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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8-2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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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넘기고서야 소리를 번 읽자면 그런 도와줄게.1970년 한라산국립공원 지정 후 55년 만에 처음 공개된 백록샘. GPS로 확인한 백록샘 고도는 1,657m. 샘 뒤로 한라산 남벽이 훤칠하게 솟고, 앞으로는 조릿대 초원이 펼쳐진다. 신청자에 한해 볼 수 있는 답사 산행 프로그램을 국가유산청과 한라산국립공원이 마련했다.

흰 사슴 마당이다. 55년 만에 공개된 백록샘은 깨끗하고 연약했다. 전설 속 흰 사슴의 집에 들어선 것 같았다. 한라산 남벽 바위 물결이 배경을 이루고, 앞으로는 조릿대 평원이 펼쳐졌다. 수채화 같은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있었다.
백록샘 앞에서 "저 푸른 초원 위에~"로 시작하는 남진 노래를 읊조렸다. 속세에 찌든 이의 감성은 반 세기 만에 공무원학자금대출 공개된 순수한 자연 앞에서도, 진부한 낭만을 속되게 풀어내고 있었다. 여기에 집을 짓고 백록샘 물을 식수로 쓰면, 당장 구속되고, 사회적으로 매장되겠지만, 그런 허황된 생각이 들만큼 순수한 자연의 결정체였다.
'2025 세계유산축전'의 시작과 함께 '백록샘 특별개방'이 눈에 띄었다. 올해로 6회를 맞은 세계유산축전은 국가유산청이 주최하는 2000천만원 자연과 유적의 축제이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국가유산청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자연유산 보호와 관리도 맡게 되었다. 매년 여름 열리는 세계유산축전의 이벤트로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곳을 예약을 통해 특별개방한다. 백록샘 개방은 올해가 처음이며, 사전 신청을 통해 참가했다.

장애인대출 윗세오름에서 어리목으로 이어진 데크길. 윗세오름 코스는 한라산에서 가장 쉬운 코스이지만, 여름에는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정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코스인 탓도 있다.

과소평가 받은 코스임에 감사한다. 영실~윗세오름~어리목을 잇는 코스는 국내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백록담 정상으로 파산선고통지서 이어지지는 않는다. 쉬운 것도 장점이다. 고도 1,000m 이상 높여야 하는 성판악·관음사 코스와 달리 도로가 깊숙이 나있어 해발 1,250m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영실통제소에서 특별산행 참가 명찰을 받아 입산한다. 윗세오름대피소까지 자유 산행이다. 짙은 원시계곡의 마중이다. 영실靈室이란 이름은 '신령이 깃든 방'에서 유래한다. 제주도민 우리은행 채용절차 들에게 신성한 산으로 여겨지는 한라산에서도 가장 신령한 곳이다. 귀여운 수다쟁이 동박새의 울음소리에 찌든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경쟁하듯 노랑턱멧새가 상큼한 소리로 입산 환영 인사를 해온다. 휘파람새의 예쁜 울음까지 합세하자, 신령이 깃든 땅에 들어선 것이 실감난다.
우람한 소나무의 향연이 물소리와 함께한다. 제주에서 물소리는 귀하다. 화산 지형 특성상 비가 오면 물이 땅 아래로 스며들어 대부분의 계곡이 건천이다. 영실계곡은 드물게 물이 흐르는 한라산의 계곡이다.
등산로에서 몇 미터 떨어져 있어 손을 담글 수는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 맑고 시원하다. 점점 짙어지는 숲,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초록 잎을 투영한 햇살, 땀 흘리는 시간이 감미롭다. 이럴 때 산행은 취미를 넘어서 자기 치유가 된다. 용서하고, 사과하고, 잊어버리고, 놓아버리고, 감사하는 감정의 흐름이 걸음마다 교차한다.
쥐똥나무 흰 꽃과 산딸나무의 헛꽃이 반긴다. 꽃이 아니면 어떤가, 결국 그 안에 꽃이 있지 않나. 한라산을 찾은 날, 역대급으로 맑은 날씨에 좁았던 마음도 오늘만은 여유로워진다. 가팔라짐도 반갑다. 남벽의 비경이 가까워지고 있다.

