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8-2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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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하재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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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암'이라 불리는 바위다. 제법 경사가 있는 바위 암릉 내리막이 나타난다. 위험한 구간이라 밧줄도 걸려 있다. 바위 곳곳 돌양지꽃 천지. 밟지 말라 아우성치니 조심하며 내려선다. 큰까치수염꽃에 이번엔 비비추가 연이어 꽃길잔치를 벌였다. 나리꽃까지 합세다. 꽃길이 주춤할 즈음 키 큰 소나무 길을 지난다. 심심할 틈이 없다. 냉장고에서 갓 꺼내 마신 박카스의 맛이다. 성주산 장군봉에서 문봉산 방향에 있는 암봉의 밧줄 구간. 정신 팔려 걷다 보니 어느새 문봉산(633m). 문봉산까지 온전히 보령 땅이며 이제는 능선 양쪽으로 동쪽은 부여, 서쪽은 보령이다. 문봉산에서 성태산 방향으로 성주지맥이 이어진다. 상수리재 이정표 방향 따라 남쪽 만수산 방향으로 향한다. 만나는 넓은 공터는 인근에 상수리나무가 많은지 상수리고개란다. 비로봉을 지나 커다란 정자가 있는 전망대에 올라 잠시 누워 한갓진 여유도 즐겨본다. 비로봉에서 이어지는 전망대~만수산 구간은 보령과 부여 양쪽에 위치한 성주산자연휴양림과 만수산자연휴양림을 연결하는 주요 등산로다. 휴양림을 연계한 산행도 꽤 괜찮은 코스다. 곧 만수산 정상이다. 정상석은 안 보이고, 탄광 주의 노란색 안내판에 누군가 써 놓은 만수산 '574.4m'만 있다. 전망대로부터 0.5km로 가깝다. 무량사까지 하산만 남았다. 거리는 0.7km. 내려서며 걷다 보니 등산로 정비를 했다. 옆으로 세워둔 목책이며 줄이 반질반질 새것이다. 무진암 갈림길을 지나 무량사 입구. 매월당 김시습 부도가 바로 옆에 자리한다. 김시습은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이곳 만수산에 안긴 무량사에서 생을 마감했다. 무량사 산신각 옆의 계곡물. 무량사 경내로 향한다. 천왕문 안에 발을 딛고 서니 정면으로 석등~오층석탑~극락전이 나란하다. 절묘하다. 넓고 깔끔한 경내가 조용하다. 무량사는 보물이 특히 많은데 아미타삼존불을 모신 외관상 2층 구조의 극락전과 내부의 소조아미타삼존불, 그 앞의 오층석탑, 석등, 괘불(미륵불), 김시습 초상화 등이다. 문화재로는 절 입구의 당간지주, 김시습 부도 등이 있다. 전각을 옮겨 다니며 둘러보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린다. 이 정도면 박물관이 따로 없다. 산신각을 둘러보고 나와 계곡물에 손과 얼굴을 씻는다. 설잠 스님(김시습)이 전국을 떠돌다가 마지막을 이곳에서 보냈다고 하니, 어쩐지 이곳 무량사가 더 특별하고 어떤 매력이 또 숨어 있을지 발길이 느려지며 계속해서 두리번거리게 된다. 총 15km 정도. 차량 회수는 택시로 25분 거리, 2만~3만 원 정도 나온다. 산행길잡이 성주산과 만수산은 비교적 짧은 코스가 많다. 보통 반나절 코스로 성주1리 마을회관이나 물탕골에서 성주산 장군봉을 경유, 문봉산 갈림길에서 편백나무숲~물탕골로 하산하거나 문봉산을 경유하는 5.5~9km 코스를 탄다. 