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7-0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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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오림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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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막말 비판까지 나왔지만,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전승절 참석은 결코 반미·친중이 아니었다. 박근혜 정권은 임기 중에 중국 견제와 한미일 협력의 토대를 닦고자 했다. 그런 토대 중 하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이다. 이명박 정권 때 추진됐다가 여론의 호된 공격을 받고 중단된 이 논의가 재개된 것은 박근혜 정권 때다. 박근혜 정권 출범 이듬해인 2014년 5월 31일 싱가포르에서 김관진 국방장관, 척 헤이글 국방장관,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대신이 논의한 것이 지소미아 문제다. 이들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된 정보공유의 중요성을 재확인했으며, 이 사안에 대해 앞으로 계속 검토해나갈 필요성이 있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라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다음날인 6월 1일에는 과장급 이상으로 구성되는 3국 실무자 기구가 구체적 논의를 하게 된다는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이 언론에 실렸다. 이 같은 추진의 결과로 박근혜 정권 말기인 2016년 11월 22일에 지소미아가 체결됐다. 중국 견제 및 3국 협력의 또 다른 토대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다. 이 역시 박근혜 정권 때의 작품이다. 2014년 6월 3일,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자신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자국 국방부에 요청했다는 말을 했다. 이틀 뒤, 미 국방부는 "한국 정부가 사드 관련 정보를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반발했다. 2015년 2월 4일,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은 한민구 국방장관과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전달했고, 같은 해 5월 31일, 쑨젠궈 중국군 부총참모장도 한민구 장관에게 재차 사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3월 26일에는 북한 외무성이 "사드는 선제공격용"이라고 비판했다. 북한과 중국의 그 같은 반발에도 사드는 결국 배치됐다. 2016년 7월 8일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가 공식 발표되고, 닷새 뒤 경북 성주가 배치 지역으로 공표됐다. 그럼에도 윤석열의 반중국 이미지는 강한 데 비해, 박근혜의 반중국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옅은 편이다. 이렇게 된 데는 중국을 향한 박근혜의 우호적 제스처가 큰 역할을 했다고 평할 수 있다. 그는 취임한 해인 2013년 6월 29일 칭화대학을 방문해 중국어로 연설을 했다. 중국어로 서두와 말미를 장식한 연설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쑤저우·항저우가 있다"는 속담을 인용해 중국을 칭송하면서 "저는 20년의 성공적 한중관계를 넘어 새로운 20년을 여는 신뢰의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라는 등의 발언으로 중국인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런 그가 사드 배치 문제로 긴장감이 고조될 때인 2015년 가을에 벌인 일이 전승절 참석이다. 그는 전승절 참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승절 열병식장에까지 모습을 나타냈다. 이 일은 한중 간의 긴장관계를 어느 정도 떨어트렸다. 또 중국 정부가 외교적 성취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한미일 협력 구도가 형성되는 속에서 한국 대통령을 전승절에 참석시킨 것은 중국 외교의 성공으로 평가될 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는 한미동맹을 위태하게 만들기보다는, 역설적으로 한미일 협력이 중국의 견제를 덜 받으며 추진되는 데 기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여부를 친중이니 반미니 하는 코드로 바라보는 것은 지난 80년의 역사 전개와 동떨어진다. 역대 대한민국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를 외면하는 것이다. 이따금 긴장을 완화시키는 사건들이 없었다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냉전구도는 이미 오래전에 파국을 맞았을 수도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