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토가와

다운
져 있는 그들의 지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네." 야마토가와 홍무규가 내민 것은 누런 책자였다. 금방 작성한 듯 책자에서는 진 한 먹 향이 풍겨 나오고 있었다. 야마토가와 단사유는 책자를 받아 차분히 넘겨 보았다. 야마토가와 "역시 예상대로 서안(西安)에도 흑상 소속의 지부가 있군요." "서안이라면 일월표국을 말하는 것인가? 맞네! 그곳도 우리가 파악 야마토가와 하고 있는 흑상의 지부 중 하나지." 야마토가와 "이곳에서 제일 가깝군요." "그것도 맞네. 불과 반나절 거리니까." 야마토가와 미현에서 서안까지는 도보로 반나절 거리다. 거기에 무공을 익힌 고 수가 경공을 펼친다면 시간은 급속히 줄어든다. 야마토가와 "결정되었군요. 여기부터 시작하죠." 야마토가와 "일월표국부터 말인가?" "네!" 야마토가와 그것으로 목표가 결정되었다. 야마토가와 일단 표적을 결정하자 단사유는 곧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그는 미현 지부주인 담조양에게도 알리지 않고 일행과 함께 서안으로 향했다. 야마토가와 담조양이 그 사실을 알았을 때 그들은 이미 서안에 도착한 상태였 다. 무섭도록 빠른 행동력이었다. 야마토가와 일월표국은 무척이나 분주해 보엿다. 마차와 수레가 끊임없이 드나 야마토가와 들었고
표사들도 무척이나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월표국이 번성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야마토가와 그러나 일월표국의 정문을 지키는 무인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경직 되어 있었다. 그들 앞에 엄청난 거물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야마토가와 "그러니까 국주님을 뵈러 오셨단 말입니까? 여러분 모두?" 야마토가와 "흘흘! 그렇다네. 그러니 국주님에게 안내를 해 주게." 능청스럽게 대답하는 사람은 홍무규였다. 야마토가와 단지 개방의 장로라는 이름만으로도 일월표국에는 적잖은 부담감으 야마토가와 로 작용할 터였다. 하나 그의 곁에는 전왕과 검후
그리고 검룡까지 있 었다. 모두가 작금 무림을 쩌렁쩌렁 울리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유명 야마토가와 인사가 갑자기 일월표국 같은 중소표국을 찾아오자 정문을 지키는 경 비 무인은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야마토가와 당연한 일이었다. 그동안 일월표국을 찾아왔던 사람들이라고 해 봐 야마토가와 야 기껏해야 인근의 상인들이나 낭인무사들 정도가 전부였으니까. 그 가 어디서 이런 거물들을 한꺼번에 봤겠는가? 야마토가와 이미 다른 무인이 국주에게 기별을 넣기 위해 달려간 상태였다. 경 야마토가와 비 무사들에게는 그 잠깐의 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경비 무사는 곁눈질로 단사유 등을 흘깃흘깃 바라보았다. 야마토가와 무공을 익혔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그들의 등 뒤에 바보처럼 서 있 야마토가와 는 엄청난 덩치의 거한뿐이었다. 다른 이들은 잘생기고 아름답기는 했 지만 무공을 익힌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감히 경비 무사는 야마토가와 그들을 떠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정말 그들이 전왕과 검후라면 이런 중소표국 정도는 한 시진이 되기 전에 풍비박산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야마토가와 그는 한시라도 빨리 국주가 나오길 빌었다. 