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8-24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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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5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내에 위치한 서울색공원. 초등학교 6학년 동갑내기인 진모(12)군과 전모(12)군은 '픽시 자전거'를 타고 스키딩(skidding·뒷바퀴를 미끄러지게 해 멈추는 기술) 연마에 한창이었다. '색공'이라는 줄임말로 불리는 이곳은 '올공'(송파구 올림픽공원)과 더불어 '픽시'를 즐기는 청소년들에게는 자전거 기종과 자전거 묘기들을 자랑하는 일종의 '성지'다. 두 학생의 무릎에는 방금 전까지 기술 연습을 하다가 넘어져 생긴 상처도 있었다.
픽 홍대직장인밴드 시는 '고정 기어 자전거(Fixed-gear bicycle)'의 줄임말이다. 일반 자전거와는 달리 기어가 고정된 자전거를 뜻한다. 일반 자전거는 주행 중 페달을 멈춰도 바퀴가 계속 흐르는 프리휠(freewheel) 방식이지만, 픽시는 페달과 뒷바퀴가 고정돼 있어 페달을 멈추면 바퀴도 멈추고, 바퀴가 돌아가면 페달도 강제로 돌아가는 구조다. 본래 경륜 경기용 주택청약종합저축 금리 으로 제작된 자전거다.

21일 오후 6시 서울 영등포구 서울색공원에 픽시 자전거를 타는 청소년들이 모여 있다. 오세운 기자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픽시는 '필수템'이 될 정도로 급속히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심플한 주택공사 모기지론 외형에다 묘기를 부릴 수 있는 특징을 지닌 덕분에 매력만점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친구의 픽시를 빌려 타고 왔다는 전군은 "주변 10명 중 대여섯 명이 픽시를 타고, 나머지 친구들도 일반 자전거에서 픽시로 넘어오려고 한다"며 "나도 엄마아빠에게 픽시를 사 달라고 조르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픽시에 달려 나오는 '브레이크' 장치 9월현대m포인트사용처 도 제거하는 게 하나의 트렌드로 정착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노(No)브레이크 픽시'다. 더욱 스릴 있는 주행을 위해서라고 하나, 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12일 서울 관악구의 이면도로에서 한 중학생이 브레이크 없는 픽시를 타고 내려오다 속도를 줄이지 못한 결과 에어컨 실외기에 부딪혀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후 경찰은 "(노브 미국 통신요금 레이크) 픽시 자전거의 도로 주행을 안전운전 의무 위반으로 규정해 계도·단속하겠다"며 현행 도로교통법을 적극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브레이크 없는 픽시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프로 경륜 선수의 지도하에 △일반 로드 자전거 △앞바퀴에만 브레이크가 있는 픽시 △브레이크가 아예 없는 픽시, 3개 종류의 자전거로 제동 거리 실험을 해 보며 간접적으로나마 따져봤다.

95㎝→4.5m→20m… 브레이크 유무 '결정적'

21일 오후 2시 경기 광명시 광명스피돔 인근에서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를 처음 타 보고 있는 기자의 모습. 서행 상태에서 정지를 시도했음에도 균형을 잡지 못해 발을 땅에 디딜 수밖에 없었다. 오세운 기자

