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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을 넘되, 인간답게 — ‘괜찮은 위반’ 이론이 말하는 웃음의 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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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07 13:49 | HIT : 0 | VOTE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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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에는 경계가 있다. 너무 진지하면 웃음이 사라지고, 너무 무례하면 웃음이 상처가 된다.
유머는 언제나 그 경계선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춤춘다.
이 섬세한 줄타기를 가장 잘 설명하는 현대의 유머 이론이 바로 ‘괜찮은 위반(Benign Violation) 이론’이다.
이 이론을 제시한 심리학자 피터 맥그로우는 이렇게 말한다. “무언가가 웃기려면, 그것은 규범을 위반해야 하지만, 동시에 괜찮다고 느껴져야 한다.”
여기서 ‘위반(violation)’은 도덕, 예의, 사회 규칙, 언어 질서, 상식 같은 인간 세계의 약속을 어기는 행위다.
웃음은 늘 ‘금지된 것’과 ‘허용된 것’의 경계를 건드린다.
하지만 그 위반이 너무 세면 불쾌하고, 너무 약하면 지루하다.
그래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묻는다. “이건 선을 넘은 걸까, 아니면 그냥 장난일까?”
맥그로우는 이 물음을 통해 웃음의 본질을 새롭게 정의했다.
웃음은 도덕적, 언어적, 감정적 긴장의 완전한 해소가 아니라,
그 긴장을 감당할 만큼의 ‘안전한 불일치’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반응이라는 것이다.
즉, ‘웃음의 조건’은 위반과 안전감의 공존이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유머는 이런 구조를 가진다.
우리가 일상에서 금기시하는 욕망, 부조리, 모순을 잠시 허락된 공간 속에서 건드린다.
풍자는 권력의 위선을 ‘괜찮은 방식으로’ 비틀어 웃음을 유도하고,
블랙코미디는 죽음과 불행 같은 무거운 주제를 **“진짜가 아닌 상황”**으로 만들어 다룬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관객이 그 맥락을 **‘놀이로서의 위반’**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괜찮음’은 결코 고정된 기준이 아니다.
친구 사이의 농담이 낯선 사람에게는 모욕이 되고, 한 문화의 유머가 다른 문화에서는 혐오로 들리기도 한다.
즉, 웃음의 경계는 윤리적 감수성, 사회적 맥락, 관계의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괜찮은 위반’ 이론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모든 위반이 허용된다”는 면죄부가 아니라, “유머에는 늘 윤리적 감각이 필요하다”는 철학적 경고이기도 하다.
웃음은 인간의 도덕과 상식이 완전히 무너진 자리에 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들이 아직 살아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선을 넘되, 완전히 넘어서는 안 된다.
웃음은 그 미세한 틈에서 세상과 화해하는 인간의 방식이다.
“이건 불편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그 순간, 우리는 단지 웃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조금 더 유연하게 만드는 행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괜찮은 위반’ 이론은 웃음을 윤리의 언어로 되돌린다.
웃음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감수성과 자기 조절의 예술이다.
진짜 유머란 선을 넘되,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용기 속에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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