성주2리 백운교에서 백운사, 성주산 장군봉으로 올라(문봉산 경유) 편백나무숲~물탕골 성주1리 마을회관으로 하산하는 6.5~10km 정도 코스도 보편적이다. 성주사지 뒤쪽 왕자봉 왕복 코스 4.4km도 한 호흡으로 걷기에 괜찮다. 무량사~만수산~비로봉~태조암~무량사 약 8~9km 또는 무량사~만수산~비로봉~도솔암~무량사 8.5~9.5km, 무량사 주차장에서 도솔암~비로봉을 지나 태조암으로 하산하는 원점 7km 등도 입맛 따라 걸어보기 좋다. 들날머리를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약간의 거리 차이는 있다. 주변 관광지 산행 전후 함께 찾아보면 좋을 곳들이 많다. 보령 성주사지는 성주산과 오랜 세월 함께한 곳으로 신라 말 구산선문 중 하나다. 백제시대부터 1,000여 년에 걸쳐 수차례 중수과정을 거쳤고, 고려시대 한 차례 크게 확장돼 조선 중기까지 존속하다가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 보령석탄박물관은 의외로 관람하기 좋은 곳이다. 충남은 전성기 때 전국 2위의 석탄 생산량을 자랑했다. 그중에서도 충남 석탄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했던 곳이 보령 성주를 중심으로 한 탄전이다. 성주산~만수산 일대가 폐광된 탄광이 많아 둘러보면 산을 아는 데 더 도움이 된다. 더운 날 수갱 체험 승강기를 타고 즐기는 지하 400m, 15.3℃의 시원한 자연 바람은 놓치면 후회다. 보령냉풍욕장도 더운 여름에 방문하기 좋고, 차로 이동 가능한 옥마산패러글라이딩 이륙장에서 서해 조망도 보기 좋다. 정아네 표고버섯농장의 얼음 동동 도토리묵 한 그릇. 맛집 무량사 일주문 앞 식당가 중 정아네표고버섯농장(010-6344-1368)은 이곳에서 나고 자란 토종 여사장이 운영하는 친절 맛집이다. 계곡물에 발 담그고 식사도 가능하다. 삼계탕(미리 주문), 도토리묵, 파전 등을 낸다. 광명식당(041-836-5176, 010-8005-5176)의 버섯덮밥과 탱글탱글 도토리묵도 인기 품목.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 휴무, 영업시간 11~17시. 만수산자연휴양림 내 등산로 입구. 두 번째 산행코스 _ 만수산휴양림~비로봉~만수산휴양림 슬기로운 여름 산행 생활, '휴양림 to 휴양림' 이번 여름 조금만 움직여도 얼굴과 몸에서 땀이 줄줄, 땀샘이 제대로 열렸다. 이렇게 뜨거운 날엔 아무리 산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도 집 나서기를 주저하게 된다. 때론 이런 주말은 어떨까. 휴양림 하나 예약하고 가볍게 주위 산 한 바퀴 산책하기. 충남 보령의 성주산자연휴양림과 부여의 만수산자연휴양림은 만수산~전망대~비로봉 능선을 기준으로 서쪽과 동쪽에 각각 자리한다. 모두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한다. 교통 편의상 환종주가 가장 편하고, 성주산을 경유하며 성주산자연휴양림이나 만수산자연휴양림으로 하산, 또는 만수산을 경유해서 출발했던 자연휴양림으로 원점회귀 등이 땀 적당히 내며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코스들이다. 1992년 개장한 만수산자연휴양림은 산세가 연꽃처럼 여덟 계곡으로 형성되어 있고 생태계 보전이 잘되어 있다. 울창한 숲속에 자리해 경관이 수려하고 노송과 천연림이 조화롭게 절경을 이뤄 2023년 산림청 100대 명품숲에도 선정됐다. 매표소 들어가기 전 왼쪽 넓은 주차장에 주차한 후, 매표소로 향한다. 