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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행보와 성급한 정당해산 결정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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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국가의 법률적 가치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다. 사안의 판단이 경솔하거나 헌법외적 요인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 오로지 헌법의 정신에 의하여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2014년 12월 20일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한 것은 그 시점, 이유, 근거 등에서 많은 논란의여지가 있고 민주주의 후퇴의 우려를 낳는다.
  
통합진보당이 여러 가지 사건과 관련된 논란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합당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여론이 존재하지만 그 책임이 곧 해산을 의미하거나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비판이나 문책의 필요성과 배척이나 탄압의 합리화는 전혀 다른 것이다. 여론의 일시적 감정을 넘어 헌법의 정신을 지키는 것이 바로 헌법재판소의 사명이자 책무이다.  

현재 통합진보당 사건이 대법원에서 재판 중에 있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국면에 있다. 차분하게 사리를 가려 소수 여론까지 포함하여 모든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맥락에서 신중히 처리해야 할 사안을 상식적 예상보다 서둘러 정치적 오해의 여지가 있는 시점을 무리하게 선택하여 결정을 내린 것은 헌법재판소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경솔해 보이는 행보다. 사법기관 간의 이해관계나 정파적 계산이 개입한 것으로 이해하지 않을 수 없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근거보다 이념, 잠재적 유해성 또는 추정에 주로 근거하고 있다. 다분히 심증과 주관적 관점에 근거한 것들이 많다는 점에서 헌법이 지향하는 증거주의 정신을 스스로 훼손하며 재판관들의 이념적 편향성에 따른 자의적 판단이 개입했다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여론재판을 대변하는 느낌이다. 재판소가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자의적 판단으로 정당을 해산하는 것은 위험하다. 헌법재판관 다수가 의기투합하면 어느 정당이든 자의적으로 해산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전제로 한다. 서로 다른 의견, 사상, 이념들이 공존하며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건강한 국가사회를 보장한다. 다양한 이념과 노선을 포용하지 못하는 사회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다. 시급하고 가시적인 물리적 폭력이나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한 정당은 선거를 통해 그 이념과노선과 정책에 관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한다. 헌법재판소는 '공안'법원도 '정치'법원도 아니다. 오히려 권력과 다수의 횡포로부터 소수자의 권리까지 보호하기 위해 헌법이 존재하고, 그 권리를 보호해야 할  헌법재판소가 거꾸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지 않은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