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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8-2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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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하재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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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수무책으로 없거니와두 번째 웃산전굴. 하나의 동굴에 여러 곳의 출구가 있다. 용암의 길은 짙은 숲과 동굴과 연못, 다양한 자연을 누비는 즐거움이 있다.

특별개방으로 일반에 공개된 웃산전굴. 굴 안에서 바깥쪽 곶자왈을 바라보면, 숲이 새롭게 다가온다.

용암을 따라 걸었다. 억겁의 세월, 거문오름의 폭발과 흘러내림을 찾아갔다. 1년에 보름 정도만 신청자에 한해 특별개방하는 어둡고 거친 숲을 걸으며, 제주의 가장 깊은 속살을 음미했다. 한때 뜨거웠으나 차갑게 식어 돌무더기 숲 곶자왈이 된 용암의 흔적. 처음처럼 뜨겁지 않아도 충분히 편안하고 아늑했다 항공권 특가 . 6km를 걷고 나자, 새로운 제주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세계유산축전 기간 신청자에 한해 개방하는 특별한 숲길. 용암의 길이다.

거문오름 입구의 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오영애 큐레이터를 만났다. 30명 정원의 특별개 핸드폰 할부회선 방 해설이지만, 빗방울이 흩날리는 날씨 탓에 20명 넘게 불참했다. 단출한 분위기에 해설사에게 질문도 하며 걸을 수 있어서, 오는 둥 마는 둥 하는 비가 고마웠다.
"오름은 한라산의 졸병들이 아니에요. 용암 분출 시기가 모두 달라요. 오름 하나가 개별 화산이에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거문오름과 일대 용암이 흘러 모집부문 간 흔적이 선정되고, 연구가 이뤄졌다. 제주의 오름은 동시에 폭발한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만의 분출 시간이 있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370여 개의 오름 중에서 거문오름과 그 일대를 유네스코 답사단이 지질공원으로 선정한 것은 제주에서 가장 큰 분화구이자, 긴 용암의 강 덕분이다.

학자금대출거치대나무가 운치 있는 길. 별도로 조성한 데크길이나 인공적인 길은 거의 없다.

한라산 백록담보다 3배나 큰 분화구의 거문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월정리 앞바다까지 20여 km를 흘렀다. 1만 년 이상 퇴적된 용암의 길은 계곡이 되고, 숲이 되고, 동굴이 되었다. 20km를 3개 구간에 나눠 금리인 매년 보름가량 일반에 공개하고 있으며, 1구간 '용암의 길' 6km를 걸었다.
등산화 신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인데도 어둑한 짙은 숲. 제주 특유의 화산석이 깔린 거친 산길은 숲의 동굴이다. 여름 숲의 힘이 워낙 왕성한데다 통제 구역이라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 '수풀 속으로 난 동굴'이란 말이 어울린다. 튀어나온 바위를 밟거나 잔잔한 오르내림이 많아 운동화나 발목이 낮은 로컷 등산화를 신었다면 피로도가 높고 불편했을 터.

사람이 지나간 흔적과 매달린 표지기와 팻말이 유일한 길의 단서다.

용암의 길은 사람들이 다닌 발품과 표지기와 팻말이 유일한 단서인데, 특별개방 기간이 끝나면 표지기를 모두 제거한다. 백록샘과 마찬가지로 월간山 등산지도에 위치를 표시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큐레이터는 1년에 한 번씩 개방하는 것에 대해 "귀중한 가치와 의미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 설명한다.
거문오름 주변은 삼나무가 많았으나 10년 전 간벌해 자연 숲으로 돌아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인공적으로 조성한 숲이 생태계에 좋지 않다 하여 유네스코에서 간벌과 자연림으로의 회귀를 권고해 실행했다. 우람한 키로 숲을 지배하던 삼나무가 줄어들자 햇살이 땅에 닿으면서 다양한 식물이 돌아오고 있다.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야생의 숲인데, 수국이며 꽃이 적지 않다. 오 해설가는 "꽃 피우는 식물은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있다"며 "그래서 사람이 다니는 길가에 더 많이 자란다"고 한다.
거문오름은 8,000년 전 화산 폭발로 생겼다. 가스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지반이 약한 곳을 타고 분출했다. 거문오름의 가스는 폭발적이었다. 백록담 분화구 둘레가 1.7km인데 거문오름은 둘레가 4km에 이른다. 제주에서 가장 큰 분화구다. 용암이 흘러간 흔적이 강이 되고, 5개의 동굴이 되었다. 10년 전 유네스코 실사단이 등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을 때 "이곳은 신神이 머무는 영역"이라 평가했다.
걷기길 6km라고 생각하면 어렵다. 이끼 낀 원시림과 잔잔한 바위의 연속이라 속도를 내기 어렵다. 함정처럼 검은 벼랑은 계곡이며, 일반적인 밝고 명랑한 빛이 아니다. 혼자 찾는다면 어둠 짙은 분위기에 압도당할 수도 있다.

깊은 원시림 속에 유적처럼 자리한 숯가마 터. 1950년대까지 숯을 만들어 파는 일이 흔했다.

돌을 쌓아 만든 것은 숲가마 터 흔적이다. 1910년부터 일본인들의 풍로(일본식 아궁이)에 밥을 해먹는 문화가 들어오면서 생계를 위해 중산간에서 숯을 구웠다. 유적 같은 돌담은 그들의 집터이자, 밭터이다. 노거수는 베어져 숯이 되고, 세월이 흘러 산림녹화가 중요해지면서 숯가마 터는 사라졌다.
육영수 여사가 다시 오고 싶어 했던 동굴
오 해설가가 "이제 곧 자연 에어컨에 닿는다"고 참가자들을 독려한다. 용암이 흘러간 동굴이 무너진, 일종의 풍혈風穴인데 냉기가 뿜어져 나와 모처럼 시원함을 즐긴다. 연중 15~18°C를 유지해 겨울에는 온풍기, 여름에는 에어컨 역할을 한다.

