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8-25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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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도권으로 흐르는 에너지고속도로, 과연 ‘오해’인가요?
A. ‘에너지고속도로’는 이재명 정부가 경제성장과 탄소중립을 함께 달성하겠다며 제시한 핵심 국정과제입니다. 에너지고속도로는 기본적으로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요 지역으로 보내는 송전망을 말해요. 2023년 국내 최대 전력수요가 20년 전에 견줘 98% 증가했지만, 송전설비는 같은 기간 26% 증가하는 데 그쳤어요. 앞으로 ‘전기 먹는 하마’인 인공지능(AI) 산업 우리은행 부동산담보대출 등의 전력수요도 크게 늘 전망이라, 송전망 확충은 시급한 과제로 꼽힙니다. 문제는 발전시설처럼 송전시설도 지역 주민들에겐 기피의 대상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송전망은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에서 사용하는 수도권으로 보내는 ‘중앙집중형’이라, 10여년 전 ‘밀양 송전탑’ 갈등 때처럼 곳곳에서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 송전망의 전체적인 현황 수협햇살론서류 을 보면, 동쪽과 남쪽에서 수도권으로 들어오는 두 줄기 송전망이 각각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꽉 막혀 있는 상황이에요.
‘주민 수용성’에 막히는 송전망
동쪽으론, 동해안 쪽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4GW)를 수도권의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 등에 보내기 위한 ‘동해안-동서울 초고압직류송전망(HVDC)’ 건 대부소비자금융협회 설 사업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쓰는 교류 전기를 송전할 땐 직류로 바꾸어 초고압으로 보내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인데,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이를 위해 경기 하남시 감일지구에 있는 기존 동서울변전소 안에 2026년 12월까지 ‘초고압직류송전 변환소’를 지을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이곳은 2021년부터 입주가 시작돼 현재 인구 4만명이 사는 율계산 신도시이기도 합니다. 이곳 주민들은 한전이 사업 내용을 충분히 알리지 않는 등 그간 의견수렴 과정이 충분치 않았다며 변환소 건설을 반대하고 있어요. 감일지구 주민 김은경(44) 동서울전력소증설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한겨레에 “처음에 주민들은 기존 변전소 시설들을 옥내화하는 것으로만 알았을 뿐, 대규모 전력을 공급받기 위한 큰 규모의 전력시설이 들어오 1%주택대출 는 것은 뒤늦게 알았다. 주거지역에 인접한 최대 규모의 전력 시설인데, 어떻게 주민 동의 없이 건설이 가능한가” 밝혔어요. 반면 한전은 “2023년부터 주민자치회, 입주자 대표, 유관단체 등을 대상으로 총 7회에 걸쳐 옥내화와 변환소 증설 관련 사업 설명회를 시행했다”는 입장이에요.
남쪽에선 전북 서남권(2.4GW)과 전남 신안(8.2GW)의 해상풍력으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345킬로볼트(kV) ‘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 사업이 2029년 12월 준공 목표로 추진되고 있어요. 이 송전망이 지나는 15개 지역 중 한 곳인 충남 금산군 진산면 주민 박범석(61) 송전선로 금산군 경유 대책위원장은 “한전이 사업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우리 지역이 ‘최적 경과 대역’(송전망이 지나가기에 가장 적합한 경로)으로 확정된 뒤에야 이를 뒤늦게 알게 됐다” 주장해요. 한전은 “최적 경과 대역 결정 전에 사업설명회를 충분히 시행했다”는 입장이고요. 특히 주민들은 한전이 ‘주민주도형 입지선정위원회’ 제도를 시행한다면서도 주민 대표로 공무원을 넣는 등 이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다며 소송도 제기했는데, 최근 법원은 “입지선정위 등 시행기준은 한전의 자체 내부규정이라 안 지켜도 위법하다 볼 수 없다” 취지로 결정해 주민들이 더욱 반발하고 있어요.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있는 한전 본사 사옥. 연합뉴스

이 같은 ‘송전망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뭘까요? 이재혁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송전선로를 계획하고 시공하는 주체가 모두 한전이고, 이를 감독하는 기관이 따로 없어서 나타나는 문제라 지적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면 이에 따라 한전이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을 세우는데, “주민 수용성, 공사 기간 준수, 경제성 등을 검토하고 이를 잘 지켰을 때의 인센티브와 못 지켰을 때의 벌칙이 없는 상황에서 한전에게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려 노력하란 요청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독일의 경우 연방 경제기후보호부(BMWK) 산하에서 전기·가스·통신 등의 시장을 규제하는 ‘연방네트워크기관’이 송전망을 계획하고 감독하고 있어요. 송전망을 건설하는 정부기관과 사업자들은 연방네트워크기관의 평가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거죠.
