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

천하제일인을 넘보았으나 마종도와 대적하는 순간 그런 마음 따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백경 그의 가슴에 적중한 마종도의 혈발은 심맥을 갈가리 찢어 놓았고
마종도의 혈발이 스치고 지나간 왼팔은 주인을 잃고 바닥을 나뒹굴고 백경 있었다. 백경 서문적은 흐릿해지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이미 철무련의 기세는 크게 꺾여 있었다. 아니
련주인 철무성이 당 백경 하는 순간 이미 철무련의 패배는 정해져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백경 '이대로 끝인가? 기적은 일어... 나지 않는가?'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 백경 하나 그는 쉽게 정신을 놓을 수 없었다. 백경 중원의 심장부가
중원 무림 그 자체가 북원의 무인들에게 짓밟히고 있었다. 죽음보다 더한 치욕이었다. 백경 이 치욕은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이다. 백경 서문적이 발작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마종도의 얼굴이 보였다. 백경 "만족하는가? 허나 일시적으로 철무련을 점거할 수는 있어도 지배 할 수는 없을 터." 백경 "철무련을 점거하고 싶은 마음 따위는 없다네. 이걸로 충분하니까. 백경 중원의 심장부를 우리 손으로 정벌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초 원의 무인들은 희망을 품을 수 있겠지. 애당초 그런 전쟁이었다네. 이 백경 번 전쟁은..." "그런..." 백경 "저물어 가는 북원제국을 위해 대제가 일어나셨고
우리는 그분을 백경 위해 움직인다. 천수(千手)의 주인이시여
당신은 내가 싸워 본 인물들 중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먼길 잘 가도록..." 백경 마종도가 허공에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백경 퍽! 순간 소성과 함께 서문적의 머리가 터져 나가며 선혈이 사방으로 튀 백경 었다. 그것이 한 시대를 풍미한 천수장 서문적의 최후였다. 백경 "으음!" 마종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가슴에 지독한 통증이 느껴졌기 때문 백경 이다. 백경 천수장이라고 하더니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그 누구도 단 일 수에 천개의 수영을 만들어 내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마종도조 백경 차 서문적과 직접 겨루기 전에는 사람으 힘으로 단 일 수에 천 개의 수 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하나 이제는 믿을 수 백경 있었다. 실제로 그런 남자와 겨뤄 봤으니까. 백경 혈천수라공으로도 완벽하게 천수를 막아 내지 못해 가슴과 허리에 몇 번의 손길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 덕에 마종도는 심한 내상을 입고 백경 말았다. 백경 지독한 통증에 뼈마디가 울렸다. 그러나 그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백경 이곳은 전장이었고
그는 전장의 승리자였다. 전장의 승리자다운 표 정으로 승자의 권리를 누려야 한다. 백경 감사악이 사존의 일인인 선음천녀 홍인화의 시신을 밟고 서 있는 모 백경 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역시 마종도를 보았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 었다. 백경 압도적이라고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대승이었다. 오백 명의 정예 중 삼백이 죽고 이백여 명만이 살아남았다. 대부분 백경 이 삼성대의 정예들이었다. 나머지 인물들은 철무련의 무인들과 더불 어 장렬히 산화했다. 백경 구양대극은 무거운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백경 시신이 산을 이루고 있었다. 그중에는 흑혈성의 무인들도 섞여 있었 다. 구양대극의 시야에 눈을 부릅뜨고 죽은 낯익은 무인의 시신이 들 백경 어왔다. 백경 "종... 평" 익히 알고 있는 사내였다. 백경 흑성대의 일인으로 아내와 일곱 살 먹은 아들을 두고 있는 한 집안 의 가장이었다. 또한 흑성대에서 제일 열성적으로 무공을 익히던 사내 백경 였다. 백경 구양대극은 무릎을 꿇고 그의 눈을 감겨 주었다. "편히 가거라. 너의 가족은 내가

