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주호보님 고생하셨습니다.


그러나 선거 패배의 원인에 대해서는 철저히 반성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패인에 대해 벌써부터 보수대결집이니 강남 및 노년층 투표율이

높았느니 등등 외적 요인으로 돌리거나 단순히 시민의식이 부족하다 는

등의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과연 이런 요인이 주 요인일까요?  현 정권과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이 극도로 팽배한 이 유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패배하는 원인으로 이런 요인들이 과연 주 요인일까요?


간단히 말해서, 이번 선거는 주호보측의 '이명박 심판론'보다 공후보측의

'반전교조론'의 승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반대 촛불시위에 참가

했던 시민들 중에도 상당수는, 전교조의 최근 행보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비록 전교조가 학내민주화와 부패개선 등 견제세력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해왔음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교원평가와 학교선택제에 대한
 
전교조의 무조건적 반대에 대해 반대합니다.



만약 교원평가가 학교장 또는 상급기관에 의한 명문대 진학자 숫자 등의

일률적 기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교육의 다양성 확보 및 모든 학

생들을 위한 충실한 교육차원에서 거부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현재의 교원평가안은 학내민주화와 함께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평가아닙니까? 이는 좁게는 교육이라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이

익의 강화이고, 넓게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정당한 권리행사에 해당합

니다. 학생들은 보다 자유롭게 다양하고 전인적인 보다 나은 양질의 교육

을 받아야 할 것이나, 이를 위해 정부와 교육기관 교직원들은 더욱 노력

하고 경쟁함으로써 성과를 평가받는 것이, 교육정책의 효율성과 민주성

을 동시에 달성하는 방안 아니겠습니까?


학교선택제 또한 필연적으로 관료적방식을 통해 공급될 수 밖에 없는
 
공공교육서비스를 기관간 관할권 중첩(overlapping jurisdiction)을 둠으로

써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고 독점공급의 비효율과 비민주성을 개선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제도라는 점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주후보님의 공약 및 홍보전단에는 전교조의 교원

평가거부 등에 대한 비판은 찾기 힘들었으며, 학교선택제는 반대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불행히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늘어놓는 공후보측

보다도 뭔가 시민들의 믿음 또는 관심을 얻을만한 신선한 대안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얼핏보면 공후보측이 더 개혁적인 걸로

착각할 법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주후보님, 전교조의 지원이나 표를 의식하셨습니까?

전교조가 교원들에 대한 개혁과 경쟁압력을 거부하는 현 입장을 고수한

다면, 다수의 시민들의 눈에 이는 또 하나의 철밥통의 집단 이기주의로

비칠 뿐이며, 이들의 지지를 받는 주후보님은 중도성향의

다수시민들과 양심있는 진보성향 시민들을 결코 투표장으로 끌어올 수
 
없을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실망과 반발감이 극에 달한 현재에 조차도 패배했습

니다. 과연 이러한 어정쩡한 정책적 입장을 유지하면서 1년여 뒤에는 선거

에서 승리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변화할 계획이 없으시다면,

브레이크 없는 이명박 교육정책과 계속되는 권위주의적 교육방식으로

고통받을 학부모와 학생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다음번에는
 
출마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이상 오늘 많은 고민 끝에 주후보님에게 한표를 던지고 왔음에도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는 한 대학생의 넋두리였습니다.

끝으로, 직선 서울시 교육감은 특정교원단체가 아니라,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면서도 보다 낫고 변화된 교육을 원하는 다수의 서울시민들이
 
만드는 자리임을 절대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