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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8-2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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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하재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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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벌레, 러브버그 대발생의 원인은 봉산에 심은 편백나무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초여름마다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는 붉은등우단털파리, 일명 러브버그. 올해도 역시 수도권 곳곳에서 목격됐다. 특히 인천 계양산에서 촬영된 영상에서 엄청난 개체수가 확인돼 더욱 충격을 자아냈다.
골칫덩이가 된 러브버그가 이처럼 말썽을 부릴 때면 꼭 거론되는 산이 하나 있다. 바로 서울 은평구 봉산(209m)이다. 2020년에는 대벌레가, 2022년에는 러브 직장인 탐구생활 버그가 수없이 발생해 생태계가 무너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자아냈기 때문. 근거도 있다. 최근 인간이 이곳 생태계에 간섭했다. 서울 유일의 편백나무숲을 조림했다.
일각에선 기존 수종이 아닌 다른 나무를 가져다 심었으니 당연히 생태계에 문제가 생겼고, 이것이 벌레 대발생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은평구청을 포함해 다른 전문가집단은 신협보험 편백나무의 문제가 아니고 기후변화가 주된 원인이란 입장이다.
어떤 주장이 더 설득력이 높을까? 현장을 직접 들여다보기로 했다. 박현 숲해설가와 함께 봉산을 찾았다.

고사한 나뭇가지와 베어낸 기존 나무들이 숲 곳곳에 곤충 서식지 역할을 하도록 쌓여 있다.
새마을금고 실비

죽어가는 것처럼 보여도 살아남으려는 것
봉산 편백나무숲은 남북으로 길쭉하게 뻗은 산줄기의 한가운데 살짝 아래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숭실고등학교 뒤편 전체다.
뜬금없이 신성빌라 방면 들머리에는 은평구청에서 게시한 편백나무 생육점검결과 알림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여 햇살론 서류 기엔 '최근 편백나무 잎이 노랗게 변한 것은 급격한 일교차 등으로 묵은 잎이 낙엽 지기 전 변색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추후 나무 내부 통풍과 햇빛 유도를 위한 가지치기 작업과 영양공급을 시행하여 관리하도록 하겠습니다'란 내용이 적혀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편백나무숲. 변동금리란

"보통 산에 나무가 시들시들하다고 이런 내용까지 게시하진 않잖아요? 아무래도 은평구에 민원이 많이 접수되나 봐요."
"자료를 보니 서울시에 접수되는 관련 민원이 한 달에 약 1,000건은 된다는군요. 그런데 은평구청 말대로 자연스러운 현상인 건 맞는 거죠?"
"그렇죠. 일교차가 격하게 나면 나뭇잎들은 죽을 준비를 하죠. 편백나무도 겨울이 되면 묵은 잎들이 노랗게 변했다가 더 나아가 아예 떨어뜨리는 경우도 많아요. 봄이 되면 다시 살아나죠. 나무 입장에선 담담하게 다음 계절을 준비하려는 것뿐인데 사람들 눈에는 잘못된 땅에 편백을 심어서 죽어가고 있다고 보였나 봐요."
길을 따라 5분쯤 오르자 여러 갈림길들이 등장한다. 네이버지도에 나오지 않는 길들도 숱하게 많다. 편백나무 숲 사이사이로 새로이 난 오솔길들이 무수하다. 목적지를 따로 두지 않고 그저 편백이 더 많아 보이는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러자 한낮인데도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짙은 숲속이다.
"편백을 다닥다닥 바짝 붙여서 일렬종대로 심어놨네요. 그래서 생존경쟁을 위해 나무들이 다 위로만 솟아오르고 옆으로 가지를 풍성하게 뻗진 못하고 있어요. 빛을 못 받는 아래 잎들은 이미 노랗게 변해 있네요. 경쟁에 불필요하니 이 잎들은 떨어뜨리고 더 위로 에너지를 보낼 심산인 거예요."
목재로 쓰기엔 위로 곧게 뻗은 나무가 좋아 일부러 간격을 더 가깝게 심기도 한다는 설명. 그러나 이곳 편백나무들은 벌채용이 아니라 산림욕용에 가깝다. 그러니 언젠가 너무 밀집된 곳은 한 번 솎아줘야 한다. 그 시기가 언제쯤일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빛이 덜 드는 북사면은 빽빽한데 한 번 돌아 능선으로 올라타니 양지바른 넓은 초지에 편백이 듬성듬성 서있다. 이 나무들은 골짜기에 빽빽한 편백과는 다르게 노란빛을 띤 나뭇잎 하나 없이 겉보기엔 튼튼해 보인다.
"오히려 이런 곳에서 자라는 편백나무가 더 위험한 상태예요. 편백은 습한 곳을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마른 땅에서 햇빛을 잔뜩 받으면 건조해서 오히려 더 고사할 확률이 높죠. 가만 보면 껍질이 말라 쩍쩍 갈라진 개체도 몇 보이네요."