그러나 시간은 무척이나 야마토가와 더디게 흘러가고 있었다. 야마토가와 "뭣이? 전왕 일행이 찾아왔다고?" 야마토가와 "예!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정문에 와 있습니다. 일단 국주님이 나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야마토가와 "으음! 그들이 왜 이곳에?" 야마토가와 보고를 받는 일월표국의 국주 하룡호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설마 그가 나의 정체를 알고 찾아온 것은 아니겠지? 아닐 거야. 그 야마토가와 냥 의례적인 표물 의뢰를 하기 위해 찾아온 것일 게야. 그럴 게야." 야마토가와 그는 몇 번이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가 흑상의 일원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는 일 야마토가와 월표국의 식구들조차도. 야마토가와 서안의 이름 없는 소표국에 불과했던 일월표국이 번성하기 시작한 것은 하룡호가 흑상에 가입하면서부터였다. 흑상

있어요. 돈 많아요!" 야마토가와 추월은 서현에 정착하러 가는 길이었다. 돈은 충분했다. "좋았어. 나도 곧 따라갈 테니 무림맹에서 보자." "공자님!" 야마토가와 "응?" "몸조심하세요. 흐흑!" "울지 마. 그런 소리 내면 들켜." 야마토가와 주유성은 마차를 쫓아 경공을 펼쳐 달리기 시작했다. 다른 추격자들이 나타나기 전에 마차로 돌아가야 했다. 야마토가와 뒤에 남은 추월이 울음을 참기 위해 입을 자기 손으로 틀어 막았다. 야마토가와 주유성은 적들의 공격이 뜸해지는 틈새에 아가씨들을 하 나씩 내려놓을 계획이었다. 단번에 모든 인원이 사라지면 만 야마토가와 에 하나라도 적이 눈치 챌 수 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한 작전 이었다. 남궁서린도 순순히 주유성의 지시를 따라 적절한 곳에 몸을 야마토가와 숨겼다. 문제는 검옥월이었다. 검옥월은 거세게 저항했다. 야마토가와 "주 공자
내 실력은 약하지 않아요. 내가 같이 싸운다면 승산이 훨씬 높아요." 주유성은 답답했다. 야마토가와 "이건 적과 싸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에요. 우리는 달아나 는 중이라고요. 그리고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아주 수월하게 도망갈 수 있어요. 왜 그 기회를 놓치려고 해요?" 야마토가와 "주 공자가 위험하니까요." "나를 믿어요. 나 주유성이에요. 혼자 남으면 얼마든지 빠 야마토가와 져나갈 수 있어요. 천라지망이 아니라 더한 것이 펼쳐져도 나 를 잡을 수는 없어요." "제 검은 날카로워요. 저는 검각의 젊은 층 중에서 최고수 야마토가와 예요." "그래요. 검 소저 실력이 대단한 건 알아요. 하지만 적들의 야마토가와 수가 너무 많아요. 달아나는 것이 최고예요." "달아나는 것을 도와줄게요." '목숨을 걸고서라도.' 야마토가와 주유성은 답답했다. "시간이 없는데. 검 소저
