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8-2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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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오림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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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아니 ‘충무로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찾아왔다. 대한민국 영화산업의 중심지, 충무로 옛 대한극장. ‘매키탄 호텔(mckithan hotel)’로 탈바꿈한 이곳에 밤마다 어둠 속을 떠도는 이들이 있다. 몰입형(이머시브) 공연의 전설 ‘슬립노모어(Sleep No More)’의 퍼포머와 관객이다. 대체 누가 배우이고, 누가 관객인가. 나는 대체 무엇을 본 것인가. 그 파격과 충격의 현장으로 직접 들어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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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과 충격의 현장
‘맥베스’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에서도 가장 잔혹한 이야기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은 사후 50년이 지나도록 ‘영화사의 가장 뛰어난 서스펜스 거장’으로 남아 있다. 그럼 맥베스의 스토리와 히치콕의 연출 기법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발 국민은행저축은행 칙한 상상의 결과물이 슬립노모어다. 2003년 영국 공연 제작사 펀치드렁크가 런던에서 초연했고, 뉴욕(2011), 상하이(2016)로 진출한 작품이다. 3시간의 공연 시간 동안 단 1초도 한눈을 팔 수 없다. 대사 하나 없는데도 말이다.
일단 의자에 편히 앉아 바라만 보는 공연이 아니다. 배우랑 같이 걷고 뛰고, 계단을 오르고 내리고 호흡 화이트하우스 해야 한다. 이 공연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가볍고 편한 신발과 의상은 필수. 거기에 체력과 담력, 무엇보다 놀랄 준비가 필요하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나왔다.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볼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관객 스스로 선택하고 운명에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공식 개막 신용불량자 급여 을 앞두고 약 한 달간 이어진 프리뷰와 프리 오프닝 공연은 티켓을 오픈한 지 2시간 만에 매진됐다. 슬립노모어 서울 공연은 기존 미국 뉴욕과 중국 상하이 공연장보다 큰 규모다. 7층짜리 매키탄 호텔은 관객 대기 장소인 맨덜리 바를 제외하고 6개 층이 모두 무대가 됐다.
?◇편한 신발과 의상은 필수
제목은 스코틀랜드 장군인 상환비율 맥베스가 장차 왕이 될 것이란 세 마녀의 예언에 눈이 멀어 잠자는 왕을 살해한 뒤 듣는 환청에서 착안했다. “더 이상 잠들지 못하리라! 맥베스는 잠을 죽여버렸다(Sleep no more! Macbeth does murder sleep).” 이는 맥베스의 영원한 고통을 암시한다. 매키탄 호텔 문이 열리자마자 어둠이 짙게 깔린 복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맥베스의 죄의식과 공포를 온몸으로 체험하며 시작한다. 이곳을 지나면 재즈 음악이 흐르는 1층 맨덜리 바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곧 맥베스의 세상으로 떠난다. 180분의 공연 시간 내내 관객 모두 하얀 가면을 써야 했다. ‘일상의 자아’는 잠시 잊고 ‘엑스트라 배우’가 된 느낌이랄까. 얼굴을 가리니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이 공연에선 마음대로 되는 게 거의 없다. 호텔 입장부터 그렇다. 누군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누군가는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관객에겐 선택권이 없다. 층수가 가려진 엘리베이터에 타면 어디서 내리는지조차 알 수 없다. 낯선 건물, 어두컴컴한 미지의 공간에서 해야 할 일은 오직 하나. 길을 헤매는 거다.
슬립노모어에선 1 대 1 경험이 압권이다. 배우가 오로지 관객 한 명을 선택하고, 그를 위해서만 ‘비밀의 방’에서 초밀접 연기를 펼치는 이벤트다. 이것 역시 운이다. 물론 배우를 바짝 뒤쫓으면 간택받을 가능성이 커지지만 어떤 관객이 뽑힐지는 전적으로 그날 배우에게 달렸다.
?◇배우·관객 1 대 1 경험 압권
맥베스의 기본 줄거리와 등장인물, 매키탄 호텔의 층별 구조 등은 관람 전 예습을 추천한다. 등장인물 23명 중 공연 흐름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역시 맥베스다. 하지만 관객 대부분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게 함정. 맥베스 배우에게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린다. 이럴 땐 빈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슬립노모어의 원작자인 펠릭스 바렛 연출은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행운은 모험심을 가진 대담한 사람에게 주어진다”며 “관객이 한군데 몰려 있을 때 그곳을 떠나면 ‘나만의 비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헛걸음도 의미 있다. 1930년대 스코틀랜드를 재현한 100여 개 공간을 걷다 보면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그 시대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귀신이 튀어나올 듯한 자작나무 숲, 방 탈출 게임을 연상시키는 미로, 히치콕 영화 세트에 들어온 듯한 공간은 정교하고 섬세하다.
다양한 후각적 자극도 몰입을 높인다. 아기방에선 파우더 향, 병원에선 시큼한 약 냄새, 서재에선 남성용 스킨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식이다. 직접 만지거나 먹어볼 수 있는 소품도 있다.
관람 팁 하나 더. 공연장 내 반입이 불가능한 디지털시계 대신 아날로그시계를 준비하면 좋다. 공연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시간을 분배해 다음 동선을 짤 수 있다.
서울 공연에선 니컬러스 브루더, 마야 밀렛 등 뉴욕 및 상하이 공연에서 활약한 배우와 장준혁 김영은 등 한국 현대무용가들이 참여한다. 관람은 19세 이상부터. 폐막일은 미정이며, 공식 발표 전까지 오픈 런이다.
허세민/강은영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