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워 놓은 횃불로 인하여 대낮과도 같은 밝음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밤공기에 휩싸인 물길은 오직 지독한 어둠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준비는 끝났나?” 빠칭코 ㎳ “끝났습니다. 전함은 숨겨 두겠지만 오래 가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 비검맹에 넘길 것이면 차라리 관군에 넘기는 것이 좋을 텐데 말이다. 큭큭큭.” 빠칭코 ㎳ 류백언의 눈에는 광기에 가까운 광망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풀어헤친 머리카락이 강바람에 휘날린다. 횃불에 비친 그림자가 무섭도록 일렁거렸다. 빠칭코 ㎳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라. 가장 먼저는 비검맹의 눈에 띄지 말아야 하고 다음으로는 관군들의 추격을 조심해야 한다. 괜한 위험을 자초하지 마라. 여기까지 온 이상 이제 너희들은 수로맹이 아니야!” 빠칭코 ㎳ 아무도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수로맹이 아니라는 말. 빠칭코 ㎳ 꿈의 깃발이 내려진 그들에게 우렁찬 목소리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개죽음 당하지 말고 어서 도망쳐라. 죽어버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법이다. 백무한은 이제 글렀어! 덤비지 말아야 할 곳에 덤볐을 뿐이다! 네 놈들도 어서 빠칭코 ㎳ 정신 차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산 속에 들어가든 농사를 짓든 장풍(長風)이 불지 않는 곳에 가서 살아라!” 류백언의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빠칭코 ㎳ 수로맹을 호령하던 군사(軍師)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이젠 정말로 끝난 것이다. 빠칭코 ㎳ 실망이 절망이 되어 장강의 사내들을 휘몰아쳤다. 그들의 마음은 밤공기 물길처럼 지독한 어둠으로 채워져 가고 있었다. “해산(解散)이다! 수로맹의 맹(盟) 자도 꺼내지 마! 어서 꺼져!” 빠칭코 ㎳ 류백언이 손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갈라지는 외침에 휘적 휘적 옆으로 걸어가 술병을 잡아 쥔다. 빠칭코 ㎳ 목구멍에 콸콸 들이 붓는 그의 모습 장강 사내들이 한 번도 보지 못한 흐트러진 모습에 결국 뒤에서부터 하나씩 몸을 돌린다. 영웅의 몰락이었다. 빠칭코 ㎳ 짧은 시간 수로맹 십이 대 지파를 규합하고 수로십팔채의 명성을 되살려가던 역전의 군사(軍師)는 그렇게 망가져버리고 만 것이다. 젊은 사내들 장강에 부는 바람 장풍에 몸을 맡긴 사내들은 그 무너지는 영웅의 모습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빠칭코 ㎳ 류백언의 말처럼 떠날 수밖에 없다. 백무한은 이미 빠져나올 수 없는 사지(死地)에 들어섰고 이틀 후 동이 틀 무렵에는 죽는다. 빠칭코 ㎳ 배신자 류백언. 배반의 굴레를 뒤집어 쓰기는 했지만 그는 앉아서 장강 만리를 굽어보던 천재다. 그런 그의 예상이니 백무한의 죽음도 틀림이 없을 게다. 빠칭코 ㎳ 백무한이 없으면 수로맹도 없다. 수로맹이 없으면 장강의 사내들도 없다. 빠칭코 ㎳ 백무한은 말했다. 어떤 싸움에서도 목숨을 먼저 생각하라고. 빠칭코 ㎳ 장강 만리수(萬里水)는 생명수(生命水)니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이 없으면 안 된다고.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이 목숨을 중히 여기지 않으면 거기에는 수로도 없고 십팔채도 없는 것이라고. 빠칭코 ㎳ 백무한은 장강의 물을 튼 용왕(龍王)이다. 두 주먹으로 장강의 물을 새로 흐르게 만든 권신(拳神)이다. 빠칭코 ㎳ 사내들은 용왕의 말을 믿었고 신(神)의 말을 숭상했다. 류백언의 말 아니 백무한의 말처럼 그들은 살아야 했다. 살아서 꿈을 이야기하고 한때 꾼 꿈을 꾸며 늙어가리라. 빠칭코 ㎳ 그것이 백무한의 부탁이었다. 류백언의 말 때문이 아니라 백무한의 부탁이기에 떠난다. 류백언의 병법에 반한 자들도 백무한의 힘에 반한 자들도 각자의 배를 챙겨 떠나가기 시작했다. 빠칭코 ㎳ 쏴아아아아. 하나씩 잦아드는 불빛이다. 술을 마시는 류백언의 주위에는 어느 새 누구도 남질 않았고 단 하나 꺼져가는 횃불만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빠칭코 ㎳ “큭큭큭........” 비틀린 웃음이 다시 한번 암천을 향하여 울려 나왔다. 빠칭코 ㎳ 별 하나 떠 있지 않은 밤이었다. 구름 사이로 어스름한 달빛이 새어 나와 류백언의 머리 위를 비춘다. 쨍그랑! 빠칭코 ㎳ 술병을 땅에 던져 깨 버린 그가 일어났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서쪽 하늘을 바라보는 류백언이다. 한 순
