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7-1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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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오림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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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이 인제야 죽었구나!”하고 웃겠지만, 팔자 궂은 과부 며느리는 남과 달리 더 슬퍼할 것이다. 그런데 경성부의 청소부들은 또 “이제부터는 이완용을 욕하는 낙서가 없어서 공동변소의 벽이 깨끗해져서 무엇보다도 좋다”고 고마워하며 기뻐하겠지. 작위를 가지고 있다 죽은 자의 말이 나왔으니까 말이지 송병준이 죽은 뒤에 재산 정리 문제로 말썽이 퍽 많더니 근래에는 그 아들인 송종헌이 어떤 변호사의 꾀임에 또 빠져서 이중 삼중의 부채가 생겼다고 한다. 노동부 이에 송씨 집안의 재정 고문인 사세 쿠마테츠는 소위 송씨 가문의 재산정리위원장 겸 총독부 학무국장인 이진호 씨와 협의해서 송씨 집안의 중요 문서와 장부 등을 금고에 봉쇄하였다 한다. 그 가족들이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하는 걸 방지하고, 또 생활비까지 제한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전 가족의 생활이 아주 궁핍하고 딱한 상황에 있다고 한다. 옳지 못한 방식으로 모은 보증보험재단 재산을 자손에게 그냥 물려주는 것은 결코 없어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이다. 하지만 이완용은 송병준처럼 생전에 부채가 없을 뿐 아니라 경성 제일류의 현금 부호 칭호를 들었으니까 사후 즉시 송병준 집안처럼 생활이 곤란한 그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일은 예상하기 어려우므로 이참에 경성부에서는 밀린 이완용의 학교비나 받아내면 어떨까. 금융계산기어플 ▲ 개벽 67호 표지 경성에서 발행하는 어떤 일본인 잡지는 총독부의 신청사를 평하기를, 화려함의 극치 오피스텔실매물 라고 말하며 진시황의 아방궁 같다고 하였다. 그러면 진나라처럼 2세대 만에 총독부도 결국 망한단 말인가? 일본 의회에 출석한 정무총감인 유아사(湯淺)는 중의원인 마쓰야마가 조선의 토지겸병(土地兼倂)에 대하여 맹렬히 질문을 하니까 조선은 그러한 폐해가 없다고 있는 힘껏 변명하였다 한다. 아무리 거짓말하기 위하여 출석한 유아사 총감이라도 양심에 부끄러운 거짓말 개인파산신청절차 을 어찌 함부로 하랴. 차라리 “나는 조선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조선 사정을 아무것도 모른다”고 변명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한일병탄 때부터 작년까지 조선총독부의 세출 총계는 14억 4176만 원인데, 그중 기관에서 쓴 운영비는 5억 1689만 원, 경찰 업무와 관련된 비용은 1억 6462만 원인데, 교육비는 겨우 4800만 원, 의료와 위생에 쓴 비용은 1700만 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 총독부의 부채 총액은 2억 7300만 원으로 1년 이자로 나가는 돈이 2300여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결국 총독정치는 자기 자체로도 이익 보려는 정치가 아니라 빚을 지려고 하는 정치다. 그러나 경찰 업무비가 많고 막대하니까 누가 함부로 강제 집행하거나 파산 선고는 잘 못하겠지. 일본 내무성에서는 노농 러시아에서 오는 기아 구제금 50만 원을 압수하였다더니, 또 조선검사국에서도 러시아에서 오는 구제금 2만 원을 압수하였다고 한다. 이재민 구제보다 자기 구제가 더 급한 모양이지. 압수한 검사국도 검사국이겠지만, 당장에 죽게 된 사람의 구제금을 받아서 즉시 분배하지 않고, 자기 임의로 은행에 맡겨두었다가 압수당하게 한 그 사람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원래 구제금이 이자 놀이의 자본금이 아닌 이상에야 은행에 맡겨둘 이유가 뭐란 말인가? ▲ 이완용의 죽음을 다룬 차상찬의 글 ‘경성잡화’. 1926년 3월 개벽 67호에 수록됐다. 인도의 청년은 자전거로 세계 일주 여행을 하는데 해주에 사는 조선 청년은 자전거로 조선 일주 여행을 계획한다고 운운한다. 그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장한 일이다. 그러나 같은 청년으로 조금 부끄럽지 않을까. 더 한번 분발함이 어떨까. 이병무(李秉武)는 이완용이 죽었단 말을 듣고는 “옛날 한국의 원로(元老)들이 대부분 다 죽는구나” 라고 깊이 탄식했다고 한다. 그런데 원로라는 말이 다 무엇이냐, 원숭이 늙은 것이 원로(猿老)가 아니냐. 이를 두고 “호사토비(狐死兎悲), 즉 여우가 죽자 토끼가 슬퍼한다” 라고 하는 것이다. 당국에서는 압수를 잘한다고 하니까 이제는 아이들 고추장 먹듯이 어깻바람이 났나 보다. 최근엔 신흥청년회의 벽신문까지 또 압수하였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참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 벽창호의 일이다. ■해설 지난달, 이완용 암살을 시도했던 ‘이재명 의사’에 관한 차상찬의 글(본지 6월 13일자 27면)을 100년 만에 언론사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이완용이 사망하자, 차상찬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이재명 의사에 대한 세세한 글을 실었다. 