미안해요." 야마토가와 주유성의 손이 갑자기 검옥월의 가슴을 노리고 날아갔다. 뱀처럼 민활한 움직임이었다. 검옥월의 몸이 그에 반응하여 빠르게 비틀어졌다. 주유성 야마토가와 의 손이 허공을 스쳤다. 검옥월은 즉시 반격을 해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고 싶었 야마토가와 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는 주유성의 다른 손이 어 느새 자신의 허리를 노리고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검옥월이 다시 허리를 비틀었다. 가슴과 허리가 서로 엇갈 야마토가와 리는 방향으로 꺾였다. 검옥월은 검사다.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 검을 쓴다. 그러 야마토가와 나 주유성을 상대로 칼을 뽑을 수는 없다. 검을 쓰지 못하니 그녀의 실력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나 다름없다. 주유성의 두 손 공격을 피하느라 지금 몸의 균형이 무너지고 야마토가와 있었다. 주유성의 몸이 검옥월에게 바짝 접근했다. 얼굴이 서로 부 야마토가와 딪칠 것 같은 기세였다. 검옥월은 이런 막무가내 몸통 공격에 당황했다. 주유성이 부상을 입을까 두려워 맞받아칠 수도 없 었다. 야마토가와 더구나 마차 위에는 물러설 공간도 없었다. 검옥월이 마차 지붕을 박찼다. 그녀의 몸이 살짝 떠올라 주 유성을 타고 넘었다. 야마토가와 그 순간 주유성이 하늘을 움켜쥐었다. 허공을 타고 넘어가 던 검옥월의 허리가 주유성에게 붙잡혔다. 야마토가와 주유성이 검옥월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연이은 공격에 검옥월은 공격 이외에는 대응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주유 성을 공격할 수는 없었다. 야마토가와 주유성은 검옥월의 허리를 어깨에 얹고 두 팔을 두른 상태 로 망설임없이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야마토가와 "미안해요. 하지만 시간이 없어요." 주유성은 검옥월도 다른 두 아가씨처럼 간단한 은신처를 마련해 주었다. 혈도를 짚거나 하는 바보짓은 하지 않았다. 야마토가와 만에 하나 적에게 들켰는데 몸이 마비된 상태라면 그 후의 결 과는 끔찍하다. 야마토가와 "검 소저
나를 믿고 여기서 하루만 기다려요. 그리고 무림 맹에서 보자고요. 쫓아오면 나는 계속 검 소저를 이렇게 끌어 내릴 거예요. 그럼 우리는 더 위험해져요." 야마토가와 검옥월은 자신의 무공으로는 주유성과 함께 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어요."

세상 물정은 아직 잘 모 르거든. 더구나 글공부만 했으니 이런 수법을 알 리가 있나. 야마토가와 물론 내가 바르게 키웠기 때문이기도 하지. 저 녀석을 속여먹 다니. 이런 통쾌한 기분 참 오랜만이다. 크하하하." 야마토가와 신나게 웃는 주진한을 보며 밍밍이 돈주머니를 품속에 넣 었다. 주진한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질문했다. "그런데 융자가 있다고? 그 돈으로 충분하겠니?" 야마토가와 밍밍이 손까지 저으며 웃었다. "에이. 그 말을 믿었어요? 주대인께서도 보기보다 순진하 야마토가와 시네요. 장사가 얼마나 잘 되는데 왜 융자를 얻어요? 이건 모 아뒀다가 저 시집갈 때 쓸 거예요." "쿨럭. 어린 녀석이 벌써부터 대단하구나." 야마토가와 주유성은 인생 처음으로 사기를 당했다. 야마토가와 사정을 모르는 주유성이 주진한의 앞에 앉았다. 주유성의 말을 들은 주진한이 일부러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야마토가와 "그래서 이제야 수련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수련이라고 하시니 조금 부담이 가네요. 그냥 예전에 배 야마토가와 운 것을 잊지 않고 다시 되새겨본다는 거죠." 주진한은 상인이다. 협상은 그의 삶이다. 야마토가와 "됐다. 이제 시간이 지났다. 소소 말처럼 너는 학자가 되 어라. 학자가 돈을 밝히면 잘못하다 탐관오리가 된다. 그냥 그렇게 청빈한 삶을 살아라." 야마토가와 절대로 본심이 아니다. 주유성과의 협상에서 약한 모습 보 이면 반드시 손해를 본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야마토가와 하지만 주유성도 보통 놈은 아니다. "싫으면 마시고요." 야마토가와 주진한은 지은 죄가 있으니 뜨끔했다. '이 녀석