병풍바위를 지나 노루샘으로 이어진 계단길. 영실은 해발 1,250m까지 도로가 나있어 3.7km만 걸으면 윗세오름대피소에 닿는다.?

영실은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 빼어난 경치를 선물로 준다. 오백나한의 등장이다. 영실 코스의 매력은 500명의 나한이 선 듯한 영실기암을 빼놓을 수 없다. 흘러내린 바위능선이 오백나한으로 뻗었다. 나한은 불교 용어 아라한阿羅漢의 준말로, 번뇌를 끊고 깨달음에 이른 성자를 말한다. 501번째 아라한이 되어 한라산에 남고 싶다는 겉멋 가득한 바람을 제주 바람에 날려 보내고 눈앞의 계단에 집중한다.
한라산이 감독·주연 맡은 자연 드라마
낭만적인 영실기암의 풍모와 달리 전설은 비극적이다.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전설의 설문대할망에게는 500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자식들이 먹을 죽을 끓이다가 실수로 솥에 빠져 죽었다. 외출 후 돌아온 아들들은 어느 때보다 맛있게 죽을 먹었다. 마지막으로 귀가한 막내가 죽을 뜨다 어머니의 뼈를 발견하고, 어머니를 먹은 형들과 같이 살 수 없다 하여 차귀도에 가서 바위가 되었고, 499명의 형제가 한라산의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한라산 남벽을 배경으로 열린 대초원을 여한없이 걸을 수 있는 윗세오름~어리목 구간.

탐라산수국이 응원하는 꽃길을 지나자 병풍바위의 출현이다. 이토록 걸출한 병풍이 또 있을까 싶은 바위능선.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배경이 되니, 평소보다 훨씬 수려하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가늠하기 어려운 파랑의 향연이다. TV 드라마보다 산행이 더 드라마틱하게 느껴진다면, 나이 들었다는 증거일까. 한라산이 감독하고 출연한 자연 드라마가 너무 흥미로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클라이맥스다. 숲을 헤치고 나타난 오늘의 주인공 남벽. 구름에 얼굴을 숨겼으나, 미모는 숨길 수 없다. 윗세오름의 드넓은 초원과 신의 무덤 같은 거대한 오름의 향연. 스위스 알프스 초원 같은, 한라산 윗세오름에서만 볼 수 있는 놀라운 광경이다.

윗세오름에서 어리목으로 이어진 드넓은 초원의 만세동산. 국내에서 가장 속 시원하게 펼쳐지는 초원이 윗세오름과 만세동산이다. 스위스 알프스 같은 외국 산에 온 것 같은 대초원이 펼쳐진다.

정상에 오르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 겨울 눈꽃과 봄의 철쭉을 원하는 사람들의 열망 덕분에 여름 윗세오름은 한가하다. 화려한 눈꽃과 철쭉, 사진 찍어 자랑할 수 있는 정상석이 없어도 남벽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답다. 대부분 관심 두지 않는 여름 윗세오름에 감동해 홀로 뒤쳐져 걸었다.
남벽이 모처럼 찾아온 사내에게 안부를 묻는다. 슬그머니 구름을 벗고 방긋 웃는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즐거움이 온 몸을 휘감는다. 백록담 남벽을 향해 걷는 길. 세상에서 가장 큰 자연 영화관의 화면에 전율을 느낀다. 최신 서라운드가 아닌 1억 년 전부터 있었던 흩날리는 바람소리. 저 멀리서 달려와 와락 껴안아준다. 한라산의 촉감을 몹시 그리워했음을, 윗세오름에 이르러서야 알았다.
윗세오름대피소에서 김선옥 큐레이터의 이야기를 들으며 백록샘으로 간다. 회당 참가 신청은 50명까지 가능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빠진 사람들을 제외하고 30여 명이 참가했다. 180만 년 전 바다였던 이곳이 화산 폭발로 산이 되고, 섬이 되었다. 남벽 곁으로 가다 방향을 꺾어 윗세오름 고개를 넘는다.

