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8-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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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님, 안녕하세요. 덥고 더운 나날들 속에서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지난달 날치님의 사연 앞에서 저는 무척 긴장했습니다. 서울로 상경한 지 반년 만에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다 평생 관리가 필요한 희귀병 진단을 받고, 그래서 매주 집과 아버지 집을 오가고 계신다는 단 몇줄짜리 설명이 지니는 무게가 감히 상상되지 않았거든요. 그사이 날치님의 마음은, 또 부모님의 건강은 어떠하실지, 여러모로 궁금하고 조심스러운 한달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새마을금고집담보대출 날치님의 지난 연애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아픈 가족과 자신을 돌보는 와중, 날치님은 짧은 연애를 하셨지요. 직장 동료인 그 사람은 날치님께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왔고, 평소 자신의 이야기를 아끼던 날치님은 마음을 열어 모든 것을 털어놓았고요. 그러나 결국 그는 날치님을 이해하지 못했고, 관계는 두달도 채 되지 않아 끝이 났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저축은행 정기예금 상대방이 주는 상처보다도 그 이후 스스로에게 가하는 비난이 더 혹독하기에 저는 날치님이 자기에게 던질지도 모를 말들을 미리 가늠해 보았습니다.
세가지 정도가 떠올랐습니다. 첫째, 부모님이 위중하고 나의 마음도 취약한 시기에 연애를 하다니, 마음이 건강하고 혼자서도 외롭지 않을 때 연애해야 했는데. 둘째, 아무리 상대가 좋았어도 이렇게 다 대구은행 대출 털어놓지 말았어야 했는데. 셋째, 떠난 사람에게 매달리지 말아야 했는데.
그래서 이제부터 저는 그 공격으로부터 날치님을 잠시 보호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우리는 꼭 건강한 멘털 속에서 외롭지 않은 상태에서만 연애해야 하는 것일까요? 권장할 만한 말이긴 합니다만, 저는 이 말이 과연 단언할 만한지는 모르겠습니다. 건강하지 않은 멘털과 외로 노스트라다무스 운 마음을 마치 나쁜 상태라고 전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건강하지 않은 마음도, 외로움도, 다 우리 본연의 모습들이 아닙니까? 사실 알고 보면 마음이 아픈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이 세상에 더 만연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모습들에도 아름다움이 존재하기에 우리는 상대의 건강함뿐 아니라 나약함도, 충만뿐 아니라 결핍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요. 대학생 국가장학금 부모님의 병간호와 나 자신의 우울은 누군가를 사랑하려는 마음에 결코 결격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두번째, 상대에게 내 모든 것을 털어놓지 말았어야 할까요? 연애 초반 너무 많은 것을 말하면 상대가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는 조언을 우리는 흔히 듣습니다. 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보다 저는 날치님이 원래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날치님이 그에게는 왜 마음의 문을 열었을까요. 모든 것을 공유하고 그와 가장 깊이 연결되고자 한 그 진심을 존중해주십시오. 무엇보다 이 경험 때문에 내가 이런 말도 꺼내면 안 되는 사람이구나, 내 인생은 숨겨야 할 것들로 가득하구나 하고 자신을 검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진심으로요.
마지막으로 매달리는 일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헤어진 연인과 재회하는 법을 이야기하는 콘텐츠들을 보면 대체로 절대 매달리지 말 것, 절대 먼저 연락하지 말 것을 얘기합니다. 하지만 재회라는 것은 누군가가 ‘먼저 연락하는 일’을 통해서만 가능해집니다. 만약 헤어진 두 사람 모두가 이 조언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면, 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 끝끝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요.
결국 손을 내미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먼저 연락하지 말고 매달리지도 말라는 조언이 선도하는 이 재회 시장(?)에서 그런 사람은 귀한 인재이지요! 상대가 충분히 의사를 전달했는데도 그 의견을 무시한 채 계속해서 매달리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입니다. 날치님의 정확한 상황을 제가 다 알 수는 없기에, 저는 그 매달림을 옹호하되 마냥 미화하지는 않겠습니다.
날치님은 분명 멋진 연애를 하셨습니다. 빠듯한 삶 속에서 용기를 내어 관계를 시작하셨고, 마음을 다해 사랑하셨습니다. 날치님을 떠난 사람도 아마 겁이 났던 것이겠지요. 혹시 정말 나쁜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금방 헤어졌으니 다행입니다. 부디 이 경험이 날치님의 다음 사랑에 겁을 주는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안 에르보의 연애시 그림책 ‘나는 너를 너무나 사랑해’(봄날의책·2025)입니다.
이 책을 번역한 윤경희 문학평론가는 ‘과장’의 아름다움과 힘을 말합니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사랑해’라는 말만으로는 답답함을 느낄 때 할 수 있는 일은 한 사람은 과장으로써 사랑한다는 말을 넘어서려 하는 것이고, 다른 한 사람은 그 과장이 거짓말임을 알면서도 그 거짓을 만드는 신념의 진실은 알아주는 것이라고. 그러므로 이 ‘말이 안 되는 말’을 번역하는 데 ‘더 말이 안 되게, 더 재미있게, 더 허풍스럽게, 더 사랑스럽게, 더 아름답게 번역하지 못한 것만이 잘못’이라고. 저는 날치님이 이 책을 통해 과장하는 사랑에 두려움 없이 나아가기를 소망합니다. 더불어 윤경희 문학평론가의 이 멋진 문장을 다음과 같이 소유하고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더 말이 안 되게, 더 재미있게, 더 허풍스럽게, 더 사랑스럽게, 더 아름답게 사랑하지 못한 것만이 나의 잘못이다, 라고요.
명륜동에서, 말이 안 되게 사랑을 사랑하는 요조 드림
※당신의 고민을 들려주세요. 요조가 ‘책 처방’을 해드립니다. 제목에 ‘요조’를 달아 txt@hani.co.kr로 보내주세요.
요조 뮤지션·작가






나는 너를 너무나 사랑해 l 안 에르보 글·그림, 윤경희 옮김, 봄날의책(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