구중부의 무인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누군가가 백경 단상으로 올라왔다. 백경 철대선생의 눈이 반짝였다. 올라오는 사람은 그 역시 잘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종남파의 태상 백경 장로인 현무겸이었다. 그는 현무겸에게 약간의 눈인사를 한 후 자리를 양보했다. 그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었지만 이곳에서 아는 척을 할 백경 수는 없었다. 백경 현무겸은 단상 위에 올라와 호흡을 골랐다. 모든 이들이 자신을 바 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창노한 목소리로 백경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백경 "군웅 여러분
철무련이 설립된 지 어언 십여 년이오. 그동안 철무련 은 많은 역할을 해 왔소. 북원의 무인들을 견제하고 민생을 안정시키 백경 는 일까지. 허나 모든 일이 모호하외다. 북원의 무인들이 보이지 않은 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오. 아니
오히려 백경 보이지 않아서 더욱 불안하오. 이런 상황에서 철무련을 해산하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소이다. 무림인의 본분은 바로 의(義)외 협(俠) 백경 이오. 지금 상황에서 철무련이 해산하면 강호에 의와 협이 사라질 것 이오. 그렇기에 당금의 상황은..." 백경 이미 준비되었던 듯 그의 생각은 언어가 되어 거침없이 장내에 울려 백경 퍼졌다. 목청을 돋우지는 않았지만 그의 내공은 매우 심후해 사람들의 귓전 백경 에 또렷이 울려 퍼졌다. 백경 '사백조님...' 백경 검한수는 단상에서 강경일변도의 일장연설을 토해 내고 있는 현무 겸을 바라보며 아릿한 눈빛을 했다. 백경 그는 십기 소속 무인들의 배려로 군웅전에 들어올 수 있었다. 비록 백경 맨 뒷자리밖에 차지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강호의 군웅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 들어온 것이다. 백경 사백조인 현무겸이 연설하는 가운데 대사형인 서문익의 모습이 보 백경 였다. 팔짱을 낀 채 묵묵히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바위처럼 굳건 한 기도를 풍기는 그의 좌우로 사형들이 서 있었다. 백경 본래라면 그곳에 자신의 자리도 있어야 했다. 하나 불행히도 그의 백경 자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것 같았다. 검한수는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백경 '반드시 저곳으로... 사형들의 곁에 당당히 설 것이다. 비록 지금 백경 은 미약하고 힘이 없지만 나 혼자의 힘으로 일어서 당당히 종남으로 돌아갈 것이다.' 백경 그는 주먹에 피가 날 정도로 꽉 쥐었다. 하나 그는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 백경 '소호 누님은 결코 대군웅회의가 온전하게 진행될 리 없다고 하셨 백경 다. 그러니 변고가 나기 전에 조짐이 있다면 내가 감지해야 한다. 그것 이 나의 몫이다. 그리고 형님이 말씀하신 지옥불사강시의 징후를 찾아 백경 야 한다. 분명 여기 어딘가에 그들이 있을 것이다.' 백경 그는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자 그의 곁에 있던 십기 소속의 무인들이 한쪽 눈을 찡긋했다. 백경 이제까지 모든 임무에서 열외되어 있던 그들이지만 대군웅회의같이 무 림의 앞날을 결정하는 중요한 행사를 경계하는 일에서 열외가 될 수는 백경 없었다. 백경 십기의 무인들 중 우두머리 격인 남문호와 곽대산이 그의 곁을 든든 하게 지켜 주고 있었다. 백경 * * * 백경 조용하게 시작하여 차츰 힘이 실리는 현무겸의 목소리에 많은 사람 백경 들이 빨려 들고 있었다. 그의 말이 이어질수록 구중부를 지지하는 무 인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백경 그러나 현무겸을 바라보는 황보군악의 표정에는 보일 듯 말 듯한 미 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백경 '아직까지 깨닫지 못하는 모양이군. 시대의 흐름을...' 백경 시대는 자신을 택했다. 오대세가의 수장이자 오룡맹의 태두인 자