우선 픽시가 어떤 방식으로 주행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공터에서 픽시를 타 봤다. 평소 로드 자전거를 타던 기자였지만, 처음 접하는 픽사는 안장에 오르는 것부터 만만치 않았다. 페달을 원하는 위치에 놓고 밟으면서 탑승할 수 있는 로드 자전거와 달리, 픽시는 페달이 고정돼 있는 탓에 원하는 지점에서 밟고 출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쉼 없이 페달을 계속 밟아야 하는 픽시에 적응되지 않아, 주행 중 갑자기 멈춰 서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핸들이 비교적 낮은 위치에 장착돼 있는 점도 어려움을 안겼다. 상체를 많이 구부릴 수밖에 없는 탓에 빠른 주행 시 몸이 앞으로 쓰러질 것 같았고, 핸들을 잡은 두 손은 사시나무 떨 듯 흔들렸다. 서행 도중 정지를 시도했을 때에도 제대로 서지 못하고, 결국 발로 땅을 짚으면서 불안정한 상태로 멈춰 서야만 했다.
어느 정도 적응을 한 뒤에는 자전거 종류에 따른 제동 거리를 비교해 봤다. 20m가량의 내리막길을 달린 뒤 동일한 지점에서 제동을 걸었을 때 밀려나간 거리를 측정했다. 먼저 브레이크가 앞뒤 모두에 있는 로드 자전거로 제동해 보니 기준점으로부터 95㎝ 지점에서 멈춰 섰다. 앞바퀴에만 브레이크가 달린 픽시는 이보다 약 5배 더 긴 4.5m쯤 가서야 정지했다.
경찰의 단속 대상이 된 '노브레이크 픽시'는 어떨까. 제동 장치가 없기에 페달을 뒤로 밟아 중립 상태로 맞춰야만 자전거가 멈추는 원리인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시속 10~15㎞ 정도의 일반적인 자전거 주행 속도로 달리다 정지를 위해 페달을 역방향으로 밟으려고 시도했으나 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앞으로 움직이는 페달의 관성을 제어하며 곧바로 멈춰 세우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결국 당시에 기자가 갖고 있던 장비로는 정확한 거리 측정조차 힘든 지점에 도달하고 나서야 겨우 멈췄다. '앞바퀴 브레이크 픽시'보다 족히 4~5배 거리를 더 이동한 것으로 보였다. '최소 20m'는 됐다는 얘기다.

21일 오후 2시 기자가 경기 광명시 광명스피돔 인근 내리막길에서 일반 로드 자전거를 타고 주행을 하다 멈추고 있다. 기준점인 나무 화분에 다다랐을 때 앞뒤 브레이크를 모두 잡자 기준점에서 95㎝ 밀려난 채 바로 정지했다. 오세운 기자

21일 오후 2시 기자가 경기 광명시 광명스피돔 인근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 자전거를 타며 '제동 거리 측정' 실험을 하고 있다. 기준점에 다다랐을 때 페달을 역방향으로 밟아 정지를 시도했으나 역부족이었고, 결국 기준점으로부터 약 20m가량 더 간 뒤에야 멈춰 섰다. 오세운 기자

"노브레이크 픽시 도로 주행? 미성년자의 스포츠카 운행"

왼쪽 검은색 차체의 픽시 자전거에 앞바퀴 브레이크(빨간색 원)가 달려 있다. 오른쪽 파란색 차체 자전거는 '브레이크 없는' 선수용 픽시다. 오세운 기자