혹시 벌써 의심하고 있는 건가? 가능성 있는 일이 지. 그게 아니더라도 너무 몰아붙이면 다시 게으름이나 피울 야마토가와 지도 모르지. 어떻게 해야 할까? 어디까지 제시해야 할까?' 주진한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야마토가와 '옳지. 일반 수련이 아니라 비무를 시키자. 내가 직접 하기 는 귀찮으니 무경이 녀석이랑 비무를 시키는 거야. 비무 할 때 마다 적당히 패는 거야. 제까짓 놈이 맞기 싫으면 무공을 열 야마토가와 심히 수련하는 수밖에 없겠지. 소소는 유성이가 무공이 높은 줄 아니까 반대할 리 없어. 이건 소소도 넘어온다. 틀림없 다.' 야마토가와 주진한은 자기가 지금 생각해 낼 수 있는 최고의 수를 찾았 다고 믿었다. 사실은 약한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야마토가와 "그럼 이렇게 하자꾸나. 네가 돈이 필요할 때마다 무경이 와 비무를 하는 거다. 비무 할 때마다 은자 한 냥을 주마." 야마토가와 주유성은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비무라. 적당히 하면 되겠지. 너무 잘 하면 학사들이 찾아 와서 귀찮게 하는 일이 무공에서도 일어날지 몰라.' 야마토가와 언제나 세상을 만만하게 보는 주유성이 즉시 동의했다. "좋아요. 즉시 시작해요." 야마토가와 진무경은 올해 나이 스물아홉이다. 주진한에게서 무공을 배운 지 이십 년이 넘었다. 원래 자질이 뛰어났던 그는 그동 야마토가와 안 주가장의 물적 지원을 확실히 받았다. 주진한 역시 분광검 법이나 단심법을 가르칠 때 오의까지 아낌없이 전수했다. 야마토가와 다만 좀 게으른 주진한이라 그리 열심히 가르치지는 않았 다. 대신에 진무경은 스스로 수련을 정말 열심히 했다. 그는 같 야마토가와 은 나이 대에서는 적수가 많지 않은 고수다. 진무경은 주유성보다 열 살이 넘게 나이차가 난다. 그런 진 야마토가와 무경이 목검을 들고 유쾌하게 웃었다. "크흐흐. 유성아
나와 겨뤄보겠다고? 어디 우리 유성이 실 력 한번 볼까?" 야마토가와 주유성이 목검을 든 채 진무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동안 같이 지낸 시간이 길다. 진무경의 실력이 어느 정도 야마토가와 인지는 잘 안다. 더구나 진무경의 무공에서 드러나는 빈틈까 지 이미 파악하고 있다. 야마토가와 '무경이 아저씨 방심하고 있네? 무경이 아저씨 성격이야 뻔하니까 이럴 때 예상 못한 초식들을 써서 약점을 찌르면 열 수 안에 쓰러뜨릴 자신이 있는데. 진짜로 그랬다가는 뒷감당 야마토가와 이 안 되겠지?' 그들의 비무를 흐뭇한 표정으로 보고

크아아!" 야마토가와 귀장군보가 다시 펼쳐지고 염왕지가 날아왔다. 주유성이 손을 빠르게 뻗었다. 염왕지가 그런 주유성의 손 야마토가와 을 뚫어버릴 듯 달려들었다. 이미 한번 경험해 본 염왕지다. 주유성의 손이 옆으로 비틀 야마토가와 어지면 염왕지의 손가락을 움켜잡았다. 염왕지가 순간적으로 정지했다. 가짜 추하전의 얼굴에 당황이 스쳤다. 그는 자신의 염왕지 야마토가와 를 잡을 수 있는 수법을 가진 자기 있을 줄은 몰랐다. 주유성이 그 손가락을 그대로 꺾었다. 평소의 염왕지라면 야마토가와 강한 내공으로 보호되고 있어서 꺾일 리가 없다. 그러나 내공 하면 주유성이다. 잠시의 저항은 주유성이 힘을 주자 무력하 게 무너졌다. 야마토가와 염왕지는 발동된 상태에서 꺾였다. 그러자 그 손가락에 주 입되던 내공의 일부가 거칠게 역류했다. 