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시민 여러분,
저는 여러분의 열망을 이루지 못하고 교육감 선거에서 패자가 되었습니다.
저는 바보 같았습니다. 시민사회와 촛불의 뜨거운 지지가 있는데도 선거에서 졌기 때문입니다. 분위기만 믿고 치밀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는 ‘촛불’을 이야기 할 자격도 없습니다. 어린 소녀소년 학생들이 들어 올린 촛불을 제대로 승화시키지 못한 죄를 졌습니다. 시민들께서 과분하게도 저를 ‘촛불 교육감’이라고 불러주셨는데... 촛불을 더 빛내지 못하고,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촛불 시민 여러분,
그래도 저에게 말할 기회를 주신다면, 고백하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저의 가슴에는 소중한 감동이 있습니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막혀버린 소통의 길을 새롭게 열며 직접 민주주의 꽃으로 피어 오른 촛불이 어느새 교육 민주화로 이어지고 그 한 가운데에 바로 제가 섰던 사실은 선거의 승패를 떠나 제 삶의 값진 사건이었습니다.
지난 늦봄 시청 앞 광장에서 만난 어느 여학생의 손에 들린 촛불은 저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책을 들고 있어야 할 그 손에 쥐어진 촛불은 이 나라 민주주의와 교육의 모순을 비집고 드러나는 진실의 빛이었습니다. 오래 동안 교육운동을 해 온 저로서는 큰 충격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슴이 타들어 오는 듯 찡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촛불의 순수함을 부정하기도 하지만 제가 광장에서 직접 느낀 촛불은 아름다움과 발랄함으로 표현된 절규이자 저항이었습니다. 교육감 선거에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던 저에게 촛불은 부끄러움과 용기를 함께 주었습니다. 사명감을 느끼며 선거운동에 뛰어들게 만들었습니다.
선거에서 실패했지만, 저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촛불이 타고 있습니다. 하나의 촛불이 아니라 여러 개의 촛불이 있습니다. 시민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소통의 촛불, 인간 교육을 위한 변혁의 촛불, 그리고 제 삶의 진보를 위한 희망의 촛불입니다.
선거에서 짐으로써 교육의 변혁을 위한 촛불 하나가 꺼지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 속에는 여전히 그 촛불이 타고 있습니다. 패배의 아픔과 ‘절망’이라는 어두움을 가르며 희망을 비추어 주는 새로운 촛불입니다. 이 땅에서 참다운 교육을 이루기 위한 의지의 촛불이 타오릅니다. 지금 저의 마음속에는 아쉬움이 가득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 모든 것을 뛰어 넘을 만큼 새로운 힘도 솟아나고 있습니다.
촛불도 진보해야 합니다. 우리가 할 일은 어제의 촛불을 지키며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어린 학생들이 촛불을 들지 않아도 되도록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땀을 흘리는 것입니다. 더 민주적인 소통, 더 인간다운 교육, 더 아름다운 삶의 희망을 위해 새로운 광장, 새로운 문화, 새로운 흐름을 열어 나가야 합니다.
그동안 촛불 시민들께서 지지해주신 성원에 힘입어 더 열심히 이 땅의 교육을 위해 이 몸 바칠 것을 다짐합니다.
2008년 8월 4일
주 경 복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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