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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8-2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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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랭한 씨 아랑곳 내일 들이는 상징과 하는[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강현욱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5일 오후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4층 교수실에서 뉴시스 제주본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8.18.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저에겐 시신은 늘 부담스러운 숙제였습니다. 부검실로 이동하며 망자에게 짧은 기도를 했습니다. '지금 당신 부검하러 들어가는데 조금만 도와 달라고, 실수하지 않도록'"
33년 동안 한평생 부검에만 몰두한 이가 있다. 제주 유일 부검의였던 제주대학교 법의학교실 강현욱 교수(64)다. '사인 규명', 시신에 나타난 실체적 진실을 끄집어 내는 것만이 유일한 성취감이다. 강 교수가 부 로스쿨 등록금 검계를 떠나면서 부검 인력과 장소에 큰 공백이 생겼고 여전히 메꿔지지 않은 상태다. 최근 청춘을 바친 그의 부검 인생을 들어볼 수 있었다.
평생 처음 진지하게 공부한 '부검 감정서'

강 교수는 "학생 때나 수련의 시절 법의학을 전공할 생각은 없었다"며 "공중보건의 시절 우연히, 단지 병리 전문의란 농협변동금리 이유만으로 자의반·타의반 하게 된 첫 사법 부검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평생 그 때 만큼 차분해지고, 진지했던 기억이 없었다"며 "부검을 하면서 한 고유개체가 급작스런 죽음에 이른 과정이 정말 궁금했고, 알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첫 부검을 마치고 부검감정서를 작성하는 순간에 평생 처음 대출이자율 진지하게 공부를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감정서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법의학적 접근이 결여된, 지금 생각하면 얼굴 화끈거리는 단순한 내용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를 계기로 강 교수는 1991년부터 2024년까지 7000구 넘는 시신을 부검했다. 각 시신마다 부검 감정서를 작성했다. 강 교수의 파일은 제주 사회를 뒤흔든 굵직한 사건 수험생할인이벤트 사고를 포함해 다양한 죽음을 목도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시절 '시체에 칼만 대봐라 너도 죽는다', 쉽지 않던 부검

1990년대 초반에는 '부검'에 대한 인식이 극히 부정적이었다고 강 교수는 전했다. 제주시 삼도동 옛 제주의료원 영안실에서 부검의 생활을 했는데, 그때만 해도 유족들의 저항이 무직자대환 완강했다고 한다.

강 교수는 "'시체에 칼만 대봐라 너도 죽는다' '이미 죽었는데 무슨 소용이냐' 등 유족들한테 이런 소리를 듣곤 했다"며 "당시 전경대원들이 병원에서 부검실까지 두 줄로 서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어 "그 가운데로 고개를 푹 숙이고 부검실로 걸어갔던 기억이 난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라도 짚고 넘아야 할 부분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지만 당시엔 무섭기도 했고 답답함도 있었다"고 전했다.
달라진 인식…"이제는 시민들이 전문가"

강 교수는 "현재는 부검에 대한 시민 의식 수준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느낀다"며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사고의 경우, 과거에는 말 그대로 '사고인데 왜 부검을 하느냐'고 저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강현욱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5일 오후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4층 교수실에서 뉴시스 제주본부와 인터뷰 도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25.08.18. woo1223@newsis.com

이어 "지금은 ▲도로에서 차량과 부딪혀 사망한 것이 맞는지 ▲혹시 이전에 사망한 상태에서 유기된 것은 아닌지 ▲차량의 충격에 의해서 사망했다면 어떤 자세에서 충격이 이뤄졌는지 ▲누워있었는지 보행 중이었는지 ▲누워있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보행 중이었다면 차량의 과속 여부는 어떠한지 등 유족 측의 질의 사항이 전문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궁금점이 부검을 통해서 밝혀질 수 있다는 것을 유족들, 국민들이 알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해석했다.
시신에 감춰진 진실을 찾아라 '법의학'

병사, 자살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변사사건에서는 부검을 필요로 한다. 시신을 해부해 죽음에 이르게 된 경위를 명확히 파악하고 타살 등 범죄 연루 가능성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석연치 않은 죽음은 부검이라는 법의학적 절차와 해석이 이뤄져야만 장례를 치를 수 있다.

