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 나라의 밝은 미래를 이끌어 나갈 주인공 대학생 언니 오빠 여러분, 저는 중3 촛불 소녀라고 합니다.

 처음 촛불을 들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러 100일이 가까워 지고 있습니다.

거리로 뛰쳐나와 사람이 정말 산다는 것, 숨통 트인 그 공기를 맛 보았습니다. 아직 10대인 저희가 숨을 쉰다는 것을

느껴보지 못한 이유가 있습니다. 저희는 숨도, 눈물도 흘릴 수 없습니다. 우리는 죄인도 아닌데 마음대로 꿈도 꾸지 못하게

하고, 생각도 하지 못하게 하는건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무더운 날씨,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그리워 당장이라도 그 바다로 뛰어들고 싶지만 저희에겐 여름휴가란 단어는 없습니다.

아침부터 학원으로 나가 그 곳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니, 방학이 학교다니는 날 보다 더 가혹할 뿐입니다.

7-8시간을 학원에서 공부만 하다가 집에 돌아오면 어느 새 몸은 지쳐 있고 몇백장의 학원 숙제가 책상에 놓여져 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채 의미 없는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과 함께 뛰놀며 찍은 사진도, 추억도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며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친구가 저희들에게는 반 친구 그 이상도 아닌 말만 주고 받을 수 있으면 되는 앵무새 친구들입니다. 경계하고 짓밟고 올라서려 하는, 저희들에게 친구란 그런 존재입니다.

 이 모든 일들은 꿈 꾸고 나눈다는 학교에서 강요하고 저희들을 그렇게 찢어 놓아 버립니다. 

매번의 시험마다 친구가 아니라 서로가 적으로 취급되면서 저희들의 학창시절에는 아름다운 추억과 사진이 아닌,

남는 것은 오로지 성적표와 시험지들 뿐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스스로 서는 방법도 모릅니다.

학원이라는 교도소에 갇혀서 학교라는 시험장에 갇혀서 책에서 배운 대로만 하고 있어서 스스로 생각할 줄 모릅니다.

그래서 저희들에게는 습관이라는 단어만 존재할 뿐 노력이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어른들이 길들여 놓은, 눈은 모든 교과서를 향해 있고, 머릿속은 좋은 대학으로 가득 찬 저희는 공부하는 기계입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어떤 길이 있고, 앞으로 어떤 미래가 있는 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들은 다 어른들이 길을 파 놓았고,

우리는 그 길을 따라 갈 뿐. 저희는 그렇게 하나의 호두까기 인형이 지나지 않습니다.

 머리도 채 감지 못하고 눈을 비비며 학교를 등교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아침 밥은 당연히 먹지 못합니다. 빵과 우유라도 먹는 날이면 감지덕지한 날입니다. 

매일 아침을 밀가루로 배를 채운다는 것은 얼마나 속이 뒤집힐 것만 같고, 더부룩 한지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저희에겐 아침 밥보다 1분이라도 더 자는 것이 소원입니다. 제발 잘 때 만이라도 꿈을 꾸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 줄 아십니까? 바로 언니, 오빠들이 다니고 있는 대학입니다.

이력서에 좋은 대학 한 줄이 적혀 있으면 저희는 행복한 인생을 산 것입니다. 참된 행복이 무엇인지,

어떤 것이 진정한 행복인 줄도 모른 채 그렇게 바보같이 살아갑니다.

이렇게 매일같이 학원을 다니면서, 죽어갈 듯이 공부하면서 인생의 목표는 대학입니다.

네, 저희들은 바보들입니다. 똑똑한 바보들입니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끼고 있는 색안경을 저희들에게 끼우십니다. 억지로 끼우시면서 강요합니다.

"좋은 대학가면 인생 피고, 니 팔자도 피고, 내 팔자도 핀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다 행복해 지는 거야"

 촛불소녀가 대학생 언니 오빠들께 호소합니다!

저희들도 아침에 일어나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을 지나쳐 학교로 향하고 싶습니다.

저희들에게도 친구와 뛰놀며, 함께 할 수 있는 학창시절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자지 않고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고, 스스로가 설 수 있는 의지와 자신감, 배울 수 있는 학교를 다니고 싶습니다.

이제는 하루 하루를 의미없이 보내기 싫으며 저희 인생의 길은 저희가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사람이면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밥도 먹으며 꿈도 꾸며 자유도 즐기며.

정말로 학생이면 학생답다는 것을 학교에게, 선생님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우리의 바램은 너무나 소박하고 작은 것들 입니다. 7월 30일 가장 소중한 한 표를 기다리겠습니다.

- 꿈 꾸고 싶은 대한민국의 청소년 촛불소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