목의 뜻은 혁명력(革命曆)의 제7월인 '아월(芽月)'을 뜻한다. 이 제목의 뜻 속에 이야기의 배경을 암시하는 내용이 내포되어 있다.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에티엔느 랑티에는 연작의 앞선 작품인《목로주점》에 등장했던 제르베즈와 랑티에의 셋째 아들로 설정되었다. 한 업자의 밑에서 기계공으로 일하다가 주인과 마찰을 빚고 해고되어 일자리를 잃은 에티엔느는 프랑스 북부로 떠난다. 그리고 몽수 탄광에서 광부로 일하게 되었다.

탄광촌의 생활을 시작하면서 광부 가족인 마외 일가를 알게 되고 그 댁의 젊은 딸 카트린느와도 친해진다. 나날의 삶 속에서 광부들의 비참한 삶을 목격하면서 인간적 고뇌를 깊이 느낀다. 또한, 광산 회사의 주인을 비롯한 부르주아들의 사치스러운 삶도 접하게 되면서 불평등과 부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 마음 속에 파고드는 분노도 크게 느낀다.  

그런 상황에서 회사가 경제난을 이유로 광부들의 임금을 삭감하기로 한다. 노동자들은 절망에 빠지면서도 어쩔 도리 없다며 체념하는 분위기였다. 에티엔느는 사람들을 설득하며 저항에 나선다. 처음에는 크게 호응을 받지 못했으나 그의 언행에서 전해지는 희망의 메시지가 반응을 일으키며 결국 동맹 파업을 전개하게 된다.

파업이 시작되자 회사는 강경한 태도로 대응한다. 여러 날의 투쟁이 지속되면서 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더 생활고에 시달리며 지쳐간다. 군대가 개입하여 무력으로 진압하며 사태를 수습하려 하자 광부들이 반발하게 되고 충돌 과정에서 군인들이 발포를 한다. 이 때 에티엔느의 하숙집 주인 마외를 비롯하여 여러 명의 파업 참가자들이 죽음을 당한다. 직면하는 비극 앞에서 탄광 노동자들은 좌절하게 되고 파업은 결국 실패로 끝난다. 회사는 겉치레 선심으로 회유하며 노동자들을 일터에 복귀시킨다.  

파업을 통해 희망과 좌절을 모두 경험한 광부들은 여러 가지 교차하는 생각들을 삭히며 다시 일을 시작한다. 그 때 무정부주의자 일꾼인 수바린이 갱도를 무너지게 만든다. 그로 인해 몇 명의 광부들이 사망한다. 삼각 연인 관계를 이루는 에티엔드, 카트린느, 샤발은 광산에 갖히게 된다. 샤발은 에티엔느를 해치려다가 자기가 죽음을 당한다.  탈진하여 극한 상황에 처한 채 구조를 기다리다가 카트린느는 견디지 못하고 에티엔느의 품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에티엔느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구사일생으로 죽음의 갱도에서 빠져나온다. 그리고 광산을 뒤로 하고 파리로 떠난다. 그는 몽수 탄광에서 파업이 실패하였지만 언젠가는 노동자들이 더 각성하고 연대하여 부조리를 꺾어 나가리라는 소망을 마음에 품는다.

에밀 졸라는 『제르미날』에서 현실의 참상을 묘사하면서 사회의 진보에 대한 희망과 난망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메시지의 방점은 긍정에 찍혀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주의 관점에서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할 때 노동자들의 대파업을 성공적으로 그릴 수는 없었지만 작품의 흐름 속에서 그 희망의 싹을 틔워놓고 있었다. 사회의 부조리가 저항을 받고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져 가는 세상의 움직임을 당연스럽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