백경 나소한이 뭐라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백경 철산의 눈에 어린 다급함을 읽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를 일상에 찌 들어 사는 자신들과는 비할 수 없는 다급함. 그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백경 거는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눈빛이었다. 삐이익! 삐익! 삐이이익! 백경 그때 한 줄기 휘파람 소리가 빈민가에 울려 퍼졌다. 백경 "대장
또 누군가 이곳에 들어왔대. 어른이라는데." 한 소년이 단숨에 휘파람에 담긴 뜻을 해석해 나소한에게 말했다. 백경 "뭐?" "게다가 수도 많고 무척이나 살벌해 보인다는데." 백경 "그런!" 백경 나소한의 얼굴빛이 변했다. 대개 이곳에 낯선 사람이 찾아온다는 것 은 결코 좋은 일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었 백경 다. 백경 철산의 얼굴 또한 심각하게 변했다. 본능적으로 이곳의 공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았기 백경 때문이다. '설마 그들이? 아직 시간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는데...' 백경 철산의 머리가 맹렬히 회전을 시작했다. 백경 * * * 백경 빈민가에 낯선 이들이 들어오는 순간 그들의 움직임은 빈민가의 아 이들을 통해서 나소한의 귀로 전달됐다. 백경 빈민가는 마치 거대한 생물과도 같았다. 그들의 이목은 마치 문어의 다리와 같아 사방팔방으로 뻗지 않은 곳이 없었다. 덕분에 나소한은 백경 움직이지 않고서도 그들의 동향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백경 "모두 열두 명
왠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풍긴대. 거기다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 같다고 하는데." 백경 나소한의 말에 철산의 얼굴에 심각한 빛이 떠올랐다. 백경 "실수다. 이들을 추적하느라 나의 흔적을 지우는 것을 신경 쓰지 못 했다. 저들 역시 내가 이들을 추적한 것처럼 나의 흔적을 거슬러 왔을 백경 것이다. 이런...!" 백경 자신을 추적하는 이들은 마종도 직속의 추적조인 혈살대(血殺隊)였 다. 그들의 임무는 목표의 포획과 회수였다. 그리고 정 여의치 않으면 백경 세상으로부터의 말살까지 허락된다. 마종도가 혈사대를 보냈다 함은 상황이 허락하지 않으면 자신을 죽 백경 이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백경 철산은 다급히 나소한에게 말했다. "저들은 나를 찾아온 이들이야. 살고 싶으면 이곳을 피해. 혹시라도 백경 그들을 만난다면 나를 봤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마." "뭐야? 그렇게 무서운 사람들이야? 하지만 우리도 그렇게 호락호락 백경 한 사람들..." 백경 "닥치고 내 말 들어. 말로 통할 사람들이 아냐. 사람의 목숨을 파리 보다 가볍게 생각하는 놈들이 바로 그들이야." 백경 "......" 철산의 표정은 절실했다. 백경 그제야 나소한은 깨달았다. 철산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백경 "나를 찾는 사람들이야. 일단 내가 몸을 감추면 나를 추적할 거야. 허나 혹시 모르니까 하는 말이야. 행여 그들이 나에 대해 묻더라도 절 백경 대로 보지 못했다고 해. 사소한 트집만으로도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가 는 존재가 바로 그들이니까. 내 말 명심해." 백경 "으응!" 백경 "그럼
나 갈게." 백경 처음엔 이곳에 머물면서 전왕의 행방을 수소문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제야 현실을 깨달았다. 저들이 추적하는 한 자신은 한 곳에서 머물 백경 수 없었다. 자신이 한 곳에 머무는 한 언젠간 저들이 찾아올 것이다. 철산은 나소한의 손을 꼭 잡았다 놓고 몸을 날려 빈민촌 밖으로 달 백경 려 나갔다. 그가 향하는 곳은 만물장이었다. 백경 나소한은 멍하니 철산이 사라진 방향을 보았다. 문득 손에 차가운 느낌이 들어 바라보니 눈부시게 빛나는 은화 몇 개가 쥐어져 있었다. 백경 이제