2022년 이후 식재된 500주 남짓의 편백나무들. 러브버그 대발생과 식재 연도가 비슷해 주범 의혹을 받았지만 현장 관리인은 심은 면적이 너무 소규모라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고 단언했다.

중국산 편백? 포천산 편백!
조목조목 편백숲을 관찰하며 한참 오르는데 한 사람이 "어떤 일로 봉산을 찾았냐"며 말을 걸어온다. 봉산을 관리하는 25명의 지역주민 중 한 명이라고 했다. 러브버그 문제가 편백 때문이란 말이 있어서 취재 차 왔다고 하니 펄쩍 뛴다.
"편백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편백나무가 유명한 건 피톤치드가 많이 나오는 나무라 산림욕 효과가 좋기 때문이잖아요? 그럼 피톤치드는 뭡니까. 나무가 곤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물질이잖아요. 그런데 편백숲에서 벌레가 많이 나올 리가 없죠. 또 올해만 해도 러브버그나 대벌레나 이전 대발생에 비해 훨씬 적게 나왔어요. 편백이 범인이면 매년 계속 많이 발생했겠죠."
덧붙이는 그의 해명은 이랬다. 먼저 항간에 '2022년에 편백을 심었는데 그해 러브버그가 대발생했다'는 이야기가 돌지만 봉산에 편백나무를 대규모로 심은 건 2014년부터라고 한다. 1.5m 길이의 편백을 가져와서 약 3년에 걸쳐 1만 그루 넘게 식재했고, 2020년대 이후에 심은 건 개나리공원 방면 작은 사면에 500그루 정도 소규모로 심은 것에 불과하단다. 또한 '편백에 러브버그가 붙어 왔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편백 묘목은 2014년도엔 전라도에서, 최근에 심은 건 추운 날씨에 좀 더 잘 견디도록 포천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편백나무 숲이 봉산 생태계에 거대한 영향을 줄 정도의 면적에 식재된 것도 아니란다. 현재까지 11년간 6.5ha에 심었는데, 봉산 전체 산림은 150ha다. 전체 면적의 총 4%쯤 된다. 겨우 이걸로 생태계가 급변한다면 최근 10년간 6,000ha에 달하는 태양광 발전시설이 더 큰 재앙을 만들었을 터란다.

현재 봉산 편백나무숲은 조림 초기라 너무 빽빽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생존 경쟁이 완료된 뒤 도태된 나무들을 솎아내면 제대로 된 숲의 위용을 갖출 것이라고 한다.

