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몽 신화를 다시 읽는 두 가지 시선 - 조지프 캠벨과 레비스트로스의 관점 고구려 건국 신화인 주몽 설화를 다시 펼쳐보면, 한 인물이 걷는 길이 곧 한 나라가 꿈꾸던 세계관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주몽은 단순한 전설 속의 영웅이 아니라, 고구려라는 공동체가 스스로를 어떤 서사 위에 세우고자 했는지를 압축한 문화적 기호다. 오늘 우리는 이 신화를 두 사람의 눈으로 읽어볼 수 있다. 하나는 ‘영웅의 여정’을 말한 조지프 캠벨, 또 하나는 신화를 인간 사고의 구조로 분석한 레비스트로스다. 두 관점은 주몽 신화를 전혀 다른 색으로 비추지만,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다시 만난다. 주몽은 단지 왕이 아니...
		주몽 신화가 말하는 고구려의 탄생 고구려의 기원을 따라가다 보면 한 편의 장대한 신화 앞에 멈춰 서게 된다. 그것은 단순한 건국 이야기라기보다, 한 공동체가 스스로를 어떤 세계 위에 세우고자 했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문장이다. 주몽 신화는 하늘의 빛과 강의 흐름, 그리고 활을 든 젊은 영웅이 만나 한 나라를 일으키는 장면을 정교하게 직조해낸다. 이 신화를 읽는 일은 곧 고구려라는 나라의 집단적 상상력의 근원을 읽는 일이다. 이야기는 물의 신 하백의 딸 유화(柳花)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어느 날 하늘에서 내려온 천제의 아들 해모수(解慕漱)와 만나 천상의 결...
		제주의 삼성 신화 제주의 역사를 연 이야기는 바다의 색만큼 독특하고, 섬의 바람만큼 오래된 냄새를 풍긴다. 한반도 대부분의 건국 신화가 하늘에서 내려온 신성한 존재를 통해 국가의 기원을 설명한다면, 제주의 신화는 조금 다르다. 그것은 하늘보다는 땅과 바다, 토착성과 외래성이 서로 얽히며 만들어낸 ‘이중 기원’의 서사다. 바로 삼성(三姓) 신화, 고을나·양을나·부을나가 솟아난 이야기이다. 신화의 첫 장면은 제주시 한복판의 삼성혈에서 시작된다. 전설에 따르면 오래전 제주 땅은 사람 하나 살지 않는 황량한 세계였다. 그 침묵을 깨듯 땅이 갈라지며 세 개의...
		세 개의 기원, 박·석·김 삼대 시조가 하나의 나라 신라를 만든 신화 한 왕조의 시작을 묻는다면 보통 하나의 시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신라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신라는 단 한 번의 기원으로 충분하지 않은 나라였다. 긴 세월 동안 새로운 균열과 새로운 세력이 등장할 때마다, 신라는 또 하나의 ‘기원’을 만들어냈다. 박혁거세, 석탈해, 김알지—이 세 인물의 신화는 단순한 설화의 나열이 아니라, 신라라는 국가가 스스로의 권력을 조정하고 확장하기 위해 구축한 정교한 ‘중층 구조’였다. 이 구조의 첫 층은 박혁거세 신화다. 박혁거세는 알에서 태어난 존재이며, 빛과 붉은 기운 속에서 내...
		김알지 신화, 빛으로 태어난 왕조의 기원 신라의 고요한 숲 한가운데, 오래된 기록은 한 줄기 빛이 내려앉은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4대 왕 탈해 이사금 시절 어느 날, 경주 북쪽 숲—후대에 ‘계림(鷄林)’이라 불린 그곳—에서 이상한 광채가 피어올랐다. 빛과 함께 흰 닭의 울음소리가 숲을 가득 채웠고, 왕은 이 기묘한 징조를 확인하기 위해 신하를 급히 보낸다. 실제로 신하가 목격한 것은 자연의 우연이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기호적이며, 신화적이라 부를 만한 풍경이었다. 나무에 걸린 황금빛 궤(匱) 하나, 그리고 그 앞을 지키듯 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