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8-26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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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그리운 과거가 있다. 지금과 다르게 반짝이며 빛나던 과거에 대한 회한. 사람마다 추억하는 시점과 반추하는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과거는 분명 현재와는 다르다. 바다에도 우리가 모르는 '리즈 시절'이 있었다. 상징과도 같은 푸른색의 바다가 '탈색'하기 전, 초록빛 가득하던 바다의 리즈 시절을 파헤친 일본 나고야대의 연구를 따라가 봤다.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1990년 2월 14일, 우주를 탐사 중이던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보이저 1호는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 고향에 시선을 돌려 지구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담았다. '코스모스'의 저자인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그 사진을 보고 붙인 재무계산기프로그램 명칭 '창백한 푸른 점'은 이후 지구를 대표하는 별칭으로 자리 잡았다.
세이건 교수의 비유처럼, 푸른 바다는 지구의 상징과도 같다. 사해, 홍해, 흑해…… 지역에 따라 다채로운 바다가 있고 이런 바다들은 염분 농도, 서식하는 생물종 등에서 제각기 다른 특성을 띠지만?그럼에도 공유하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색깔이다.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가 저축성수신금리 있을 뿐 모두 푸르다.
그런데 과거에도 파랬고 지금도 푸르며 앞으로도 영원할 것만 같은 바다의 색이, 사실은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일본 나고야대 고등연구소팀이 원시 바다가 '녹색'이었을 수 있다는 과거를 폭로했기 때문이다.
시뮬레이션으로 원시 지구의 바다를 분석한 연구팀은 약 24억 년 전부터 지구 제2금융권대출이자 에 복잡한 생명이 생겨나기 직전까지의 지구 바다는 지금보다 훨씬 더 녹색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 원인은 바닷속의 풍부한 철 때문이었다. 그들의 연구는 2025년 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콜로지&에볼루션'에 실렸다. (doi 10.1038/s41559-025-02637-3)
당시의 바다는 왜 녹색일 수밖에 없었던 걸까. 원시 바다의 원리금일시상환 사정을 찾아, 바다의 과거 시절로 잠시 떠나봤다.

약 24억 년 전?남세균(Cyanobacteria)은 지구 생물 최초로 광합성을 시작하며 고대 지구에 다량의 산소를 공급했다. 지구에 퍼진 산소는 이후 해양과 대기 환경을 바꿔나갔다. 그렇게 바다는 초록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5년이내 . Chisholm Lab 제공

● 초록 바다의 비결은 바닷속 '녹슨 철'
바다가 초록을 머금기 시작했다고 추정되는 시점은 대략 24억 년 전이다. 당시로 돌아가 보자. 24억 년 전은 지구가 급격한 변환점을 맞이하던 시기다. 그간 산소가 희박하던 고대 지구의 대기에 갑자기 산소 농도가 급증한 것이다.?
'대산화 사건(Great Oxidation Event)' 혹은 '산소 대폭발 사건'이라 불리는 이 시기를 이끈 건 바로 남세균(Cyanobacteria)이었다. 바다에 살던 남세균이 최초로 광합성을 시작했고 광합성의 부산물로 산소를 만들어졌다.?
남세균이 만든 산소는 먼저 2억 년 동안 바다의 화학적 조성을 바꿨고 그 후로 바깥으로 쏟아져 나와 대기마저 바꿨다. 바다의 색깔이 바뀐 것도 이 화학적 조성의 변화 과정에서였다.
대산화 사건 이전 바다에는 열수분출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기 철이 가득했다. 이 철은 환원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철(II) 형태로 바다에 녹아 있었다. 이후 남세균이 산소를 내뿜기 시작하며 '산화 구역'을 만들자 바다에 떠돌던 철(II)이 산화 구역에 들어가며 반응하기 시작했다. 철(II)이 산화되며 철(III)로 변한 순간이었다.
철(III)이 늘어난 바다는 곧장 ‘녹(rust)' 공장으로 탈바꿈했다. 철(III)이 수중의 산소 및 수소와 반응해 수산화 제3철(Fe(OH)3)로 뭉쳤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녹은 산화철인데 수산화 제3철 역시 산화철의 한 형태로서 녹의 주성분을 이룬다.?
산화 구역에서 만들어진 녹슨 철이 대류를 통해 바다에 전방위로 퍼졌다. 이렇게 녹을 머금은 바다는 곧이어 녹조 화장을 시작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색깔은 색을 지닌 물체가 어떤 색의 빛을 반사하는지에 따라 갈린다. 지금의 바다가 파란 이유는 물 분자가 햇빛에서 받은 가시광선 중 빨간색이나 노란색 파장 등은 흡수하고 파란색 파장의 빛은 완전히 흡수하지 못한 채 일부 반사하기 때문이다.?