이 까마득히 닥쳐오는 관군들을 향하여 땅을 박찼다. 터어엉! 백경 다수를 맞이하는 싸움으로 따지자면 청풍만큼 경험이 많은 사람도 드물다. 적 들에게 포위당했을 때
어떤 식으로 싸워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그였다. 선두에 달려오는 관군의 어깨를 밟고 높이 백경 몸을 띄웠다. 밑에서 올라오는 창날들을 타넘으며 청룡검을 휘두른다. 백야와 용뢰가 도도하게 풀려나오며 십여 개의 창봉들을 단숨에 밀어냈다. 백경 텅! 차차차창! 강맹한 위력을 감당치 못한 관군들이 마구 넘어지기 시작했다. 좁은 길
밀집된 지역에 창봉들이 서로 얽히고 부러진다. 백경 이 곳이 전쟁터도 아니요
죽고 죽이겠다는 살벌함이 없는 싸움임에야 청풍을 막을 수 있는 관병들이 여기에 있을 리가 없었다. 백경 파아앙! 땅에 내려서 두 발 더 내딛고는 갑옷을 입은 지휘관 한 명과 맞닥뜨렸다. 제법 매섭게 창을 휘둘러 왔지만 강호인의 출수는 아니다. 청룡검을 용갑 째로 올려치니
백경 그의 육중한 몸이 이(二)장이나 튕겨나가 그 쪽에 서 있던 관병들 대여섯 명을 넘어뜨려 버렸다. 텅! 터텅! 백경 한 사람을 들고 움직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몸놀림이다. 그러고 보면 전에도 그런 적이 있지 않았던가. 흠검단주
그와 도주할 때에도 사람을 업은 채
달리던 기억이 있었다. “잡아라
잡아! 위연! 자네는 그 활을 장식으로 가지고 있나! 안 쏘고 뭐하나!” 백경 신철이라는 자. 그 전까지의 호통들은 어디까지나 호통일 뿐이었지만
이번 것은 꽤나 위협적이었다. 백경 관군들이 달려드는 것과 위연이 화살을 쏘는 것은 무척이나 다르다. 백명 군인의 창봉보다
궁왕 위연의 화살 한발이 더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위연의 대답은 가관이었다. 백경 “쏘지 못합니다.” 얼굴을 굳힌 신철이다. 이내
말안장을 내리치며 고함을 질렀다. 백경 “뭐라고! 지금 무슨 말을 하는겐가!” 신철이 타고 있는 기마는 그런 갑작스런 행동들이 익숙한 듯
별반 요동을 치지 않았다. 그것을 보는 위연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백경 “여기서 쏘면 관군들이 다치지 않겠습니까.” 신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런 자도 있고 저런 자도 있는 것이 세상사 합당한 이치라지만
이 남자는 심했다. 삼보태감의 남해원정에 참가하여 서역 땅을 밟은 후
백경 인맥을 따라 눌러앉은 곳이 금의위다. 그런 자의 수준이라는 것은 거기까지가 전부인 것이다. “병사들을 물려! 성벽 위의 궁수들도 쏠 준비를 해라!” 백경 그래도 원정을 다녀왔다는 것인지
병법을 아주 모르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용케 성벽 위까지 생각한 그가 내력을 담은 고함을 내질렀다. 처처처처척! 백경 귀호는 이미 진즉에 관군들을 뿌리친 후 성벽 밑에까지 이르고 있었고
청풍 역시도 파죽지세로 움직이며 포위망을 돌파하는 중이었다. 신철의 군령에 빽빽하게 들어찬 군사들이 흩어지니
운신이 자유로워진 청풍은 더욱 더 속도를 올릴 수 있었다. “화살이 온다! 대비해!” 백경 저 앞에서 외치는 귀호다. 귀호의 시선은 귀장낭인에 맞추어져 있다. 청풍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귀장낭인의 안위를 걱정하는 경고였다. 백경 아무래도 좋다. 궁사(弓謝)의 시야를 열리면 화살이 날아올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저 청룡검 검자루를 잡고 내력을 모으는 것 밖에 할 일이 없다. 청풍의 눈이 성벽 위를 향했다. “제길!” 백경 관군들의 철수는 신속했다. 이제 성벽 밑에 움직이는 것은 둘 뿐
귀호가 한 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쪽이다!” 백경 성벽 위로 올라가는 군사용 돌계단이 보였다. 각각 한 사람씩을 짊어진 채
뛰어가는 그들의 발밑에서 진한 흙먼지가 일었다. 파아아! 우우우웅! 백경 계단 쪽으로 거의 당도했을 때였다. 위에서보다 먼저
뒤 쪽에서 끼쳐드는 파공음이 있었다. 콰쾅! 백경 계단 옆에 솟아 있는 난간이 터져 나갔다. 돌가루가 비산하는 가운데
다시 후방으로부터 또다시 파공음이 울려온다. 위연이 쏘아내는 철시였다. 백경 콰