다양성 약화는 분명 위험…하지만 편백 원인설은 억지
숲을 충분히 둘러본 뒤 박현 숲해설가는 "편백을 심었다고 대벌레나 러브버그가 창궐했다곤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그보다는 기후변화가 주된 원인일 것 같다고 했다.
"약간은 억지라고 봐요. 편백은 수피가 두껍기 때문에 러브버그나 대벌레가 수액을 빨아먹기 어렵거든요. 또 숲이 여물지 않은 느낌은 다소 있지만 대나무나 팥배나무 등 하부식생도 충분히 잘 자라고 있고요. 소나무나 단풍나무, 팥배나무도 종종 보이네요."
기후변화는 확실히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특히 곤충계가 비상이다. 여름이 길어지면서 사마귀가 계절을 착각해 9월에 부화하기도 한단다. 당연히 추운 겨울을 못 넘기고 곧장 죽는다. 이런 일들이 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분명 한 가지 수종으로 숲을 조성하는 건 위험성이 있어요. 다양성이 약해지죠. 러브버그나 대벌레와 함께 먹이 경쟁을 한다거나 이들의 천적이 되어줄 다른 개체들이 같은 숲에서 잘 서식하지 못하면 대발생에 어느 정도 일조할 수밖에 없죠."
그러니 생태적으로 좋은 숲은 아니다. 봉산 내 편백 숲과 자연 숲을 각각 비교한 한 조사에 따르면 편백 숲에선 식물이 71종, 자연 숲은 89종이 발견됐고, 곤충은 15종과 97종, 식이식물은 5종과 20종, 조류는 7종과 16종으로 각각 나타났다.
"또 지금 당장에도 걷기 좋은 편백나무 숲이라기엔 아직 수령이 조금 모자라다고 봐요. 또 촘촘하게 심은 탓에 나무가 너무 날씬하죠. 통통한 맛이 없어요."
하지만 지금 당장의 일일 뿐이다. 박 숲해설가는 "향후 우리 아이들이 등산을 좋아할 나이가 됐을 무렵에는 이 숲이 울창해지면서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50년쯤 뒤다. 그러면 지금 욕 잔뜩 먹으면서 이 숲을 만든 사람들이 인정받을 것이라고 한다.

편백나무 열매.

봉산 편백나무 숲은 산인가 공원인가?
개나리공원 인근에 최근 식재된 어린 편백나무 조림지를 지나 포토아일랜드란 이름이 붙은 봉산전망대에 오른다. 편백나무가 그려낸 스카이라인 위로 서울 시내와 그 뒤로 솟은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구석을 잘 살펴보니 물을 끌어올리는 송수관이 등산로 옆에 이어져 있다. 꽃잔디를 심어놓은 곳엔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다. 편백나무 전용 급수탱크도 산 곳곳에 널려 있다. 예초기 소리도 어딘가에서 아련하게 들려온다. 그야말로 지극정성이다. 지난 2020년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서울 지역 평균 편백나무 조림지 생존율이 40~50%에 불과한데, 봉산 편백나무숲은 생존율이 96%에 달한다.
이런 과잉보호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관점의 차이다. 이곳을 산으로 볼 것이냐, 공원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의견이 나뉜다. 생태적으로 중요한 산림이거나 생태축인 지점이라면 산으로서 자연 상태로 놔둬야 한다고 볼 것이다. 반대로 도시근교에 있는 흔한 뒷산, 혹은 남산 자락에 붙은 여러 공원들처럼 숭실고와 바로 맞닿아 있는 봉산 끝자락에 있는 공원 정도로 여긴다면 이러한 인위적 개입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어려운 고민을 안고 이제 하산이다. 포토아일랜드에서 숭실고 방면으로 난 길을 택하면 편백나무숲과 금잔디광장을 한 번에 보며 내려갈 수 있어 가장 좋다. 하지만 숭실고 교내에 외부인 출입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한신빌라 방면으로 에둘러 돌아내려가야 한다.
내려가는 길에 박 숲해설가가 땅에 떨어진 편백나무 열매 하나를 주워 든다. 열매를 툭하고 까보니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살짝 배어 있는 편백 향이 은은하다. 살충 효과가 있는 편백의 강한 피톤치드가 러브버그 방제에 어떤 역할을 해낼 순 없는 걸까. 일단 편백이 나서기 전에 서울시가 먼저 나선다. 러브버그를 생활 불쾌 곤충으로 지정하고 친환경 방제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편백나무 열매 속 씨앗.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