일본 사쓰난 제도의 이오섬 인근 바다는 선명한 청록색을 띠고 있다. 이는 마츠오 타로 일본 나고야대 지구우주과학과 교수의 추측대로 산화철의 작용 때문이다. 2023년 이오섬을 방문한 마츠오 교수는 “상상했던 옛 바다의 모습과 똑같았다”고 밝혔다. 나고야대 제공

원시 바다에 가득했던 수산화 제3철은 특히 적색광과 청색광을 주로 흡수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방치된 녹색광이 반사되며 바다는 초록색을 띠었다.
이전부터 초록 바다 가설을 믿고 있던 마츠오 타로 일본 나고야대 지구우주학과 교수는 2023년 현장 조사차 방문한 일본 사쓰난 제도의 이오섬에서 그 증거를 찾았다. 이오섬 인근 바다는 마츠오 교수가 상상한 청록빛을 선명히 지니고 있었다.?
마츠오 교수는 “이오섬 바닷물은 산화철 때문에 뚜렷한 녹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며 “상상했던 옛 지구의 모습과 똑같았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일본 나고야대 연구팀이 가정한 약 24억 년 전 해양 환경. 열수분출공을 통해 환원된 철이 남세균이 광합성으로 내뿜은 산소와 만나 산화철을 이뤘다. 이 산화철이 적색광과 청색광을 주로 흡수하며 바다는 점차 녹색으로 물들어갔다. Nature Ecology&Evolution, 게티이미지뱅크, 과학동아 제공