에너지고속도로, ‘에너지순환도로’ 되어야
더 근본적으로는,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전력망은 과연 무엇이었나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력망은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대규모 공업단지 등이 모여있는 수도권에서 쓸 수 있도록, 국가의 주도 아래 ‘중앙집중형’으로 건설됐어요. 그러나 지역불균형 해소와 에너지 ‘전환’이 시급한 현재, 전문가들은 예전 같은 방식의 중앙집중형 전력망은 유효하지 않으며 ‘지역분산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요.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송전망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시설들을 전력이 생산되는 곳으로 이동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이동하는 기업들에게 전기요금 인하 등 인센티브를 주는 한편, 수도권에는 더는 전력 소비가 큰 공장이나 데이터센터는 들어설 수 없게 하는 규제를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는 거예요. “독일처럼 재생에너지의 충분한 공급이 확보되지 않은 지역에는 산업시설 입지를 제한하거나 허가를 내주지 않는 등 정부가 강력한 시그널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어요.

이재명 정부도 ‘지산지소’ 방향을 천명하고 있어요.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고속도로에 대해 “‘수도권 일극주의’로 불리는 불균형 성장 전략이라는 오해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에너지고속도로란 서울로 가는 뻥 뚫린 길이 아니고, 대한민국 전국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첨단 전력망을 말하는 것”이라고 직접 발언하기도 했죠. 지난 대선 기간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연구소인 민주연구원에서 발간한 ‘에너지고속도로 10문10답’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전력망 문제의 핵심이 ‘주민 수용성’에 있다는 지적과 함께 “햇빛연금·바람연금으로 주민에게 수익을 나눈다”는 해법이 제시되어 있기도 합니다. 전남 신안군 등에서 주민들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건설에 참여해 이익을 공유했던 것처럼, 송전설비에 대해서도 ‘이익공유제’를 확산하겠다는 셈법이 읽혀요.
그러나 최근 발표된 국정과제 등을 보면, 구체적인 혁신 방향은 나오지 않은 대신 기존의 대규모 송전설비 건설 계획은 그대로 추진되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6월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은 “기획된 송배전 국가 기간 전력망의 적기 건설”을 약속했어요. 최근 국정과제 발표에선 “2025년 3만7169서킷킬로미터(c-㎞)인 송전망을 2030년 4만8592c-㎞로 늘린다”는 목표치를 내놨는데, 이는 기존 ‘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의 목표치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김혜정 지속가능발전연구센터 대표는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문제를 가늠자로 지목했어요.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신속하게 조성”, “반도체 특별법 신속히 제정” 등이 포함됐는데, 이는 “수도권 전력 집중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지역분산형 에너지체계 구축·지역균형발전 정책과 정면 배치된다”는 거죠. 이순형 동신대 교수(전기공학과)는 ‘에너지고속도로’란 말에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낸다는 오해가 있으니”, 차라리 여기에 괄호를 달고 ‘지산지소용 에너지순환도로’라는 부가 설명을 붙여주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정부는 과연 이 ‘오해’를 제대로 풀어낼 수 있을까요?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