없 지.' "시끄럽다. 네가 내 뒤를 이어 이 집에서 편히 지내려면 무 백경 공을 익혀야 한다. 무공이 싫으면 지금부터 나가서 일을 배워 라. 아니면 앞으로 용돈은 없다." 백경 금검 주진한의 장기는 돈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어린 주유 성으로서는 상대할 수 없다. 주유성이 눈이 서서히 광채를 발했다. 지금까지의 흐리멍 백경 덩함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맑은 눈이다. 주유성의 똑똑한 머 리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빠르게 돌아가며 손익 계산을 했다. 어차피 결론은 하나뿐이다. 백경 주유성이 당당하게 대답했다. "사실 무공이 꼭 배우고 싶었어요." 백경 '무공은 배우는 시늉만 해도 되겠지. 난 아마 무공에 재능 이 없을 거야. 틀림없어.' 백경 주유성은 돈에 무릎을 꿇었다. 주진한은 아무리 자기가 황 금을 검 대신 휘두르는 금검이라고 해도 이런 성과는 예상 이 상이었다. 백경 "네 녀석은 무공을 익히기 전에 정신 무장부터 해야겠구 나. 자고로 무인은 돈에 얽매여서는 안 되는 법이다. 무공을 백경 수련하여 스스로를 갈고닦아야지.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이 무인의 길이다." 백경 주진한의 말에 주유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버지. 우리 집은 무가이고 아버지도 진정한 무인이죠?" 주진한이 자랑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백경 "그렇지. 하남 무림에서 내 이름이 차지하는 바가 결코 작 지 않다." 백경 정확히 말하면 금검의 돈이 차지하는 바가 적지 않다. 금검 의 무공이 꽤 강력하지만 그는 직접적인 무력행위는 거의 하 지 않는다. 백경 "그런데 왜 우리 집은 이렇게 부자이지요?" 주유성의 말에 주진한의 얼굴이 다시 굳었다. 백경 '요 어린 녀석이 지레짐작하는구나. 네 녀석이 내 재산을 알 리가 있냐?' "상업은 가업이다. 재산은 부모님이 물려주신 것이다. 자 백경 식 된 도리로 잘 관리했을 뿐이다. 주신 것을 지키는 것도 효 도이니라." 백경 "잘 관리하는 정도로 하남십대부자가 될 수 있나요?" "어험. 이 녀석. 워낙 많이 물려받아서 그렇단다." 백경 "할아버님 대에는 오십대부자에도 겨우 들었다고 알고 있 는데요?" "우
운이 좋았다." 백경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아버지는 나이 열 살이 넘기도 전에 상재에 눈이 뜨였다고 하셨어요. 당시에 별명이 돈에 미 백경 친 귀... 아
그게 아니라 돈 귀한 줄 아는 분이었다고 하시던 데요? 그 재능을 살려 이미 이십대 중반에 하남십대상인이 되 셨다고 하셨어요." 백경 "소소가 그런 것까지 말해줬냐?" "원래 부지런한 성격이 아니지만 그래도 돈 벌 때만은 열심 백경 히 한다고 하셨어요." 주진한은 할 말이 없어졌다. 사실 그는 돈이 좋기는 좋다. 백경 "요 녀석. 어쨌든 어린 나이에 돈을 너무 밝히는 것은 좋지 않다." "어머니 말씀이 아버지의 그런 성격은 참 보기 좋으니 소 백경 자가 훌륭한 학자가 되는 사이에 혹시 시간이 남으면 상인도 돼보라고 하셨어요." 백경 주진한은 팔불출이다. "소소가 그랬어? 흐흐." 기분이 좋아 웃던 주진한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아들을 백경 발견하고 즉시 정신을 차렸다. '요 녀석. 내가 이래봬도 무림명이 금검이다. 괜히 금(金) 자가 들어가겠냐? 네 녀석은 그래봐야 일곱 살이다.' 백경 좋은 생각이 난 주진한이 새로운 미끼를 던졌다. "알았다. 알았어. 네가 정히 그리 생각한다면 우리 거래를 백경 하자꾸나." "소자 가진 것이 워낙 없어요. 역시 먼저 한몫 주셔야 거래 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백경 "네가 가진 돈으로 하는 거래가 아니란다. 무공으로 하는 거래지." 백경 "무공이요?" 주진한이 나름대로 인자한 웃음을 짓고 말했다. 백경 "그렇지. 무공을 배울 때 네가 분광검법 한 초식을 제대로 익히면 은자 한 냥을 주마. 어떠냐? 이만하면 거저먹기 아니 냐?" 백경 주유성이 그런 부친을 보고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공맹을 읊고 사서삼경을 외운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