방아오름 부근에서 본 한라산 남벽. 대부분의 등산객이 한라산 정상 백록담 위주로 산행을 하지만, 자연미는 남벽이 훨씬 더 예술적이다. 여름 윗세오름은 찾는 이가 평소보다 적어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남벽의 압도적인 힘에 매료되어서인지, 폭염에도 지치지 않는다. 안전요원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서 탐방로를 벗어나 초원을 조금 걷자, "졸졸졸" 흐르는 작은 샘이다. 어떤 이들은 "설마 여기가 백록샘은 아니겠지"라고 말할 정도로 작다. 파이프나 배수관을 놓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샘은 천국의 화원 같다. "기대했던 것에 비해 실망했다"는 사람도 여럿이지만, 남벽과 구상나무숲, 조릿대 초원, 유리알마냥 투명한 물, 상쾌한 숲 내음을 모두 놓고 보면, 한없이 예쁘고 소중한 샘이다. 연구 목적이 아닌 일반인에게는 55년 만의 첫 개방이다.
백록샘 옆의 돌무더기는 제주 산악인 고故오희준을 기리는 케른이다. '제주 적토마'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서귀포 토평동 출신으로 히말라야 8,000m대 고산 10개를 올랐다. 2007년 박영석 대장과 에베레스트 남서벽 신 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산이 되었다.
백록담의 물이 땅으로 스며들어 백록샘으로 나온다고도 알려져 있으나, 확실치 않다. 다만 18km를 흘러 바다로 간다. 옛날 산간지역에 사람이 살 때, 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제주 특성상 샘은 생명줄과 같았다. GPS로 확인한 이곳 백록샘의 고도는 1,657m. 고산의 귀중한 생명의 원천이자, 국립공원 지정 이전에는 산악인들의 식수원이었다.
구상나무 미남 선발대회 1등

한라산 구상나무 대표목. 72살이며, 구상나무가 평균 100년을 사는 걸 감안하면 원숙미가 있는 잘 생긴 수형의 구상나무다.

한나절 머무르며 물소리를 듣고 싶지만 단체 안내 프로그램이라 다음 코스로 향한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 연구부의 식물 박사들이 선정한 '구상나무 대표목'을 볼 차례다. 남벽 분기점을 지나 돈내코 방향으로 조금 내려서다 다시 탐방로를 벗어나자 잘생긴 나무가 서있다. 남벽 앞에 홀로 우뚝한 것 같은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훤칠한 구상나무다. 높이 5~6m, 수령 72년이다. 살아 100년, 죽어서 100년 간다는 구상나무이니 황혼을 향해 가는 원숙한 나무다. 가장 오래되었거나, 가장 크지는 않지만, 유전적으로 건강하고, 수형이 아름다워 대표목으로 선정되었다. 위치도 한몫한다. 나무 뒤로 남벽이 거대한 고려청자마냥 섬세하고 압도적인 귀품 있게 솟았다.
돌아가는 길. 참가자들과 작별하고 조금 더 한라산을 음미하려 어리목으로 간다. 건강한 구상나무 열매가 귀엽다. 앙증맞게 봉긋 솟았는데, 보랏빛을 띠는 것도 있다. 미국으로 건너간 구상나무는 현지에 맞게 개량되어 크리스마스트리가 되었다. 오리지널 한라산 구상나무는 한라산을 떠나면 시름시름 앓다 죽는다고 한다.
한라산 남벽에 오면 구상나무의 마음을 알게 된다. 여기서 나고 자랐다면, 그럴 수 있다는 걸.
윗세오름 마니아 인터뷰

좌 송진화, 우 신영미.