자연휴양림은 숙박시설 사용료 외 입장료와 주차료가 있다. 일반 입장료는 개인 1,200원(단체 20인 이상 900원). 입구에 부여군 목재체험행사 참가료 5,000원에 목재 도마 만들기도 할 수 있다. 접수 방법은 별도 문의 041-836-7767. 기간은 8월 30일까지 11~12, 16:30~17:30. 준비 수량 소진 시 행사가 조기 종료될 수 있다. 휴양림 입장 시간은 9~18시. 매표소 직원과 잠시 인사 나눈다. 일요일 오후라 주위는 사뭇 조용하다. 휴양림 안쪽으로 들어가자 다리가 보이고 야자수 매트가 깔린 산책로와 오른쪽으로 등산로 이정표가 보인다. 뱀 및 독충주의 표지판 그림도 함께 있다. 돌로 만들어진 계단 따라 말라버린 낙엽이며 잔가지들이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숲으로 들자 풀벌레 소리에 귀가 틔고, 길 저 앞으로 작은 고라니 한 마리가 껑충대며 뛰어 몸을 감춘다. 잿빛 돌계단을 밟고 오르며 고개를 들자 온통 연둣빛이 내려앉았다. 목책 계단 오름 뒤 편안한 능선이 이어지며 흙빛의 순한 길이 반긴다. 일제의 만행, 상처 난 소나무에 온기가 전해질까 해서 손을 가져다 대본다. 명품 노송숲의 상처 능선 하나를 살며시 올라서니 임도다. 문봉산 남쪽 아래 상수리재에서부터 연결되어 만수산휴양림까지 이어진다. 꼬불꼬불 거미줄처럼 연결된 임도는 지난날 탄광이나 소나무 송진 때문에 만들어졌을까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어느 길이든 대부분 정상에 올라가려면 이 임도를 거쳐 지나가게 된다. 솔잎이 내려앉은 나무계단을 올라 이어지는 목책 오름길, 생살을 째서 벗겨놓은 소나무의 상처에 가만히 손을 대본다. V자로 깊게 패인 이 상처는 일제 말기에 자원이 부족한 일본군이 한국인을 강제 동원해 군수물자인 항공기 연료용으로 송진을 채취한 자국이다. 80여 년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다. 휴양림에서 1.3km(상수리재 1.8km, 비로봉 1km 갈림길) 이정목이 있는 안부로 올라선다. 능선 따라 봉우리 하나 지나 비로봉 능선으로 합류하자 길이 나뭇가지로 막혀 있다. 잔가지 몇 개 꺾어 사람 다니는 길답게 정리해 둔다. 나무들이 워낙 쑥쑥 자라니 사람들이 한동안 다니지 않으면 금방 또 막히긴 할 것 같다. 백운사 오솔길. 소나무들이 춤을 추는 초록 세상. 전망대 태조암 갈림길을 지나 잠시만 오르면 비로봉 정상. 약 55분이 흘렀다. 중앙에 쉴 수 있는 의자가 하나 있고 지도가 그려진 안내판이 있다. 전망대까지 1.2km에 만수산 정상까지 0.3km, 합이 왕복 3km다. 시간이 있다면 다녀와도 좋겠지만 이번 걸음은 휴양림 한 바퀴 산책으로 나섰으니 만수산자연휴양림으로 홀가분히 돌아선다. 평탄한 숲길을 지나 제법 가파른 철제 계단을 내려서니 임도와 만난다. 올라올 때 만났던 그 임도다. 여기서 휴양림까지 0.7km. 잘 다듬어진 넓은 돌계단을 내려선다. 목교를 건너면 만수산자연휴양림과 직접 연결돼 숙박동(0.5km)으로 향한다. 휴양림 물놀이장은 아직 개장 전. 직원은 7월 중순 정도 비가 내리면 청소와 정비를 하고 개장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기우제라도 지내고 올 걸 그랬다. 성주산자연휴양림. 성주산자연휴양림 휴양림 에워싼 편백나무 따라 2km 방문 시점이 7월 초. 만수산자연휴양림보다 성주산자연휴양림이 한발 빠른 모습이었다. 입구 주차장부터 빼곡했다. 다리 건너 야영장은 시끌시끌하다. 