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지면에 나온 대담 내용 잘 봤습니다. 하지만 그 기사를 읽고서는, 핀란드 모델이 줄세우기를 바탕으로 하는 한국의 현 교육 제도와 어떤 식으로 조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 명확한 그림을 그릴 수 없었습니다. 현 제도는 어떠하고 핀란드 제도는 무엇이 좋은데, 이 둘을 이런 식으로 조화시키겠다 하는 느낌보다는 "핀란드는 좋다"라는 느낌이 더 강하더군요. 물론 어느 정도 이식할 방안은 세워 두셨으리라 믿습니다만.

핀란드 모델은 핀란드의 현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고,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교육 받아온/교육을 수행해 온 사람들의 "관성"이 존재합니다. 이를 고려한 상태에서 이 정책이 어떤 식으로 뿌리를 내릴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식 방안"이 있으면 이해가 좀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개정 교육 과정을 한 번 검토해 보셨는지 문의 드립니다. 2007년에 개정된 걸로 알고 있는데, 국가가 원하는 학생상, 교실 내에서 교사가 수행하는 역할, 각 과목이 중점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내용들이 거칠게나마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학교 내에서 어떻게 구현되는가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정부의 정책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 선거와 어떻게 연관되느냐 물으신다면 명확한 대답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또한 학교의 현황 파악이 얼마나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문의 드립니다. 결국 일선에서 교육을 수행하는 것은 교사이며, 이를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관리직이기 때문입니다. 즉, 정책이 관리직에서 변질되고 교사 층에서 변질된다면 효율성을 떨굴 수 있는 주된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전교조를 지지하신다 했는데, 이들의 의견 외에도 관리직(중 전교조의 의견에 극히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 역시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정책을 수행하는 이들끼리 가질 수 있는 이견을 들어보고, 그 사이에서 협상안을 도출해 내는 것은 공약을 세부적으로 다듬는 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토론회에는 필살 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명확한 대안과 그 수행책을 내밀 수 있다면, 공 후보가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장점 중의 하나인 "실무 경험 풍부"를 그 자리에서 박살낼 수도 있을 것이라 보입니다.


물론 이런 것들은 당선 되신 다음에 하실 일일 수도 있고, 이미 어느 정도 대안을 세우고 계실 것이라 믿습니다. 다만, 그런 계획들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설명하는 쪽을 조금 더 강조해 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선명함만으로도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면에서는 충분한 더하기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좀 우스운 얘기일 수 있지만, "747" 같은 공약으로 국민들을 기만한 모 씨가 잘 한 점이 이 부분입니다. 숫자를 통해 비전이 무엇이라고 각인시키고, "경제! ..." 하면서 사람들을 휘어잡는 효과가 있었으니까요(몇 개의 점을 설정해서 돌파해 버렸죠).

저는 후보님께서 이번 광고에 거셨던 "가장 어려운 지역부터 ... " 같은 구호가 가슴에 딱 꽂혔는데, 이런 명확한 정책화를 공약 전반으로 확대 생산하는 일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른 후보 현수막들을 보면 총론만 뻑적지근합니다. "사교육비 XX% 절감"같은 공약은 있는데,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서가 뜬구름입니다. 이런 빈 수레를 "꽉 찬 수레"가 밀어내는 모습을 보여 주셨으면 합니다.

길이 글어 읽는 데 쓸데 없는 수고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꼭 승리하셔서 학생들의 행복을 위해 고생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