동남아에서 자라는 식물과 북방계 식물이 동시에 서식하는 독특한 숲이다.

온갖 고사리와 활엽수가 빽빽하다. 제주는 북방계와 동남아 식물이 동시에 자라는 독특한 식생이라고 한다. 글자가 반쯤 지워진 '가시딸기 군락지' 안내판은 멸종된 식물을 기리기 위함이다. 과거 멸종 위기 보호식물로 지정되었던 가시딸기가 서식하던 곳이지만, 사람들의 잦은 발길에 멸종되었다. 교훈으로 삼기 위해 부러 안내판을 남겨두었다.
유명한 만장굴도 거문오름의 용암이 흘러간 흔적이다. 과거 육영수 여사가 제주를 찾았을 때 만장굴 석주까지 왔는데, "더 안으로 들어가서 구경할 수 있냐"고 물었다. "위험하여 탐사가 어렵다"고 답했지만 만장굴의 아름다움에 반한 여사는 "다음에 제주를 찾으면 안쪽도 보고 싶다"고 하여, 해병대가 안쪽 동굴을 개척했다. 너무 길고 위험해서 사다리를 놓아 지면으로 돌아오도록 만들었으나, 저격 사건으로 육 여사가 목숨을 잃어 보여줄 수 없었다. 이후 만장굴 안쪽은 다시 어둠에 묻혔고, 사다리는 삭아서 흔적만 남아 있다.

6km를 25등분해, 22번까지 왔음을 알리는 안내판. 특별개방 기간이 지나면 모두 수거한다.

곶자왈의 연속이다. 바위 사이로 나무가 뿌리내린 숲을 말하는데, 흙이 부족해 뿌리는 돌을 껴안고, 틈을 파고드는 식으로 진화했다. 때문에 곶자왈은 평지라 해도 집을 짓거나 농사를 짓는 게 어려워서 원시 숲이 되었다. 마침 구실잣밤나무 노거수가 바위 사이로 뿌리를 박고, 초록 천장을 만들어 놓았다.
용암의 길의 하이라이트, 웃산전굴이다. '웃산전'이란 제주 말로 '산의 밭'이란 뜻이다. 동굴 입구가 넓고 거대해 그 이름이 유래한다. 처음 본 구멍은 계곡인줄 알았으나 동굴이었다. 아래로 내려서자 동굴이 뚜렷이 보인다. UFO가 내려앉아 생긴 구멍처럼 둥글
게 패였고, 터널처럼 양쪽으로 검은 굴이 있다. 헤드랜턴을 켜고 20여 m 좁은 굴 안으로 들어갔다. 는개 같은 습기가 벌레마냥 허공에 빽빽이 떠 있었다. 굴은 점점 좁아지고, 랜턴 불빛으로 시야를 밝히기 부족했다. 그만큼 어둠이 짙었다.
이제 동굴 위를 걷는다. 모처럼 시야가 트인 길. 점프를 하자 땅에서 "퉁 퉁" 소리가 난다. 땅 아래 동굴이 있어서 이런 소리가 난다. 풍경화로 그리면 좋을 듯한 소녀 같은 호수는 어리연 습지다. 어린 연꽃 같다 하여 이름이 유래하며, 부들, 세모고랭이 같은 수생식물의 오아시스다.

두 번째 웃산전굴. 하나의 동굴에 여러 곳의 출구가 있다. 용암의 길은 짙은 숲과 동굴과 연못, 다양한 자연을 누비는 즐거움이 있다.

웃산전굴 제2입구다. 땅 속으로 이어진 동굴의 두 번째 입구인 것. 순례하듯 내려가서 한 바퀴 돌아서 올라오도록 길이 나있다. 동굴 속에서 본 둥근 하늘, 한 번 폭발 후 8,000년 동안 고요했을 이곳은 가늠할 수 없는 고독이 짙게 서려 있었다.
동굴을 나와 조금 걷자, 용암의 길 끝이었다. 몰랐던 제주를 만나고 나오는 길이었다. 당혹과 매혹이 여운이 되어 걸음을 잡았다. 굴속에서 하늘을 봤을 때 느껴지는 어떤 향기가 있었다. 8,000년간 발효된 고독의 흔적 같았다.
미니 인터뷰

거문오름을 사랑한 피부미용 전문가
오영애 큐레이터
'강약중강약' 4분의 4박자로 느리지 않게, 빠르지 않게, 산뜻하게 걷기를 이끌며 해설한다. 베테랑의 노련미가 풍기는 제주 서귀포 사람 오영애씨다. 제주세계자연유산 해설사 공모 1기 17년차 해설사다. 2019년부터 2년 동안 세계자연유산해설사 회장을 맡았다.
한라대학교에서 피부미용학을 가르쳤던 오 해설사는 퇴직 전부터 등산을 즐겼다. 제주와 육지를 오가며 명산을 누볐고, 2007년에는 제주산악연맹 등산학교를 수료하며 더 깊게 산에 빠졌다. 퇴직 후 선택한 것이 세계자연유산해설사가였다. 활동비만 받는 자원봉사라 경제적인 면보다는 즐거움이 크다는 게 그의 말이다.
세계유산축전 기간이 끝난 뒤 거문오름을 찾으면 그를 만날 수 있다. 오 해설사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제주의 장소도 거문오름이다. 최고의 오름이자, 동굴의 모태인 은밀한 비경을 만나러 오라고 권한다.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