시체가 없다잖아. 그럼 산 거야. 그럼. 그렇고말고." 빠칭코 ㎳ 서현 전체도 충격에 휩싸였다. 주유성이 서현 지역 경제에 빠칭코 ㎳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그중에서도 서현의 시장 사람들에게 주유성의 의미는 엄청나다. 빠칭코 ㎳ 꼬치구이 가게를 운영하는 당찬 아가씨 밍밍은 그 소문을 듣고 처음에는 피식 웃었다. "흥. 오빠가 죽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빠칭코 ㎳ 그러나 같은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자 그녀의 얼굴은 점점 하얗게 변했다. 빠칭코 ㎳ 옆 가게 주인이 그녀가 걱정되어 다가왔다. 그녀가 밍밍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밍밍아 소문 들었니?" 빠칭코 ㎳ 그 작은 충격에 밍밍은 풀썩 쓰러졌다. 그녀는 이미 까무러 쳐 있었다. 소식을 들은 무림맹은 뒤집어졌다. 빠칭코 ㎳ 검성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뭐가 어쩌고 어째? 유성이가 죽어?" 그의 내력 깃든 소리에 회의실이 부르르 떨렸다. 장로들은 빠칭코 ㎳ 평소에 허허거리고 있던 검성의 진짜 내력을 느끼고 기겁을 했다. 빠칭코 ㎳ 다 그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거지 취걸개가 즉시 반박했 다. "맹주! 유성이가 죽다니. 그놈이 얼마나 영악한데 죽다니! 빠칭코 ㎳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시오!" 검성이 마음을 조금 진정하고 말했다. 빠칭코 ㎳ "그렇지. 유성이가 죽을 놈이 아니지. 그놈을 죽일 놈이 있 을 리가 있나. 하지만 방금 보고에서 마교 놈들의 탈명수라대 에 당했다며!" 빠칭코 ㎳ "시체는 안 나왔다니까! 다른 놈이라면 몰라도 그놈은 시 체가 없으면 죽은 게 아니란 말이오!" 빠칭코 ㎳ 검성의 얼굴이 환해졌다. "아 그렇지. 시체가 안 나왔지 시체가. 그럼 당장 수색대 를 파견해서 더 철저히 뒤져야지! 어디 다쳐서 쓰러져 있을지 빠칭코 ㎳ 도 모르잖아!" "이미 그러고 있소. 우리 거지새끼들이 떼거지로 몰려갔단 말이오!" 빠칭코 ㎳ 무림맹주와 무림장로는 급수가 차이가 난다. 검성과 취걸 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원래부터 말이 걸걸한 취걸개였다. 빠칭코 ㎳ 게다가 둘 다 심하게 충격받은 상태라 서로 맞먹고 있었다. 그들의 싸움을 보면서 군사 제갈고학과 적명자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빠칭코 ㎳ '예상보다 더 큰 성과다. 사황성 놈들을 천 명이나 죽이고 죽다니. 그야말로 최고의 결과로군. 역시 내 계략은 뛰어나. 빠칭코 ㎳ 주유성 마지막에 웃는 것은 결국 나란 말이다. 흐흐흐.' '잘 죽었다. 그놈이 드디어 죽었구나. 속이 다 시원하다. 흐흐흐.' 빠칭코 ㎳ 중소 규모 중에서 제법 잘나가는 정파 중 하나로 도곡문 이 있었다. 도곡문이 있기에 인근 마을들은 사파들의 위협에 서 어느 정도 안전한 편이었다. 빠칭코 ㎳ 사황성의 힘이 넘치는 만큼 일반 사파들은 그 세력이 약했 다. 도곡문과 오랜 세월 경쟁하는 사파가 녹흑파였다. 녹흑파 빠칭코 ㎳ 는 도곡문을 누르기 위해서 사황성과 협조 관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다른 사파들처럼 녹흑파 역시 재능있는 제자들의 상 당수를 사황성에 빼앗긴 상태였다. 빠칭코 ㎳ 그런 세월이 길다 보니 녹흑파의 힘은 상당히 약해졌다. 이 제 그들의 힘만으로는 도곡문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빠칭코 ㎳ 녹흑파의 문주가 멀리 있는 도곡문을 보고 이를 갈며 말했 다. "그러나 그런 치욕의 세월은 이제 끝이다. 보아라 진명아. 빠칭코 ㎳ 저 도곡문은 곳 지워질 것이다." 녹흑파 문주의 곁에는 그의 대제자였다가 여러 해 전에 사 황성에 빼앗겼던 위진명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위진명은 최 빠칭코 ㎳ 근에 일단의 무사들을 데리고 늑흑파로 돌아왔다. 위진명은 사부의 앞이지만 꽤나 거드름을 피우고 있었다. 빠칭코 ㎳ "훗! 겨우 저 정도 문파에 치욕이라니. 녹흑파도 많이 약해 졌군요. 그리고 사부님 기왕이면 혈향백리대장이라고 불러 주시지요." 빠칭코 ㎳ 혈향백리대는 사황성의 수많은 전투 부대 중 하나였다. "허 험. 그래 혈향백리대장. 뭐 하느냐. 어서 너의 혈향 빠칭코 ㎳ 백리대를 끌고 가서 단숨에 저놈들을 쳐부수지 않고. 이 사부 는 기다리느라 목이 다 빠지겠구나." 빠칭코 ㎳ 위진명이 싸늘하게 웃었다. "제 혈향백리
작성일 : 11-03-31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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