과거 제주에서 6세 아동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계단에서 넘어졌다'는 신고 내용이었다. 해당 아동을 부검한 강 교수는 신체 곳곳에서 외상을 발견했다. 뇌를 특수염색해 강한 외압이 가해졌다는 근거를 찾아내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단순 실족사가 아닌 지속적인 폭행이 가해졌다는 소견을 냈다.
이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계모의 지속적인 학대 행위를 확인했다. 해당 계모는 아동학대치사죄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법의학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지만 강 교수는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에피소드로 회자될 만한 사건은 예외 없이 누군가에게 큰 아픔"이라며 "모든 부검 건은 조심스럽고 가끔 두렵기까지 했으며, 어쩌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은폐된 살인사건을 밝혀냈을 때는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는 말씀을 조심히 전한다"고 말했다.
부검의와 수사관의 공조, 실체적 진실에 '한 발 더'

강 교수는 단지 시신을 해부하고 살피는 것만으로는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젊은 여성이 사망한 상태로 수로에 유기된 사건이 있었다. 사망 시점이 굉장히 중요한 쟁점이었다"며 "이럴땐 현장에 가서 확인해 보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보니 새벽에 발견된 시신에서 샴푸 냄새가 났다. 피부는 밝고 매끈했으며 시신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얼룩이 없었다"며 "그렇다면 여성이 집에서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사망한지 24시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런 부분은 부검 감정서에 담을 수 없다. 사건 초기 현장에서 강력한 '힌트'들이 나오는데, 부검을 진행할 때 확신을 갖고 임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강현욱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5일 오후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4층 부검실에서 뉴시스 제주본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8.18. woo1223@newsis.com

그러면서 "부검의의 소견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은 경험상 10%를 넘지 않는다"며 "수사상 문제가 되는 부분을 부검을 통해서 해결하고, 역으로 부검을 통해서 제기되는 의문점에 대해서는 수사를 통해서 명확한 근거 확보가 이뤄져야 우리 모두가 궁금해 하는 부분, 즉 '왜 죽었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할 수 있다. 결국 절대적인 상호 신뢰를 전제로 이뤄지는 사안"이라고 피력했다.
33년 부검에 고장난 손목…강현욱에게 부검이란

강 교수는 지난해 4월 정년퇴임을 2년여 남겨두고 메스를 내려 놓았다. 매 부검마다 블레이저, 톱 등 20여가지의 크고 작은 철제 도구를 다루다 보니 결국 손목에 무리가 온 것이다. 부검 장소인 제주대 의과전문대학 4층 법의학교실 한 켠에는 아직도 강 교수의 부검 도구가 소독기에 보관돼 있었다.

그는 "부검은 한 마디로 일종의 특기랄까요. 남들보다 잘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할 줄 아는 일들 중에서 가장 잘 하는 일이고, 남들이 인정하든 안하든 스스로 자신감에 가득 차서 하던 유일한 일이 부검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 자체가 저에게는 너무 흥미롭고, 신기했다"며 "훼손되기 쉬운 법적 증거의 효율적인 확보 방법을 배우기 위해 신경외과, 일반외과, 산부인과의 수술을 참관했던 열정도 있었다. 평생 부검 이외의 다른 일에 그만한 열정을 쏟아 부은 적이 없다. 매력적인 일이었던 거죠"라고 소회를 밝혔다.
미래 부검의에게 "눈에 보이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그러면서 "부검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눈에 보이는 것도 사실이 아닌 경우가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들은 걸로는 믿을 수 없으니 눈으로 직접 보겠다 하는데, 직접 본 것도 사실이 아닐 경우가 많다"고 충고했다.

강 교수는 "심근경색이나 간경화 환자가 갑자기 사망했을 때, 어떻게 사망에 이르렀냐에 따라서 병사가 될 수 있고 아니면 목이 졸렸을 수도 있다"며 "이럴 때 모호한 자세를 취해서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검의도 자기 방어를 해야 되니까, 책임질 수 없어서. '병사일수도 있지만 타살일 수도 있다'고 하면 수사를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건지 알 수 없다. 이는 오히려 진실을 밝히는 행위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oyj4343@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