그 반작용으로 염왕 야마토가와 지에 사용된 팔의 혈도 몇 개가 일제히 찢어졌다. 손목에서부 터 어깨 방향으로 피분수가 연달아 터졌다. 잔인한 수련을 겪 은 가짜 추하전도 그 고통은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야마토가와 "으아악!" 주유성이 가짜 추하전의 손가락을 잡은 상태에서 다른 주 야마토가와 먹으로 정신 못 차리는 얼굴을 후려쳤다. "컥!" 가짜 추하전의 얼굴에서 피가 튀었다. 야마토가와 주유성이 계속 주먹으로 가짜 추하전을 쳤다. 가짜 추하전 의 얼굴이 점점 뭉개졌다. 그의 다리가 서서히 풀리며 비무대 야마토가와 위에 무릎을 꿇었다. 몇 명의 시험관이 무림맹주의 명령을 전해 듣고 비무를 정 지시키기 위해서 다가왔다. 야마토가와 가짜 추하전은 비몽사몽간에 빠졌다. 주유성이 그런 가짜 추하전에게 얼굴을 들이밀고 조용히 물었다. 야마토가와 "너 누구냐?" 가짜 추하전은 이제 자기가 맞아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야마토가와 는 이제 자기가 잡혔다고 믿었다. 도망갈 길은 없다고 생각했 다. 살아도 붙잡혀서 마교의 정보를 빼앗기고 죽을 거라고 확 신했다. 야마토가와 그렇게 판단한 순간
그의 머릿속에 평생에 걸쳐 각인시킨 금제가 발동했다. 야마토가와 가짜 추하전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는 심적 안정을 잃었 다. 그와 함께 강력한 그의 내력이 통제를 벗어났다. 그의 몸 속에서 내공이 요동쳤다. 그것이 혈도를 파괴하며 몸속을 찢 야마토가와 어발겼다. "끄아아아!" 야마토가와 가짜 추하전이 비명을 질렀다. 가짜 추하전은 자기에게 걸린 금제가 뭔지 잘 안다. 그것이 발동된 이상 자기가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야마토가와 가짜 추하전이 마지막으로 들은 질문은 그가 누구인지였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왜 태어난 것일까?' 야마토가와 그는 자기가 살아 있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어졌다. 가짜 추하전이 눈으로 피를 흘리면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 야마토가와 였다. "나는 이백팔십칠. 나를 기억해라." 막상 그가 남길 것은 그에게 할당된 번호밖에 없었다. 야마토가와 그 말을 들은 주유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백팔십칠. 이름이 숫자라고?' 야마토가와 다음 순간 가짜 추하전이 사지를 뒤틀었다. 칠공에서 피를 쏟으며 몸을 잠시 움찔거리다가 잠잠해졌다. 야마토가와 뒤늦게 시험관들이 달려와서 가짜 추하전의 몸을 더듬었다. 시험관 하나가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죽었다." 야마토가와 그 시험관이 벌떡 일어서더니 주유성에게 호통을 쳤다. "네 이놈! 어찌 비무 상대를 죽였느냐? 생명의 위험을 겪은 것도 아니면서!" 야마토가와 주유성은 조금 억울했다. '죽이고 싶었지만 죽이지는 않았다고. 알아내고 싶은 것이 야마토가와 얼마나 많았는데.' 시험관이 대답없는 주유성을 보고 고함을 질렀다. 야마토가와 "이런 무례한 놈! 넌 실격이다! 그리고 이 일은 고의성이 다분하니 네놈을 조사해 봐야겠다! 내가 보기에 이건 명백히 고의적인 살인이다!" 야마토가와 그 말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이거 허풍대협이 무슨 짓을 한 거야?" 야마토가와 "사람을 죽였잖아
사람을." "비무대회에서 사람이 죽는 일은 자주 있잖아?" "고의로 그랬냐 하는 것이 문제지. 비무하다 실수로 죽인 야마토가와 것과는 다르니까.'

