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교육감 선거를 때문인지 미친소만큼이나 교육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친소사태는 결국 많은 네티즌들로 하여금 외교문제와 광우병 관련해서 전문가로 만들었다. 교육감 선거는 우리에게 다시금 교육에 있어서 전문가가 되도록 우리에게 강요를 한다.

 교육감 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교육감의 권한이 굉장히 크다는 것이다. 또한 2006년 법 개정을 통해 처음으로 직선제로 뽑게 되는 교육감이기 때문에 더욱더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명박의 ‘미친교육’ 때문에 현 정권의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와중에 교육감 선거를 통해서 ‘미친교육’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교육감 선거에 대한 높은 관심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글에서 후보자들의 정책 특징이나 성향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사실 아무리 읽어봐도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고, 후보자들이 내놓은 정책들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작동해서 나에게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는 더욱더 모르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생각하는 현재 교육의 의미와 문제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현재 사회는 학벌사회라 부른다. 학벌사회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요약해보면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학벌이라는 보상이 경쟁에 참여하도록 하는 동기를 부여한다는 경쟁동기론이 있다. 두 번째로, 모두 똑같은 출발선이라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기회균등론이고, 세 번째로 학벌이라는 것은 인간의 능력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능력지표론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이러한 논리들은 모두 잘못된 오류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 기회균등론의 오류가 현재 교육정책의 오류, 일반적인 학부모의 생각이 가지고 있는 오류가 아닌가 한다.

 공부라는 것, 대학 입시라는 것이 단순히 같은 교과서를 가지고, 같은 시험지로 이루어진다고 해서 균등한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선택의 자유가 있어야 하지만, 현재 상황에 있어서 모든 학생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인 조건과 환경적인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선택의 자유는 존재할 수 없다. 또한 경제적인 조건과 환경적인 조건에 따라서 입시경쟁 과정에서 높은 위치로 시작할 수 있다면, 경쟁적인 측면으로도 균등한 조건에서 이루어지는 경쟁이 아니다. 모두가 어학연수를 갔다 오고 싶다고 갔다 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얼마 전에 학부모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들었다. “영어몰입교육을 반대하지 않는다. 영어를 잘해야 좋은 직장에 취업한다면, 나의 자녀도 영어를 잘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이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그 학부모가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영어몰입교육을 하면, 자신의 자녀만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이 위에 말한 오류이다.

 영어는 다른 과목에 비해서 경제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과목이다. 자신의 자녀가 영어몰입교육을 통해서, 그리고 영어 학원을 통해서 열심히 영어공부를 한다고 해도, 어학연수를 몇 년 갔다 온 학생이 있다면, 그 학생보다는 영어를 잘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당신의 자녀를 어학연수 보낼 능력이 있는가? 아니면 외국인 가정부를 사용할 능력이 있는가? 이것이 없다면,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경쟁보다는 돈이 별로 들지 않는 경쟁 상태에서 자녀를 경쟁시키는 것이 낫지 않을까? 따라서 영어몰입교육의 문제점은 현재 교사들이 그러한 교육을 소화해 낼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학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유학 보낼 돈이 없다는 것이다.

 로우스쿨이든지, 영어몰입교육이든지, 모든 정책의 공통점은 돈이다. 예전에는 학생이 공부만 하면, 좋은 학벌을 가지고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는 사회였다면, 지금은 돈이 있으면 교육에도 재생산이 가능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교육은 부의 재생산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현재 교육정책은 그것을 빠르게 고착시키고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어쩔 수 없는 결과이고, 교육을 경쟁의 장으로 받아들인다면 앞으로도 끊임없이 새로운 이러한 정책들이 나올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것에 맞서서 나오는 정책들이 어떠한 효과가 있을까? 외고를 폐지하고, 우열반을 폐지하면, 사교육비가 줄어들까? 왜 외고를 들어가려고 하고, 우열반에 들어가려고 하는지 안다면 저런 말이 나올까? 학벌사회에서 좋은 학벌을 얻기 위해서 학부모는 끊임없이 돈을 자녀에게 투자할 것이다. 그것이 외고에 들어가기 위해서든, 우열반에 들어가기 위해서든, 어떤 식으로든지 돈을 퍼 부을 것이고, 학부모들은 그러한 준비가 이미 되어 있다.

 그렇다면 학벌사회를 강화하고 고착화시키는 교육정책들에 맞서, 부의 재생산인 교육을 바꾸기 위해서 어떠한 정책을 제시해야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언급 없는 초중고 교육에 대한 정책 제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고등학교의 일류고 이류고 삼류고 같은 서열화를 없애고 평준화를 실현한 들, 대학교는 이미 서열화 되어있고 그 서열화 된 대학교는 학생들을 서열화 시킨다. 따라서 고등학교의 서열화를 없애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본다. 어차피 이미 고등학생들은 대학교에 의해 서열화 된 상태인데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인정하고, 비정규직 정규직 등 직업의 양극화, 직업의 서열화를 인정하고, 사회로 나가기 위한 예비노동자들의 서열 번호표를 붙여주는 대학교를 인정하면서, 그것에 대한 아무런 언급 없이 초중고의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내 생각으로는 아무런 의미도, 변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