꽤 굵은 소나무 곁 안내판에 나무를 1분 이상 안아 주며 "사랑해 나무야! 네가 있어서 정말 행복해~!"라고 말해 주란다. 트리허그다. 1973년 인도에서 일어난 '비폭력 벌목 반대 운동'인 칩코Chipko(힌두어로 껴안기)에서 유래됐다. 물길을 건너 산책길로 옮겨간다. 걸으면서 읽어볼 거리도 많다. 제1야영장을 지나 소형주차장 옆쪽으로 만수산전망대로 향하는 등산로가 있다. 나무계단 따라 잠시 산 맛 좀 볼 겸 올라 본다. 전망대 갈림길(2.2km)에서 숲속의 집 방향으로 짧게 한 바퀴 돈다. 아래쪽에 비하면 위쪽은 제법 조용하고 한산하다. 쭉쭉 뻗은 편백나무숲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트리허그도 하고, 흔들흔들 그네의자에 앉아 개운하게 피톤치드 목욕도 즐겨본다. 편백향으로 훈연한 몸으로 계곡에 되돌아온다. 흘러내린 물줄기 따라 사람들이 물놀이 중이다. 어린아이가 함께하는 가족단위가 많아 저절로 미소 짓게 한다. 첨벙첨벙 계곡 바위 틈바구니에서 뭔가를 열심히 찾는 가족들, 폭포수 아래 쏟아지는 물에 얻어맞는 게 짜릿한 아이, 물속을 이리저리 오가며 즐거움에 연신 소리 지르는 천진난만 개구쟁이들. 아이들도 그 곁의 어른들도 더불어 신났다. 꽃을 품은 골짜기라는 화장花藏골에 자리한 성주산자연휴양림 한 바퀴 산보는 더위 산행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이기에 차고도 넘칠 만큼 충분했다. 문의 041-934-7133. 입장료 개인 1,000원. 야영장 데크 이용료 소형 1만3,000원. 중형 1만8,000원. 대형 2만3,000원. 데크 및 야영장 이용 시간 12~다음날 11:00. 물놀이장 이용 시간 8월 24일까지 10:00~17:00. 날씨에 따라 사용시간 변동 및 이용 제한. 산행길잡이 기사로 소개한 코스 외에 무량사나 무진암에서 올라 만수산~전망대~비로봉~만수산자연휴양림 약 7~8km, 무량사에서 도솔암~만수산휴양림~비로봉~태조암~무량사 약 10~11km, 성주산자연휴양림에서 올라 갈림길에서 편백나무숲길~숲속의집 방향의 짧은 3.6km, 성주산자연휴양림에서 올라 만수산~전망대를 돌아 내려오는 약 7.5~8km 코스도 좋다. 좀더 긴 산행을 원한다면 백운사~성주산~문봉산~비로봉~전망대~만수산~성주산자연휴양림으로 하산 약 14km 코스도 나쁘지 않겠다. 주변 관광지 인근 부여 반교마을 돌담길이 유명하다. 국가등록문화재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머문다는 휴휴당도 있다. 외산면 만수리의 독수리 머리 모양의 깎아지른 절벽인 수리바위도 잠시 들러서 볼 만하고, 아미산과 양각산 사이의 보령호 둘레길도 좋다. 애향의집에서 도화담리까지 7km, 도화담리에서 용수리은행나무까지 8.8km, 용수리은행나무에서 폭포전망대까지 2.7km, 폭포전망대에서 서짓골 성지까지 2.6km 코스다. 보령호 둘레길 드라이브코스는 총 27km로 35분 정도 소요된다. 맛집 차이나 중화요리(041-935-3286)는 돼지고기모둠짬뽕, 라조면(옛날 광산 시절 광부가 짬뽕에 짜장을 섞어 먹었던 음식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맛집. 가게 앞 주차 공간 있고 인근 웅천농협 옆 공터에도 주차가 가능하다. 먹보식당(010-2332-5919)은 불고기쌈밥, 두루치기쌈밥, 찌개 및 서리태콩국수 등을 판다. 8~22시 운영. 아침 식사 가능. 주차는 임수대마을회관 옆. *등산 지도_특별부록 지도 참조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