자전거 탑승자에게 브레이크는 위급 상황 발생 시 안전을 지켜 주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멋이 없다'는 이유로 브레이크를 분해해 제거한 뒤 타는 청소년들도 적지 않다. 픽시 3대에 약 2,000만 원을 투자했다는 한모(17)군은 "친구들 사이에서 브레이크를 안 떼면 겁쟁이라는 인식이 있다. 브레이크가 있는 픽시를 타는 친구들은 함께 노는 무리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다들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브레이크를 떼고 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물론 '노브레이크'의 위험성을 모르는 건 아니다. 초등학생 진군은 "최근 친구들을 따라 처음으로 일반 차도에서 픽시를 타 봤는데, 차량 한 대가 (갑자기) 나와서 노브레이크 픽시를 타던 일행 중 한 명이 사고를 당했다"며 "그 이후로 일반 도로에선 무서워서 못 타고 있다"고 했다. 픽시를 탄 지 2년 정도 됐다는 장모(16)군도 "브레이크 있는 픽시로 입문해 별 문제 없이 타고 다녔다. 그런데 언젠가 한 번, 노브레이크 픽시를 빌려 탄 적이 있었고 당시는 스키딩을 못 하던 시절이라 내리막길에서 사고가 날 뻔했다"는 경험담을 전했다.
20년차 프로 경륜 선수로 활동 중인 이재일(45)씨는 '노브레이크 픽시'를 경륜 경기장 밖에서 모는 행위에 대해 "자살 행위"라고 단언했다. 이씨는 "청소년들이 브레이크 없는 픽시를 타는 건, 미성년자가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것과 유사하다"며 "도전 정신이 강한 10대들이 요새 수천만 원에 달하는 '브레이크 없는 선수용 픽시'를 구매하던데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대 시속 50~60㎞가 나오는 픽시의 위험성을 알기에, 이씨는 중학생 아들에게 '앞브레이크를 떼지 않는 조건'으로 픽시를 사 줬다고 한다. 그는 경륜 경기를 예로 들면서 이렇게 경고했다. "픽시로 경륜 경기를 마친 선수들도 (경기 중) 달리던 속도가 워낙 빠르니 가만히 있으면서 333m 트랙 두 바퀴는 돕니다. 그제서야 멈춰 서거든요. 브레이크 없는 픽시는 일반 도로에선 본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폭탄'이예요. 절대 도로로 나와서는 안 됩니다."

"노브레이크 픽시, 차량 해당"… 경찰, 단속 방침

노브레이크 픽시 단속 관련 Q&A. 그래픽=박종범 기자

그동안 픽시는 '법적 사각지대'에 있었다. 자동차나 원동기에 속하지 않은 것은 물론, 브레이크가 없는 탓에 자전거로도 분류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중학생 사망 사고를 계기로 '픽시 규제' 목소리가 힘을 받자, 경찰은 법률 검토를 거쳐 '노브레이크 픽시=차량'이라고 규정했다. '모든 차는 제동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해야 하며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속도나 방법으로 운전해서는 안 된다'는 도로교통법 48조 1항을 적극 적용해 픽시 계도·단속에 나서겠다는 게 경찰 방침이다.
청소년 자전거 교통사고율 증가도 단속 근거로 제시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자전거 교통사고 5,571건 중 26.2%(1,461건)가 18세 미만 청소년 사고였다. 2022년 19.4%, 2023년 18.3%와 비교하면 1, 2년 새 '청소년 사고'의 비중이 급증한 것이다.
'픽시 단속'에 대한 반발, 불만 표출도 없지는 않다. 직접적 계기가 된 '중학생 사망 사고'와 관련한 가짜뉴스가 자전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하는 게 대표적이다. 픽시 주행 중 사망한 중학생이 △사고 당시 내리막길이 아닌 계단을 내려 왔고 △픽시가 아니라 로드 자전거를 탔다는 내용 등이다. 일부 누리꾼은 "언론과 경찰이 픽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났다"는 불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일보의 질의에 "(중학생 사망 사고 현장에) 계단은 없었고,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 자전거를 탄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모호한 기준 탓, 실질적 단속 힘들 것" 우려도

자전거 온라인 커뮤니티에 최근 올라온 게시글 일부. 픽시를 타다가 사고로 숨진 중학생과 관련해 근거 없는 소문이 확산 중인 가운데, 일부 이용자는 이런 내용을 근거 삼아 '픽시 규제는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다만 현장에선 기준이 모호한 탓에 실질적인 픽시 단속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위험한 주행을 할 경우에 단속 대상이 될 뿐, 픽시의 도로 주행 자체를 막을 법적 근거는 여전히 없기 때문이다. 지연환 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브레이크 없는 픽시로 일반 도로에서 언제든 멈출 수 있는 수준으로 매우 서행한다면, 이를 단속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도 서둘러 입법 작업에 나섰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브레이크 없는 픽시 자전거 외부 도로 운행 제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제동 장치가 없는 자전거의 외부 도로 운행을 전면 금지하고, 위반 시 2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