제주도민이 된 서울 사람
"우리 딸 건강 찾게 해준 제주"
신영미(@giantturtle23)
"딸아이의 건강을 위해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왔는데, 이제는 많이 회복해서 대학생이 되었어요. 제게 제주는 고마운 곳이에요."
서울 사람이 제주 사람 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낯설지만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걸으며, 딸은 건강을 회복해 이제는 외국에서 대학생이 되어 씩씩하게 살고 있다. 딸과 함께 걸었던 윗세오름과 제주 올레, 노꼬메오름들이 눈에 밟혀, 엄마는 제주에 남았다.
이제는 아웃도어에 눈을 떴다. 등산, 라이딩, 캠핑, 백패킹, 프리다이빙을 하며 제주도의 산과 바다를 100% 즐기고 있다. 최근에는 트레일러닝 10km, 36km, 50km를 각각 완주했다. 그는 "제주의 사계절 내내 문을 열고 나가면 언제든 여행으로 이어지는 길"이라며 "갈수록 제주의 산과 자연에 빠져들게 된다"고 말한다.
제주도민이 된 부산 사람
"윗세오름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올라요"
송진화(@slowlytokki_)
"아이를 키우느라 지쳐 있었어요. 활동적인 걸 찾다가 윗세오름 해돋이를 보고 너무 예뻐서 등산을 하게 되었어요."
인터넷을 통해 윗세오름 일출이 멋있다는 걸 알게 된 그녀는 홀로 새벽산행에 나섰다. 처음 찾은 한라산은 험하고, 무서웠다. 제주 사람인 남편과 결혼해 출산 후 산을 찾은 자유로운 이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알았기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올라 윗세오름에서 해돋이를 보았다. 그때의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윗세오름을 찾고 있으며, 산행과 걷기, 트레일러닝, 수영도 시작했다. 원래 물 공포가 심해 무릎 이상 오는 곳에 가본 적 없었지만, 동호인들과 함께 찾은 계곡의 매력에 빠져 수영을 시작했다. 이제는 동호회에서도 한라산을 최단 시간에 오를 정도로 날쌘 제주도민이 된 그녀는 하산하자마자 윗세오름에 다시 오를 날을 기다린다.

산행길잡이
영실통제소에서 병풍바위 전망데크까지 가면 이후로는 완만한 편이다. 계단과 돌길이 많아 운동화 형태의 로컷 신발보다는 발목을 잡아 주고 중창이 두꺼운 미들컷 이상의 등산화를 신어야 안전하다. 짧은 산행을 원한다면 영실로 하산한다.
차량 회수가 불편하고 더 긴 어리목을 날머리로 잡은 것은,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어리목으로 이어진 길이 우리나라에서도 한 손에 꼽을 정도로 경관이 수려해서다. 이국적인 초원과 압도적 스케일, 멀리 남벽의 예술적인 풍모까지 더해 산행의 완성도를 높인다.
뙤약볕에 주의해야 한다. 오백나한 전망데크 이후로는 그늘이 거의 없다. 고도가 높아 직사광선이 강렬하므로 챙넓은 모자를 준비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틈틈이 덧발라야 한다. 윗세오름대피소는 매점이나 숙박 시설이 없다. 화장실이 있는 쉼터다.
노루샘과 사제비약수는 국립공원 수질 검사표가 붙어 있으며, 식수로 사용 가능하다.
돈네코 입구의 남벽전망대는 계단을 따라 내려서야 한다. 다시 올라오기가 부담스럽다면 방아오름전망대까지 다녀오는 것이 알맞다. 윗세오름대피소에서 1.8km, 40분 정도 걸린다. 탐방로가 선명하고 거의 외길이며, 이정표가 있어 길찾기 쉽다. 총 13km, 5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교통
영실 등산로가 시작되는 통제소 주차장이 있고, 여기서 200m 아래 상단 주차장과 차단기가 있는 하단 한라산 영실지소 주차장이 있다. 통제소 주차장 만차가 되기 전에 일찍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
제주버스터미널에서 240번 버스를 타면 영실지소를 거쳐 서귀포로 간다. 영실지소에서 2.5km를 걸으면 등산로 입구에 닿는다. 영실지소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수시 운행하는 택시 이용 가능. 버스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므로 배차 시간에 주의해야 한다.
어리목에서 영실에 세워둔 차량 회수 시에도 240번 버스를 이용한다.
맛집(지역번호 064)
제주시내 동진식당 고기국수 동문시장점(0507-1431-0427)은 60년 전통의 가성비 맛집. 제주고기국수(8,000원), 비빔고기국수(8,000원), 돔베고기(14,000원)가 일품이다. 제주시내 착한제주고등어(0507-1380-5751)는 제주에서 가장 가성비 맛집. 고등어구이정식(6,000원), 갈치구이정식(1만1,000원), 갈치조림정식(1만3,000원) 등. 명성식당(755-6664)은 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 수육과 고등어조림이 나오는 정식(1만 원)이 인기 있다.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