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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언어가 격 없이 너무 거칠고 생뚱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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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규제를 많이 없애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길로틴', 즉 '단두대'라는 말을 썼다.  전에도 '암덩어리', '원수' 등의 표현을 자주 써서 상식 있는 국민의 거부감을 일으켜 왔다. 한 동안 자제하는 듯하여 잊혀질만 한 때에 또 다시 반복하고 있다. 계산된 목적에 따라 듣는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한 수사학인 것 같은데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대통령으로서 '박근혜 수사학'은 많은 문제점을 보여왔다. 이번에 사용한 '단두대'라는 표현만 놓고 볼 때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그 가운데 두 가지를 먼저 꼽아 볼 수 있다.

첫째는 통치권자가 국민을 향해 너무 거친 표현을 써서 공포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점이다. 단두대의 용도가 무엇이었는지를 아는 사람들에게 그 말은 듣기에 섬뜩한 표현이고 공포의 상상을 일으킬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 걸맞지 않는 공포정치를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라면 그런 언행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둘째로 용어의 선택이 맥락에 맞지 않아서 생뚱맞고 자칫 '천박한' 느낌까지 준다는 점이다. 잘 알다시피 단두대는 프랑스의 기요틴이라는 사람이 고안한 것으로서 극형을 처하는 방법의 하나이고, 혁명 중에 루이 16세와 왕후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롯한 기득권의 상징적 인물들 목을 자른 물건이다. 그 이후 사람들에게 남겨진 이미지는 분노한 민중이 억압하는 군주와 기득권자들을 처형하는 수단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단두대를 언급한다는 것은 스스로 처단되어야 할 권력이라는 연상을 일으키기에 적합하다. 행정수행의 방법을 강조하는 것도 스스로 '구제도'의 중심에 있어서 혁명의 대상이 된다는 인상을 불러 일으키기 쉬운 비유 방식이다. 정말로 자신과 현 정부가 부조리한 구제도의 주체라는 것을 자임하며 속죄의 상징적 수단으로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수사학적 '자충수'라 아니할 수 없다. 표현의 함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피상적으로 강한 어감만 빌리려 했다는 인상을 진하게 풍긴다.

정치적 효과를 위해 무리한 수사학의 충격 요법을 참모들이 고안해 내고 대통령은 성찰과 고민도 없이 따라 쓰는 것 같아 보이는데 그 순기능 보다는 역기능이 더 크다는 점을 잘 인식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수사학을 원칙과 격에 맞게 순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