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래 전부터 주경복 후보님의 출마 소식을 듣고 계속 주목해왔던 한 사람입니다.

학부모로써, 비정규직 기간제교사로써, 그리고 어린이 놀이 인권 활동가이자 놀이이론가로써 저는 주경복 후보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제 블로그 대문에 제가 주후보님께 건네고 싶은 말들을 정리해왔는데요, 그 대부분의 내용이 이미 공약에 포함되어 있어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다만 두 가지 점이 아쉬워서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현재 '비정규직의 바다'인 대한민국에서 기간제 교사들은 그나마 나은 처우를 받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호봉 상한선 등 여러 제도적인 면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그 외에도 재계약을 미끼로 인간적인 수모나 뇌물을 암시하는 언급을 받기도 합니다. 기간제 교사들은 그래도 견딜만 하지요. 수준별 수업 등에 투입되는 시간강사들은 생활비조차 안 되는 시급을 감수해야 합니다. 교육감에 당선되시면 학교 비정규직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와 노동인권 상 마땅한 규칙들을 마련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

본론은 사실 놀이에 대한 건데 서두가 길었네요. (주 후보님 개인 홈피에 놀이에 대한 추억담이 많이 있어서 매우 기뻤더랬습니다.) 교육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핀란드 모델에 주목할 수 밖에 없는데요. 사실 북유럽의 교육이 놀라운 성과를 이룬 것을 그 곳의 학교과 교실만 둘러 봐서는 절반 밖에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이미 20세기 중반부터 어린이들의 놀이의 중요성을 깨닫고 시설, 인원, 프로그램, 시스템 등 여러 측면에서 어린이들의 놀이를 지원해 왔습니다. 그 성과가 단지 교육을 넘어 학문과 예술과 산업 등 모든 면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라 보면 됩니다.

제가 제안하는 것은 서울시 교육청에 놀이연구소나 센터를 세우면 좋겠다는 겁니다. 놀이 이론에 대한 총서를 발간하고 외국의 성과를 연구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우리 실정에 맞게 놀이시설을 확충하고 안전기준을 제시하고 인원을 육성하고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키워나갈 구심점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 나라의 현 정권이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으며 연구교육기관인 대학에도 그런 일을 하는 곳이 없지만 미국은 이미 국립놀이연구소가 있습니다. 여하간 어린이들이 마음껏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도와줄 구심점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이런 곳이 있다면 할 일을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가. 놀이시설.

1. 연령별 구획.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은 근력이나 운동신경에서 너무나 큰 차이를 보입니다. 1학년과 6학년이 같은 시설에서 놀이를 한다는 것은 많은 무리가 있습니다. 우선 부상의 위험이 너무 크지요. 그래서 미국의 '경계없는 놀이터'를 참고로 하면 알파존, 베타존, 감마존으로 구획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네나 미끄럼이라도 경사도나 높이 등 시설의 규모가 아동의 연령에 따라 달라야 합니다. 

2. 통합놀이터.

미국과 유럽의 놀이시설은 장애아동과 특수아동의 놀이인권을 지켜주기 위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경계없는 놀이터'도 그런 모델이고요, 유럽에서는 'inclusive play'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특수학교의 놀이터를 시작으로 하여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의 놀이터를 전면적으로 개보수해야 합니다.

3. 저예산 모험놀이터.

한국의 초등학교 놀이시설은 시대에 낙후되었고 노후된 곳도 많습니다. 일본이나 유럽모델을 참고하면 적은 예산으로 어린이들에게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모험놀이터 모델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현재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투입되는 예산의 3분의 1수준으로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놀이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나. 프로그램.

1. 방과후 학교.

현재 방과후 학교는 초등학생들의 학업성취를 중점으로 하고 있습니다. 놀이가 중심이 되거나 학업과 놀이가 양대축이 되는 방향을 찾아봐야 합니다.

2. 플레이 리더.

통합놀이터 모델과 모험놀이터 모델의 문제점은 성인 플레이 리더가 있어야 한다는 건데요. 과거의 놀이문화 맥락이 거의 끊어진 현재의 상황에서는 놀이의 다양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훈련을 받은 플레이 리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따라서 플레이 리더를 육성할 프로그램이 당연히 필요하겠지요. 따로 플레이 리더를 육성하기 전에 우선 교육대학과 초등학교 임용연수와 1정연수에서 놀이에 대한 심화된 내용을 연수 프로그램에 넣어야 합니다.

다. 시스템.

위와 같은 시설과 프로그램이 단지 임기 몇 년의 교육감 재직 기간에만 이루어져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교과과정과 학교관련 규정과 인원육성과 프로그램 운영 자체를 항구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캠퍼스가 라틴어로 놀이터라는 뜻라더군요. 학교가 우리 아이들의 배움터인 동시에 놀이터가 된다면, 서울시의 초등학교들은 그저 교사들의 직장이나 학생들의 의무교육기관의 의미를 넘어 그야말로 지역사회의 중심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주 후보님과 선거운동원들의 무운을 빕니다.

저도 제가 있는 공간에서 열심히 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