비록 검열로 인해 전문은 삭제되었지만, 그는 이재명의 칼끝이 실패하지 않았음을 역설했다. 이완용의 폐에 상처를 입혀 평생 폐렴에 시달리다 숨지게 한 일이야말로 가장 깊고 확실한 단죄였다는 것이다. ‘경성이야기(경성잡화)’란 글은 삭제된 ‘새로 추억되는 이재명 군’ 바로 앞에 실려 있던 글이다. 당시 ‘개벽’은 매호 ‘경성잡화(京城雜話)’란 꼭지로 경성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을 다뤘고, 67호에서는 이완용과 이재명에 대한 언급이 포함돼 있었다. 비록 이재명의 생애를 본격적으로 다룬 글은 검열로 사라졌지만, 촌철살인의 그의 펜 끝은 오히려 이 글에서 더 번뜩였다. 서두에 등장하는 “지하에 있는 이재명은 ‘아- 이놈이 인제야 죽었구나!’ 하고 웃겠지만”이라는 표현부터, 이완용의 죽음으로 화장실 벽이 깨끗해져서 청소부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차상찬 특유의 풍자가 날카롭게 살아 있다. 그는 이완용의 죽음뿐 아니라, 송병준을 비롯한 친일파들, 총독부 신청사 건립 등 시대의 부조리를 과감히 드러낸다. 특히 글 말미에서, 이완용을 ‘한국의 원로(元老)’라 칭한 이병무의 발언을 “원숭이 늙은 것이 원로(猿老)”라는 일침으로 마무리한 장면은 차상찬 식 풍자의 압권이다. 사실 이재명 의사는 의거 이후 십수 년이 흐르며 조선 사회에서 잊히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24년 10월 ‘이동수 체포 사건’이 터지면서, 그의 이름은 다시 조명된다. 이재명이 체포되던 당시 이완용 암살 계획에 연관되었던 13명 중 대부분이 체포된 상태였다. 그중 단 1명만이 홀연히 모습을 감추는데, 그가 바로 ‘이동수(李東秀, 1884~?)’이다. 차상찬은 삭제된 글에서 이동수의 역할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재명, 이동수, 김내록 세 사람이 함께 거사를 준비했으며, 이완용의 이동 경로에 맞춰 이재명은 통감부 특허국 쪽, 이동수는 도로 아래쪽을 맡아 만반의 준비를 했다는 것이다. 이동수는 어쩌면 이재명의 의거를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하고 응원한 동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의거 직후 그는 종적을 감췄고, 궐석재판으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조선총독부는 그를 추적했지만 끝내 그림자조차 찾지 못했다. 그러다 공소시효를 1년 앞둔 1924년 10월 평양에서 검거되면서 이완용과 이재명은 언론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이동수가 그 오랜 시간 동안 이완용 암살을 위해 암약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더 큰 관심이 쏠렸다. 이에 동아일보는 ‘구차하게 살아남은 이완용과 교살된 이재명’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무려 10회에 걸쳐 싣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그 과정에서 이동수의 친필이 담긴 사진까지 공개하며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2년 후 정작 이완용이 사망하자, 언론은 이재명을 언급하는 데 침묵했다. 단편적인 기사 외에 별다른 조명이 없었다. 짐작하건대 검열 때문이었을 수도, 후작 칭호까지 받은 일본 귀족의 죽음을 조롱하기엔 여러모로 부담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기에 차상찬의 글은 더욱 돋보였다. 비록 ‘경성이야기’는 짧은 분량이지만 여실히 드러나는 그의 기개와 솟는 결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번외의 이야기지만, 이동수가 체포된 뒤 비교적 가벼운 판결(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받는 데 힘을 실어준 인물로 평가받는 인권변호사 ‘이인’도 거론할만하다. ‘애산 인권상’의 주인공인 애산(愛山) 이인(李仁, 1896~1979)은 독립운동가들을 무료 변호해 명망이 높았던 인물이었다. 이후 이동수가 신분을 숨기고 이완용 집 하수인으로 들어가 3년간 암살 기회를 엿보았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여하튼 모든 동료가 체포되어 사형당하거나 옥고 끝에 병사하던 시대에, 끝까지 뜻을 이루려 한 이동수의 집념과 이를 돕던 이인의 인간적 위대함은 다시금 곱씹을 만하다. 다소 이견은 있지만, 차상찬과 이재명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동년배였다. 언론인으로서 이재명의 삶을 기록하며 차상찬은 그를 흠모했거나, 혹은 자신이 그의 자리에 서지 못한 부끄러움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에게 이재명을 알리고 기억하게 하는 일은 의무이자 속죄가 아니었을까. 이재명, 차상찬, 이동수, 이인의 삶의 궤적에 우리의 부끄러운 시선을 던져보는 요즘이다. △현대어 번역·해설=이현준 한림대 강사·(사)차상찬기념사업회 이사 △발췌문헌=경성잡화(京城雜話). ‘개벽’ 67호. 1926. 3.‘차상찬전집 3’, 110~112쪽.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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