보지 않았다. 덕분에 어린아이다운 웃음을 찾아가고 있 야마토가와 었다. 그러나 철산을 바라보는 남강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빛나 야마토가와 고 있었다. 야마토가와 "사형?" 홍초희가 그의 얼굴을 보고 놀랐다. 도대체 남강의 얼굴이 왜 그렇 야마토가와 게 굳었는지 알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초희의 반응에 상 관없이 남강은 철산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마토가와 그는 품속에서 한 장의 용모파기를 꺼내 들었다. 꾸깃꾸깃 구겨진 야마토가와 종이에는 한 아이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우연히 조우한 적이 있는 흑혈성의 무인들에게서 빼앗은 것이었다. 이곳에 온 것도 혹시 철산이 야마토가와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야마토가와 표국의 무인들은 이번 싸움의 원인이 대천상단의 소주인이 보호하 고 있는 어떤 꼬마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 순간 남강은 직감했다. 대천 야마토가와 상단의 소주인이 보호하고 있는 꼬마가 철산일지도 모른다고. 오직 그 만이 이런 싸움의 원인이 될 수 있을 뿐이다. 야마토가와 용모파기 안에 그려진 얼굴은 분명 눈앞에 있는 철산과 같은 얼굴이 야마토가와 었다. 그의 음성이 싸늘하게 흘러나왔다. 야마토가와 "지울 테무르... 맞나?" 야마토가와 뜻밖의 음성에 철산이 흠칫 놀랐다. 이미 오래전에 잊었다고 생각한 이름이 낯선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야마토가와 철산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철산이에요
궁철산." 야마토가와 "거짓말! 너의 이름은 지울 테무르. 원 황실의 혈통을 이은 황자. 내 야마토가와 말이 틀리느냐?" "그건 예전 이름일 뿐이에요. 나의 이름은 철산
궁철산이에요." 야마토가와 "여하튼 맞다는 말이구나." 야마토가와 남강의 얼굴에 떠오른 서늘한 기운
그것은 분명 살기였다. 그가 그토록 찾고자 애를 썼던 철산이 뜻밖에도 이곳 복천골에 있었 야마토가와 다. "너의 어미는 어디에 있느냐? 또 이정운은?" 야마토가와 "왜 그걸 묻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거라." 야마토가와 남강은 철산을 채근했다. 야마토가와 철산은 그제야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인지 는 모르지만 눈앞의 남자는 자신과 어머니에게 적개심을 품고 있었다. 야마토가와 철산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자 남강의 얼굴에 한기가 떠올랐다. 야마토가와 "네가 말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어차피 너는 입을 열게 되어 있 으니까." 야마토가와 "잠깐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죠? 이 아이는 우리가 보호하고 있는 아이예요. 너무 무례한 거 아닌가요?" 야마토가와 소호가 철산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자 남강의 차가운 시선이 눈에 야마토가와 들어왔다. "이 아이가 어떤 아이인 줄 알고 이러는 겁니까?" 야마토가와 "알아요. 그런데 그게 어때서요?" 야마토가와 "이 아이와 어미는 고려에 해악이 될 소지가 있습니다. 난 이 아이 의 어미를 만나고 싶습니다. 이곳에 있다면 보게 해 주십시오." 야마토가와 "그건 왜 그렇죠?" "만약 고려에 해가 된다면..." 야마토가와 스르릉! 야마토가와 남강이 검을 들어 보였다. 더 이상 말은 없었지만 소호는 그의 뜻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눈앞의 남자는 철산과 그의 어 야마토가와 머니에게 적개심을 품고 있었다. 야마토가와 "당신은 잘못 찾아왔어요. 이 아이는 결코 당신이 함부로 대해도 되 는 아이가 아니에요." 야마토가와 "나를 막지 마시오. 고국 사람을 해쳤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으니 까." 야마토가와 "이 아이도 마찬가지로 우리와 같은 피가 흐르고 있어요. 남이 아니 야마토가와 란 말이에요." 야마토가와 "이 아이는 우리와 다르오. 이 아이의 피 속에는 몽고의 피가 흐르 고 있소. 그 저주스런 피가... 이 아이는 원의 황자이오. 어떻게 원 야마토가와 의 황자를 데리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 아이는 존재만으로도 위험한 존 재이오. 나에게 넘기시오." 야마토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