● 남세균이 숨겨둔 비장의 무기
남세균이 바다를 초록색으로 바꿨지만 그 환경은 정작 남세균에게 불리했다. 광합성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다색이 바뀌기 전 남세균은 녹색 색소인 엽록소를 활용해 광합성했다. 엽록소는 적·청색광을 흡수하며 산소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산소가 쌓이며 산화철이 가득해졌고 이것이 녹색광 외에 엽록소가 주로 흡수하는 영역의 빛을 대부분 흡수해 버렸다. 남세균이 더 이상 엽록소를 활용하지 못하니 자멸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남세균은 버텼다. 바다색이 바뀌었는데도 남세균이 살아남았다면 뭔가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추측대로 당시 남세균의 생존 비결은 숨겨둔 또 하나의 무기는 '피코빌리좀(phycobilisome)'이었다.
남세균은 독특하게 광합성 과정에서 엽록소 외에도 피코빌리좀이라는 세포 소기관을 추가로 활용한다. 피코빌리좀은 PC, APC, PE라는 세 가지 단백질과 PCB, PEB라는 두 가지 색소로 구성된다. 이 색소들은 500~650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영역의 빛을 흡수하는데 엽록소가 흡수하지 못하는 녹색광 영역이다.
피코빌리좀은 엽록소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유지하는 데는 큰 에너지가 소모된다. 엽록소만으로도 충분히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오늘날의 환경에서는 피코빌리좀이 '고비용 저효율'이란 뜻이다.
남세균이 왜 이처럼 엽록소보다 비효율적인 구조의 피코빌리좀을 가졌는지는 그간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남세균이 지닌 저효율 세포 소기관이 초록색이었던 원시 바다에 적응했던 진화의 증거라 짚었다.
연구팀은 직접 실험을 통해 증명에 나섰다. 이들은 우선 현대의 남세균을 이용해 실험을 설계했다. 현대 남세균에 PEB를 합성하는 유전자를 도입한 뒤 PEB를 합성하지 않는 대조군과 녹색광 조건에서 광합성 효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녹색광에서 PEB를 합성하는 남세균이 더 빠른 성장과 95% 이상의 높은 광합성 효율을 보였다.?
연구팀은 녹색광이 지배한 고대 바다에서 남세균의 피코빌리좀 속 PEB 색소가 생존의 연결고리가 됐다고 판단했다. PEB를 적극 활용한 개체가 자연선택된 것이다.
이후 이들은 다양한 현·고대 남세균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PC, APC, PE 등 피코빌리좀 속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의 보존 조사를 했더니 가장 오래된 공통 조상은 PE를 활용하는 핵심 유전자를 보유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이 분석한 원시 바다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먼저 남세균이 광합성을 시작했다. 남세균이 산소를 본격적으로 내뿜자 바다의 녹(산화철)이 늘어나며 초록색을 띠었다. 이후 남세균은 초록색이 된 바다에서 생존하기 위해 녹색광 광합성에 유리한 피코빌리좀을 광합성 매개체로 이용했다.
그렇다면 산화철은 어떻게 자취를 감췄을까. 바다는 언제 어떻게 지금의 파란색으로 되돌아온 것일까. 지구는 약 24억 년 전 지구에는 분홍 빛깔의 물도 존재한다. 우크라이나의 레무리아 호수는 적색 색소인 베타카로틴을 생산하는 조류가 서식하고 있어 호수가 뚜렷한 분홍빛을 띤다. 자연에서 보이는 물 색깔은 물이 담고 있는 생물종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일었던 대산화 사건 이후 또 한 번의 큰 산화 사건을 겪었다. 약 6~8억 년 전, '제2차 대산화 사건'이라고 불리는 '신원생대 산소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시기 바닷속 산화철이 고갈됐고 바다가 푸른색을 되찾기 시작했다.?
또한 오존층이 형성되면서 가시광선 전 영역을 포함한 백색광이 바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남세균은 엽록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고 이후 육지로도 진출한 남세균은 육지의 빛에 적응해 PE를 점차 사용하지 않게 됐다.
연구팀은 이를 환경과 생물이 서로를 진화시킨, 공진화 사례라고 봤다. 산소를 뿜는 남세균에 의해 바다가 변했고 변한 바다에 남세균이 다시 한 번 적응한 셈이다. 현재 피코빌리좀은 광합성을 보조하는 정도로 남았다. 연구팀의 분석이 맞다면 수십억 년 전 지구를 스쳐 간 외계 생명체는 지구를 보며 창백한 푸른 점이 아닌, 창백한 '녹색 점'을 떠올렸을 테다.?
마츠오 교수는 고대 바다가 초록색이었다는 사실을 근거 삼아 “우주에서 발견되는 녹색 행성은 곧 외계 생명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논문을 통해 전했다.

지구에는 분홍 빛깔의 물도 존재한다. 우크라이나의 레무리아 호수는 적색 색소인 베타카로틴을 생산하는 조류가 서식하고 있어 호수가 뚜렷한 분홍빛을 띤다. 즉, 자연에서 보이는 물 색깔은 물이 담고 있는 생물종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바다, 기후위기에 다시 녹색으로 돌아갈지도
우리의 기억 속에선 언제나 어른이었던 부모님에게도 바다처럼 한때 다른 색으로 빛나던 시절이 있다. 그들에게도 낭만을 향유한 어린 시절이 있단 걸 듣고 나면 돌연 어색함이 밀려들기도 한다. 물론 과거의 화려했던 모습을 되찾고자 하는 건 모두의 열망이다.
지금의 푸른 바다도 서서히 녹색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허나 바다의 과거 답습은 마냥 웃을 수 없다. 2019년 스테파니 두트키에비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지구대기행성과학부 수석 연구원팀은 기후위기로 식물성 플랑크톤 개체 수가 증가하며 2100년까지 전 세계 바다의 절반 이상이 녹색으로 변할 것이라 경고했다. (doi: s41467-019-08457-x)
연구팀이 해수면 온도에 따른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 군집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다음 세기까지 전체 바다의 50% 이상에서 색 변화가 현저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연구팀이 2023년 진행한 후속 연구에서는 전 세계 바다의 40%가 이미 지난 20년 동안 색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doi: s41586-023-06321-z)
21세기의 녹색 바다는 화려했던 옛 시절로의 복귀가 아닌, 병들어 가는 과정이다. 지구가 ‘창백한 녹색 점'이 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푸른색이 더 미색이라거나, 혹은 푸른색이 더 좋다는 선호의 차이가 아니다. 인류를 비롯한 지구 생명체 존속의 문제다.?
※관련기사 과학동아 8월호,
[박동현 기자 parkd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