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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漢書)》 〈소무전(蘇武傳)〉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한(漢)나라 무제(武帝)의 사신으로 흉노(匈奴)의 땅에 간 소무는 그들의 내분에 휘말려 포로가 되었다. 항복을 거부하는 소무에게 흉노의 우두머리 선우(單于)는 “숫양이 새끼를 낳으면 귀국을 허락하겠다.”며 북해(北海) 근방의 한 섬으로 추방했다. 그곳에서 들쥐와 풀뿌리로 연명하면서도 소무는 조국에 돌아갈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나라의 명장 이릉(李陵)이 소무를 찾아왔다.

이능(李陵)은 북방을 침범해 온 흉노(匈奴)의 기병과 일전을 벌이다가 참패하는 바람에 적에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흉노의 선우(單于)는 이능을 보자 장부다운 모습이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저 죽이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좋은 말로 달래었다.

“그대는 이미 패전한 몸이라, 돌아가더라도 참형을 면치 못할 것이오. 당신네 황제의 성질이 포악 잔인함을 잘 아시지 않소? 이곳 역시 사람이 살 만한 곳이니, 아예 머물러서 우리 사람이 되어 주구려.”

그 말을 듣고 이능은 생각해 보았다. 자기가 고집을 부린다고 해서 방면해 줄 이들도 아니거니와, 선우의 말대로 돌아가 봐야 황제의 노여움만 사서 목이 떨어지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당장 뾰족한 수가 없으니 일단 제의를 받아들이고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우가 말했다.

“그대는 참으로 현명하게 처신했으나, 옹고집으로 고생을 사서 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대가 한번 찾아가서 잘 설득해 주면 고맙겠소. 소무(蘇武)라고 그대도 알 만한 사람이오.”
“아니, 그 사람이!”

이능은 놀라 부르짖었다. 소무란 연전에 흉노와 포로 교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떠난 후 소식이 끊어진 중신이었기 때문이다. 이능은 설득하는 문제는 둘째 치고 살아 있는 소무를 만나는 일이 급하여 그 임무를 받아들였다. 소무를 찾아가 본 이능은 기가 막혔다. 더욱 멀고 척박한 곳에서 방목된 양을 치며 들쥐와 풀뿌리로 연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 몰골이나 차림새의 형편 없음은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다음, 이능이 말했다.

“자네가 이렇게 절조를 지킨다고 해서 알아 줄 사람이 누가 있는가? 인생은 아침 이슬과 같다[人生如朝露]고 하니, 정말 덧없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어찌하여 자기를 이렇게 괴롭히고 있는가[何久自苦如此]?”라고 하였다. 소무가 온갖 고생만 하다 결국 혼자 쓸쓸히 죽어갈 것을 염려한 이릉은 간곡히 권유하였다. 그러나 끝내 소무는 이릉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무의 지극한 충절에 감동한 이릉도 조용히 이별을 고하고 떠났다. 그 뒤 소제(昭帝)가 파견한 특사의 기지로 소무는 19년 만에 풀려나 한나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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