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은 시민들이 직접 뽑는 서울시교육감 선거다. 그리고 이날 결과에 따라 앞으로 학생들의 운명은 뒤바뀐다.

학생들은 투표권이 없다.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통로도 없다. 분단 이후 지금까지,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정책이 수립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지난 2005년만 해도 내신등급제가 도입되면서 학생들은 내신등급제 반대 시위를 열었다. 내신등급제는 학생들의 시험 성적을 가지고 9등급으로 나누겠다는 제도였다. 학생들은 “언제까지 성적을 가지고 친구들과 경쟁을 해야하냐. 우리가 돼지고기냐. 왜 우리를 가지고 등급을 나누어야 하느냐”며 반발했다.

그해 학생들의 내신등급제 반대가 한창이던 4-5월, 본지 <바이러스>가 취재한 청소년 자살은 10건이 넘었다. 그래도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자신들을 ‘희생양’이라고 말했다.

올해 학교자율화 제도가 도입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0교시, 우열반이 부활한다는 소식에 학생들은 또다시 거리로 나섰다.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가 그 이유였다. 이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 반영은 전혀 없었다. 여전히 학생들은 자신들을 희생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언제까지 청소년은 자신들을 희생양이라고 자처해야 하는가. 언제까지 자신들을 실험대상이라고 생각해야하는가.

학교에선 학생들에 ‘꿈과 희망, 용기’를 심어주어야한다. 하지만 지금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좌절’을 먼저 알려준다. 머리가 잘려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는 좌절, 성적이 나쁘면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좌절이 강제이발, 우열반, 강제야자보충수업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한다. 청소년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야한다. 다행인 것은 청소년이 자신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기준을 사회에 제시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 전국청소년학생연합 서울지부, 청소년다함께, 서울지역청소년YMCA연합회, 청소년문화예술센터, 흥사단 청소년 인권모임 등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은 기성세대들에게 ‘학교자율화 반대’, '미국산 쇠고기 급식 반대‘, ’두발규제와 체벌을 금지‘하는 후보들을 뽑아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청소년이 나오는 모습을 보고 “부끄럽다”며 386세대를 포함한 ‘어른들’이 거리에 나왔다. 이번에는 청소년이 ‘어른’들에게 묻는다. 청소년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줄 수 있겠냐고. 청소년을 언제까지 입시경쟁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두어 놀 것이냐고.

이제는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답할 차례다. (펌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